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혁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으로 2016년부터 발표된 단편소설 여덟 편과 함께 문학평론가 이지은의 해설을 함께 실었다. 작가는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에서 SF 소설과 이민자 소설의 경계에 놓인 다채로운 이야기를 선보인다. 창작 노트에서 작가는 ‘경계에 선, 혹은 경계를 넘어서는 사람들에 대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밝히며, ‘국적 없음’의 세계에서 발현하는 소설의 힘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잃어버린 딸을 찾기 위해 피난길을 되돌아가는 금조의 발걸음을 따라 전쟁 속 인물들의 얼굴을 차례로 조명하는 희곡 『금조 이야기』는 ‘방대한 역사 속 작은 개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작가로 촉망받고 있는 김도영의 작품으로 국립극단 프로젝트 2021 ‘창작공감: 작가’ 희곡선의 두 번째 작품이다.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까지의 시간 속 한반도에 살고 있는 들개, 시인, 역무원, 고아 등 30인이 넘는 인물들이 등장하며, 경계가 모호해져 버린 전쟁 속 인간과 동물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 속에 전쟁 같은 일상을 겪으며 흔들리고 있는 우리 자신이 비친다.
『그림의 새로운 시작』은 디지털-메타버스 시대의 주변부로 밀려난 아날로그적인 그림이 자연생태계-사회생태계-인간생태계의 위기가 중첩되는 오늘날의 문명 전환의 인지생태학적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주장과 함께 ‘그림에 대한 인식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선언한다. 또한 오늘의 인공지능 자본주의에 맞서 각자의 다중지능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면서 사회적 뇌를 매개로 다중지능 네트워크의 네트워크를 발전시키는 ‘미학의 새로운 실천’을 제시한다.
『당신의 얼굴이 되어라』 이후 9년 만에 발간되는 권희철 평론가의 두 번째 평론집. 문학은 그것이 탁월할수록 무해하지 않으며, 오히려 과장이 허락된다면 ‘폭력’에 가까울 것이라는 말을 통해 문학이 더 먼 자리에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평론가의 냉철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임솔아의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김금희의 『나의 사랑, 매기』 등 소설 작품 평론과 문학적 바탕에서 쓰여진 여러 글들이 실렸다.
영상원 출신 윤가은 감독의 첫 번째 산문집 『호호호』의 제목은 “언제나 뭐든 좋아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저자가 친구한테 들은 말에서 나왔다. “보통 사람들은 각자의 호불호(好不好)라는 게 있잖아? 그런데 너는 호호호(好好好)가 있는 것 같아.” 좋아하는 게 많은 저자는 과거를 돌아보며 자신이 열광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전무후무한 독창성을 드러내며 장르 불문, 문화 예술의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 나가는 드래그 퀸(Drag Queen) 아티스트 모지민의 첫 에세이로, 크고 작은 인터뷰와 소식지 등 여러 지면에서 편린으로 접했던 작가의 생각을 한데 모아 응축했다. 오랜 시간 음악과 시, 현대무용이 절묘하게 결합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각종 매체에서 강렬한 모습으로 등장했던 그가 자신의 역사를 촘촘히 써 내려갔다.
해금 연주가 천지윤의 에세이 『단정한 자유』에는 해금에 대한 글뿐 아니라 일상과 예술에 대한 단정한 시선이 자유로운 문장으로 담겨 있다. 음악, 연극, 미술, 철학의 경계를 넘어 자신을 실험해 보았던 젊은 날과 곡을 앞에 두고 구성과 해석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음악인의 초상, 연주차 방문한 이국의 도시들에 대한 정서, 순례처럼 떠난 여행 등에 대한 정연한 글을 책으로 엮었다.
해금은 현(絃)과 관(管) 사이를 넘나들며 그 속내를 어우러지게 하는 악기다. 풍류 안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구석구석의 빈자리를 찾아 채워 내는 것이 해금의 몫이다. 이 음반에서는 해금 풍류의 선율을 드러내 가곡을 연주하며, 남창가곡 26수 가운데 가장 많이 부르는 9수를 해금 선율에 담아 보았다. 대표곡으로 ‘반우반계 편락’과 ‘계면조 언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