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ER 2022

STORY

새벽 3시는 모든 의심과 후회와 죄의식이 잠재의식에서 부풀어 올라 사람들을 괴롭히는 시간이야. F. 스콧 피츠제럴드는 이 시간을 ‘영혼의 어두운 밤’이라고 불렀어.
- 코니 윌리스, 『크로스토크』

영혼이 어두워지는 밤. 예종인과 야행성의 친연성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아름다움을 위해 닫힌 몸을 여는 자여– 남들 모두 잠들 때에도 홀로 눈을 떴-구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가 中) 이 아름다운 구절 탓일까? 공교롭게도 내가 아는 대부분의 예종인들은 새벽 3시에 깨어 있다. 나는 이것이 두 가지 경우라고 본다. 첫째, 마감을 앞둔 예종인이다. 예술인에게 새벽 3시는 영감이나 유레카의 시간이 아닌 오후 작업의 지지부진한 연장선일 확률이 높다. 특히 나는 나를 포함한 몇몇의 활자 노동자들을 알고 있는데, 글이란 것은 참으로 가볍고 가공이 용이한 특성으로 우리를 종종 배신한다. 근거 없이 마감 직전의 경이로운 집중력과 생산성을 믿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풋과 아웃풋은 언제나 상응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의 삶도 그렇다. 입력한 만큼 산출이 되지 않는다. 여기서 두 번째 경우가 출현한다. 둘째, 존재론적 불안에 떠는 예종인이다. 언젠가 졸업해야 할 임시적인 정거장, 학생의 신분에서 ‘먹고사니즘’을 고민할 때, 예술이라는 필드에서 본인의 실존적 좌표를 가늠해 볼 때, 시장을 비집고 들어가 내 한 몸 뉘일 자리를 찾아볼 때, 그런데… 도무지 각이 안 나올 때. 존재론적 불안이 엄습한다. 그리하여 예종인은 새벽 3시에 깨어 있다. 영감 아닌 타락의 시간으로….
새벽 3시, 영혼의 어두운 밤이 찾아오고 제각각 삶의 화두를 붙잡을 때, 유기체는 일정 부분 기계와 같다는 말을 조용히 떠올려 본다. 육체와 영혼을 돌보는 일은 불필요한 일이 아니다. 우리의 몸은 기계와도 같이 때로는 꽉 막힌 세면대처럼 묵묵부답이고, 때로는 과부하로 펑크가 난다. 고장 나면 고쳐야 하고, 쉬면 회복된다. 이 단순한 리듬에 왕도가 있을지 모른다.
이 단순함이 새벽 3시, 곤경에 빠진 예술가를 구하길 바라며 예종인의 지속 가능한 생존을 도와줄 한예종의 학생 지원 프로그램과 복지 제도를 소개한다. 각자의 방향과 속도로 자신의 길을 만들어 나가는 예종인들을 위해, 우리의 무궁무진한 벡터를 위해, 잠깐 멈춰서 당신의 좌표를 점검해 보자.

선배 예술가와 커피 한 잔, 자유로운 질문 타임
학생지원센터의 <아트문> 프로그램은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있는 선배 예술가와 진로 설계가 필요한 재학생의 1:1 만남을 지원한다. 취업 특강보다는 캐주얼하고, 단순한 대화보단 심층적인 상담이라는 점이 <아트문>의 특색이다. 매년 상담이 가능한 선배 예술가 인력풀이 엑셀 파일로 제공되어 재학생은 집에서 간편하게 선배 예술가의 이력을 열람할 수 있다. 선배 예술가의 졸업년도, 출신 원, 출신 전공, 과거 직무와 현재 직무/직책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하여 자신이 원하는 진로와 가장 가까운 선배 예술가를 택할 수 있다. 원하는 상담자, 시간, 장소를 조율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선배들의 현란한 이력과 소개글에 눈이 돌아간다. “한예종 수석 졸업자가 알려 주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명서”부터, “제가 지켜본 결과, 한예종 후배들이 가장 부족해 보이는 측면은…”으로 시작하는 흥미진진한 조언, “후배들은 헬맷이라도 쓰고 헤딩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선배와 “‘저렇게 살아 보면 되겠구나!’와 ‘저렇게 살면 안 되겠구나!’ 중에 여러분의 감상이 후자에 가까워도 좋다”며 도전과 실패를 낱낱이 나눌 준비가 된 선배, “절대 혼자가 아닙니다”라는 위로를 건네는 선배까지. 예술 전공으로 이토록 다양한 분야와 공공기관, 시장으로 뻗어 나갈 수 있다니! 어느새 만나고 싶은 선배들의 이름을 노란 칸으로 가득 채워 놓은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매년 누리 공지사항을 통해 공지되는 <아트문>은 신청 기한 안에 개인정보, 만나고 싶은 선배 예술가, 만남 가능한 시간, 온/오프라인 여부를 채운 신청서 양식을 학생지원팀(jobara@karts.ac.kr) 측에 제출하면 빠르게 진행된다. 다음은 2021년 <아트문> 내담자가 제출한 결과 보고 소감문의 일부다.
학생지원센터는 졸업 후 예술인으로 활동할 예종인들을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작년엔 예비 예술인이 알아 두면 좋을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 안내> 특강을 진행하였고, ‘잡플래닛’과 연계하여 취업과 진로에 고민이 많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취업 특강을 꾸준히 이어 오고 있다. 누리 공지사항을 주기적으로 체크하자.

상담일시
2022.02.05 (토)
14시 ~ 15시
상담장소
Zoom
희망 상담내용
(취업진로 관련)
•내년 졸업 예정인 4학년 학생의 취업 준비 및 진로 탐색 과정으로, 문화예술 기업/기관 입사에 대한 정보 요망.
•문화예술 분야 취업의 Job Searching 및 필요 적성과 이력,
실질적인 근로 환경에 대한 정보 요망.
상담내용 및 결과
(적용점)
•본인의 성향과 가치관에 맞는 진로 탐색 상담으로
내담자의 진로 설계에 도움을 줌.
•문화예술 기관과 기업, 비영리 사업과 영리 사업의 장단점 안내로 현 취업 시장에 대한 이해 제공.
•문화예술 프로젝트 디렉터(PD) 직무 및 실무 소개로,
해당 직무에 필요한 역량을 알 수 있었음.

예술가로서 반경을 넓히고 싶다면, 원 by 원 교류
올해 예술교양학부에서 주관하는 <젊은 예술가의 살롱 - 6개의 色>도 놓쳐선 안 될 소식이다. <젊은 예술가의 살롱>은 교내 예술적 협업 분위기 증진을 위한 ‘젊은 예술가의 서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교내 학생들의 콘텐츠 협업 교류의 장(場)을 만들고자 출발한 감상문 공모전이다. 공모 가능한 감상문은 4가지 항목으로, 독후감, 영상(영화) 감상, 공연 감상, 전시 감상을 포함한다. 교내 학생들의 협업과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영상, 공연, 전시 감상문은 그 대상을 외부 작가의 작업이 아닌 교내 재학생들의 작업으로 국한한 것이 특징적이다. 이웃 동네 놀러 가듯 각 원에서 선보이는 다종다기한 콘텐츠에 기웃거려 보자. 교내의 번뜩이는 작업들이 ‘반짝’하고 사라지지 않도록, 감상을 글로 붙잡아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올해 4월부터 12월까지 학내 구성원은 누구든 공모할 수 있으며 공모 형식은 누리 공지사항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각 부문별 우수작을 1편 내외로, 대상작을 우수작 중 1편 선정한다. 추후 선정작들을 모아 한 편의 책자로 제작할 예정이라고 하니 한예종 학생들 간의 교류를 통해 또 하나의 예술, 비평집이 탄생하는 셈이다. 더 많은 학생들이 우리의 예술에 대해 떠들었으면 한다. 2022년 새로이 출발한 <젊은 예술가의 살롱>을 시끌벅적하게 굴러가게 할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

알고 있었니? 정신 건강 치료비 지원
학생지원센터의 한편에는 학생들의 건강한 생활을 돕기 위한 학생심리상담소가 있다. 학생심리상담소는 정신 건강 관련(우울, 불안 등) 치료를 받고 있는 학생들에게 매년 정신 건강 치료비를 지원해 왔다. 기존에는 심리치료를 목적으로 한 진찰료, 투약 및 조제료, 입원비에 한하는 정신 건강 ‘의료비’를 지원했지만 올해부터는 지원 영역을 적극 확대하여 심리치료를 목적으로 한 외부 상담 기관의 ‘상담비’까지를 지원한다. 1인당 연간 30만원을 최대 금액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2022년 치료비 지원은 올해 3월부터 내년 2월까지 예산이 마감되지 않는 선에서 가능하다. 학생심리상담소 측에서 제공하는 신청서, 병원/상담기관 측에서 발급하는 치료비 증빙서류, 신분증과 통장사본 등을 구비하여 각 캠퍼스의 학생심리상담소에 직접 방문하거나 우편을 통해 접수할 수 있다.

석관캠퍼스
천장관 1층 학생심리상담소 02-746-9037
서초캠퍼스
224호 학생심리상담소 02-746-9366

아로마 키트와 함께, 고요한 zoom 수면 테라피
작년 학생심리상담소의 ‘꿀잠 프로젝트’ <Good Sleep Pajama Party>는 정원 40명이 단숨에 마감되며 인기를 끌었다. 온갖 근심 걱정, 밤샘 과제, 불규칙한 생활습관으로 잠 못 이루는 예종인을 위한 이 프로젝트는 참여 학생 각자가 편안하게 누운 공간에서, 매주 화요일 밤 9시에 온라인으로 만나 진행됐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고요한 40인의 줌(zoom) 파티가 아니었을까? 학생들은 구글 폼이나 전화를 통해 참여 신청을 하고, 숙면을 돕는 아로마 오일 키트는 학생심리상담소로 방문하여 수령할 수 있었다. 작년 11월, 우리를 찾아온 ‘꿀잠 프로젝트’가 올 겨울에는 더욱 확장된 정원으로 찾아오길 기대해 본다.

인생이 무엇이냐 물을 때 1/3은 일, 1/3은 해도 티가 나지 않는 허드렛일, 1/3은 낡아지는 육신과 손상되는 영혼에 따라 필수적으로 밟아야 하는 골치 아픈 절차들과 자기-돌봄이라고 답한다면, 엄살일까? 위 지원 프로그램과 복지 제도들은 당신의 존재론적 불안과 자기-돌봄을 위해 마련되었다. 이 리듬들이 모여 새벽 3시, 곤경에 빠진 예술가를 돕길 바란다. 예술가의 새벽 3시가 영감과 환희로 가득 차는 날은 영영 오지 않을지 모른다. 다만 당신의 새벽 3시가 지지부진한 작업을 완성하고 마침내 [SAVE]를 누르는 인내의 시간, 혹은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한 숙면에 빠져드는 시간, 최소한 영혼의 어두운 밤이 ‘귀찮아서’ 금방 빠져나오고 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진심으로.

글 박솔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