WINTER 2022
PHOTO ESSAY
<Mark>, 2022
<Mark> 시리즈는 우리가 사물을 인지하는 인터페이스를 사진-이미지로 재현하는 프로젝트이다. 박동균은 오래전부터 개별 사물을 하나의 데이터로 보고 사물 위로 펼쳐진 여러 겹의 홀로그래피적 시공간을 상상해 왔다. 이 공간 안에서 사물의 인터페이스는 대상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기 위한 틀이 되어 ‘본다’라는 행위의 중립성을 시각적으로 나타낸다. 이 작업에 등장하는 점, 선, 면의 기호는 우리가 사물을 인식하는 방식과 목적, 그리고 수단을 직간접적으로 지시하며 확대, 초점, 검출, 측광 등의 행위를 사진-이미지로 재현하고 있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적 틀을 제시하는 이 작업은 사물을 완전히 객관적으로 재현하는 동시에 작가의 관찰이라는 행위 그 자체를 시각화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는 또 하나의 사물이 되어 이미지로 둘러싸인 세계 안에서 사물을 이해하기 위한 지표로 기능한다. 이 프로젝트는 크게 물리적 개입과 디지털적 개입으로 이루어져 있다. 고화질로 인쇄된 사진 위에 레이어를 겹치거나, 격자무늬 자체를 물질화해 촬영하거나, 먼 우주 바깥에 있는 행성을 디지털 프로세싱을 통해 그리드의 구조 안으로 집어넣거나, 디지털 얼굴 인식을 위해 필요한 점(point)을 기록하는 등, 이 작업은 사물 위에 흔적을 남김으로써 작가 본인이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2015년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지금까지도 계속 진행 중이다.
박동균 Vak Dongkyun
박동균은 서울에서 활동 중인 사진가로,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에서 페인팅 작업을 해 오다가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사진 작업을 시작했다. 수작업으로 사물을 재현하는 페인팅에 비해 카메라를 통해 빛을 기록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그는 사진으로 매체를 전환하게 되었다. 지금은 사물의 형태발생학적 구조를 동시대 시각환경을 이해할 수 있는 지표로 가정하고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라는 건축 개념에 착안해 기술적 사물을 이미지로 번역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2017년 젊은 사진가를 대상으로 수여하는 미래작가상 수상을 기점으로 사진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서울시립미술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고 2019년 아카이브봄에서 첫 번째 개인전 《UU:Universal Universe》를 열었다. 최근에는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사설은행 Vontobel이 주최한 A New Gaze 3 - Vontobel Contemporary Photography Prize를 수상하고 취리히에서 세 번째 개인전 《Heatwave: Technological Morphogenesis》를 열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사진예술 전공 예술전문사 과정을 졸업한 뒤 지금까지 Wallpaper*, LG, 디자이너 이광호를 비롯한 국내외 클라이언트와 협업해 프로덕션 작업을 해오고 있다. 현재 이미지 프로덕션 스튜디오 Studio Generic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