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ER 2022

CLASS

산학협력 프로젝트
<메타버스 파운데이션>
<이머시브 퍼포먼스>
<이머시브 퍼포먼스> 1조의 VRChat 과제

어떠한 상황이 닥쳐올지라도 우리는 이미 나선 길 위에서 꿋꿋하게 다음 발걸음을 내디뎠다. 늘 그렇듯 이 발걸음들이 모여 오늘을 만든다. 어느덧 코로나로 인한 파장이 사그라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있는 요즈음, 한예종 학생들의 꾸준한 시도는 한여름 아지랑이가 일듯 지면을 달굴 준비를 마쳤다. 우리는 이곳에서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과 대담하며 서로를 연결하는 한편, 거듭된 변화 속에서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을 전달하는 길라잡이를 만난다. 각자의 마시멜로우를 향하여 어디로 튀어갈지 모르는 분자들처럼 현실과 가상 사이에서 인식의 새로운 지형도를 그리는 두 수업을 소개한다.

가상 세계로 낙하산을 펼치기
과거 멀티미디어 시대에는 우리가 존재하는 3차원 세계를 2차원에 옮기는 방법을 고민했다. 평면이라는 제약 조건을 어떻게 활용하고 표현할 수 있는지 말이다. 그러나 도래한 메타버스 시대는 3차원 공간 인터넷을 기반으로 6축 경험을 통해 사용자에게 체화된 실감(Embodied Presence)을 제공한다.

산학협력 프로젝트의 <메타버스 파운데이션> 수업은 위와 같은 메타버스의 특징과 개념을 알아보고, 메타버스와 증가상 현실을 기반으로 한 작품들의 이해를 높이며 메타버스 기반 콘텐츠를 기획한다. 따라서 ‘메타버스의 개념과 창작 트렌드에 대한 매핑 강의’, ‘다양한 국내외 메타버스 아티스트와 현업 종사자들의 특강’, ‘메타버스 콘텐츠 기획’1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 중 주목할 만한 점은 각기 다른 공간과 시간대에서 세계 각국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초청 대담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메타버스를 매개로 선두에 서서 전문가들의 경험과 비전을 들여다보았다.

5월 10일 이뤄진 특강에서는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 및 시각 예술가인 랜달 오키타(Randall Okita) 감독이 자신이 연출한 <Book of Distance>를 중심으로 스토리텔링에 대해 강연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사람들이 이야기를 보면서 공간에 있는 물체와 상호작용하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도록 관객 경험을 생각한 디자인을 고려할 것”과 “어떻게 이 VR 환경에서 겪는 경험을 이야기와 연결하는가?”2라는 질문을 던지며 작품을 제작할 때 유의할 점을 말했다. 이번 강연을 통해 학생들은 이야기뿐만 아니라 관객이 참여하는 이야기를 만드는 방법과 상황에 집중하여 관객의 몰입을 끌어내는 법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결과적으로 새롭게 주어진 창작 및 관람 환경을 충분히 작품에 녹여 내기 위해 현재와 미래의 경험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가 되었다.

나날이 발전하는 표현 도구와 이에 발맞춘 새로운 스토리텔링 방식에 따라 세계에는 이전보다 파편화된 시공간과 취향이 존재하게 되었다. 이 순간에도 가상 세계에서는 산발적으로 경험과 취향을 공유하는 공동체가 생겨나고 있다. 도래한 메타버스 현실 앞에서 우리가 어떤 경험을 취할 것인지 택해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당신은 어떤 버튼을 누를 것인가? 현실을 넘어서 새롭게 펼쳐진 세계로 비상 착륙을 시도해 보자.

잊어서는 안 될 질문, 우리에게 마시멜로우는 무엇인가?
최근 연극과 현대미술 분야에 기술을 기반으로 가상 현실을 접목한 이머시브 공연(immersive performance)이 등장하고 있다. ‘이머전’(immersion)은 지각적인 동시에 심리적인 현상으로서 경험자의 의식과 감각이 한곳에 통합된 상태를 나타낸다. 이 개념은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지금 여기에’의 의미를 다중화(多重化)한다. ‘몰입하다’라는 뜻을 가진 이머전은 스마트 기기를 중심으로 소셜 미디어나 게임 등 사용자 중심의 디지털 인터렉티브 매체를 통해 매개되고 재편되는 동시대의 인지·감성을 반영한다.3 따라서 몰입과 행위가 합쳐진 이머시브 공연의 등장은 관객과 창작자의 위치에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산학협력 프로젝트의 <이머시브 퍼포먼스> 수업은 대상의 움직임과 위치의 변화를 인식하는 모션 센서(Motion Sensor) 기술을 활용하여 현실의 정보를 가상 현실 안에 적용하고, HMD 속에서 보이는 가상 현실을 현실의 물리적인 공간 위에 드러내며 상호작용하는 인사이드 아웃, 아웃사이드 인(Inside-Out/Outside-In) 형식의 가상현실 환경을 전제로 한다. 이를 기반으로 연극, 무용, 퍼포먼스의 한계를 확장하고 새로운 예술 표현의 가능성을 실험하며 최종적으로 공연 제작을 목표로 하는 수업이다. 이 수업에서는 알고리즘 퍼포먼스, 미디어 퍼포먼스 등 여러 실험을 포괄하는 형식을 지향한다.4 따라서 ‘메타버스 플랫폼인 VR Chat 세계 구현을 목표로 한 게임 엔진 Unity 제작 실습’, ‘전문가 특강’, ‘아이디어 트레이닝’, ‘이머시브 퍼포먼스 콘텐츠 기획’ 등 새로운 기술 환경 속에서 다양한 매체 실험을 위한 소프트웨어 실습과 기획 연출 활동이 진행된다. 이 수업의 특별한 점은 매번 우리에게 사유를 확장하는 질문을 던진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변화하는 세계와 현실과 가상의 경계 위에서 중심을 잡기 위해 매번 수업의 교훈을 곱씹고 있다.

3월 31일 열린 특강에서는 4~5명의 학생이 한 조를 이루어 가장 높은 구조물을 만드는 활동을 진행했다. 여기서 각 조원은 마시멜로우, 실, 파스타면, 마스킹테이프를 사용하여 구조물을 만들기 위해 짧은 시간 안에 의견 제시와 실행, 결과물 제작을 해내야 했다. 결과적으로 활동이 주는 교훈은 의견을 빠르게 반영하고 실행하며, 많은 실패를 거듭하는 과정의 중요성이었다. 모두 완벽을 추구하고자 실행을 미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원하는 것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공동의 목표를 상기하는 동시에 끝없는 실행과 실패를 반복하는 프로토타이핑의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 수업을 통해 기술을 활용한 예술 창작의 과정을 돌이켜 보며 학생들은 고민하고 망설이기보다는 직접 뛰어들어 실행하는 자세를 배웠다. 이와 더불어 실패를 두려워하는 대신 목표를 성취하는 자산으로 삼는 태도를 갖추는 계기를 마련했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한다. 새롭게 생겨난 기술을 기존의 예술 장르에 바로 적용할 때 예측만으로는 작품을 만들어 내기에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상상하고 실행하며 다시금 상상을 갱신하는 일, 크고 작은 실패를 모아 점차 목표에 다가가는 과정은 창작자에게 주어진 변치 않는 숙명이다. 그러니 새롭게 마주하는 많은 변수 앞에서 마음속에 그리는 목표이자 “우리에게 마시멜로우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잊지 않고 나아가 보자.

글 이도현
1 산학협력 프로젝트A 3분반 강의계획서 참조
2 랜달 오키타 감독의 말
3 백영주(2015). 「이머시브 연극의 경험성과 매체성 연구」 인문콘텐츠학회, 『인문콘텐츠』, 제 36호, 109~136.
4 산학협력 프로젝트A 5분반 강의계획서 참조
<이머시브 퍼포먼스> 1조의 VRChat 과제
<이머시브 퍼포먼스> 2조의 VRChat 과제 제작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