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콘텐츠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다양한 투자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그중 블록체인 상에서 디지털 소유권을 발행하여 나누어 갖는 기술을 이용한 ‘조각투자’가 인기다. 기존엔 음악이나 드라마 등에 전문 투자기관만이 투자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큰 규모의 프로젝트나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을 쪼개어 개인이 소액으로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가의 미술품을 공동구매하고 재판매하며 발생하는 수익금을 나누어 정산하는 ‘소투(SOTWO)’, 음악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을 쪼개어 구매하여 배당금을 받거나 저작권 시세차익으로 수익을 내는 ‘뮤직카우’, 투자 상품으로 올라온 영화, 드라마 프로젝트에 투자하여 이익 배당을 받는 ‘펀더풀’ 등이 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투자 방법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을 극복하고 다양한 자산에 대해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대안투자 방법인 새로운 금융 생태계가 부상하고 있다.
국내 콘텐츠 투자 플랫폼 중 뮤직카우와 펀더풀의 거래 방법과 수익구조모델, 그리고 거래 되는 콘텐츠들을 비교하고 살펴보자. 펀더풀은 제작사에 투자하는 간접 투자가 아닌 각각의 콘텐츠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작품을 프로젝트성 금융상품으로 만들어 제공한다. 개인 투자자들은 프로젝트에 투자 후 정해진 기간 내 작품 성과에 따라 수익을 정산받을 수 있다. 투자 판단을 위한 정보에 관한 질문에 펀더풀의 대표는 “콘텐츠 투자는 위험성이 있지만 펀더풀은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전문 투자기관이 1차 투자를 완료하여 검증된 대작 K-콘텐츠를 선별해 일반 투자자에게 선보인다. 이에 더해 일반투자자가 쉽게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투자 수익 연동 지표(시청률, 관객수 등) 등 투자에 참고할 수 있는 여러 정보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1고 답했다. 투자자는 이러한 지표 외에도 투자 기간이나 최소 투자 금액, 상환 조건 등 투자 조건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대중음악 분야에서도 조각투자 플랫폼이 등장하였다. 뮤직카우는 음악 원저작자로부터 저작권료 수익을 받을 수 있는 권리인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의 일부를 사들여 이를 주식처럼 쪼개서 판매한다. 구매자는 음원의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을 구매하여 해당 음원에 대한 저작권료를 매달 배당받기에, 음원이 많이 재생될수록 높은 수익을 거두는 구조다. 혹은 음원에 대한 권리를 주식처럼 다른 사람에게 팔아 시세차익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음악 저작권이 아닌 음악 저작재산권과 저작인접권에서 발생하는 저작권료를 받을 권리인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을 거래 대상으로 삼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점이다. 음악 저작권은 ‘저작자가 갖는 고유한 권리로 양도가 불가능한 저작인격권’과 ‘저작물을 재산처럼 사용할 권리(저작재산권, 저작인접권)’로 나뉘는데, 뮤직카우는 양도가 불가능한 인격권은 제외하고 양도가 가능한 재산권과 인접권을 권리자로부터 양도받아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의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3월 13일 기준, 증권성 검토 위원회는 뮤직카우가 자본시장법상 증권에 해당하는지 여전히 논의 중에 있다. 그간 주식 발행ᆞ유통과 관련한 규제를 받지 않았지만 “금융당국이 뮤직카우를 증권(금융투자상품)으로 분류하게 될 경우, 뮤직카우가 증권거래소에 준하는 준비를 하기까지 투자자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2으로 본다. 음악 저작권이나 미술품, 콘텐츠 등을 조각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늘어난 것에 비해 아직 투자자를 유연하게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투자자들은 이를 감안하여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덧붙여 ‘카탈로그’로 여러 곡을 하나로 묶어 구매하는 해외 투자 상품과는 달리 뮤직카우는 개인이 개별 곡들의 수익성을 판단하여 투자해야 하기에 안정적인 수익 포트폴리오를 분배하는 것엔 무리가 있다고 분석된다.
기존의 투자 플랫폼과 두드러지는 차별점은 콘텐츠 투자 플랫폼에는 팬덤이 결합된다는 점이다. 뮤직카우에서 최초 경매가를 결정할 때 팬덤이 결합하면서 해당 곡의 소장 가치를 위해 훨씬 높은 값을 불러 투자하는 투자자가 등장한다. 이는 판매되는 콘텐츠의 저작권 가격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팬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개입하여 IP금융을 선도하고, 창작자와 리스너가 함께 음악 생태계의 선순환을 이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또한 기존 콘텐츠 투자의 경우 전문 투자 기관들에게 직접 피칭 후 발생한 이익을 배당받았다면 최근 뮤직카우와 펀더풀은 이를 보완하고 투자자의 범위를 확장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 투자의 디지털화로 인해 이러한 조각투자 상품이 생기면서 투자 상품 정보의 불균형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고,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다양한 투자 선택지가 생겼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콘텐츠 비즈니스는 대중적이고 소위 ‘돈이 되는’ 사업만 큐레이팅한다는 점에서 비판적으로 보인다. 물론 최근 등장하고 있는 콘텐츠 투자 플랫폼은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에 따라 이익 배당을 받는 구조로 기존의 펀딩 프로젝트 플랫폼과는 성격이 다소 다르지만 콘텐츠를 다루는 만큼 다양성이 보장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즉, 유명 연예인으로 수익성을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펀딩 플랫폼에서 독립영화나 인디음악에 후원의 형태로 펀딩을 진행하여 더 다양한 예술가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사례를 참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창작자와 투자자 모두 콘텐츠 생태계에 기여 할 수 있는 플랫폼인 만큼 그 다양성을 보장 할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덧붙여 창작물과 자본이 직접적으로 결합하는 콘텐츠 투자 플랫폼은 이전부터 미술시장을 중심으로 논의되어왔던 예술과 자본의 문제를 상기시킨다. 예술과 자본의 접점에서 어떻게 충돌하고, 결합할 수 있을지에 관한 고민이다. 과거 ‘예술과 자본’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도쿄 아트페어 미사 신 총감독은 “예술이 투자로 고려된다면 예술을 유지하는 사람과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3고 전한 바 있다. 콘텐츠 투자 플랫폼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드라마나 음악, 영화등의 한국 콘텐츠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이에 비해 이러한 예술을 유지하는 사람이나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와 관심은 여전히 적다. 한국의 콘텐츠와 예술작품이 투자 상품으로서 인기를 끄는 만큼 그것을 창작하는 예술가와 기반시설에 대한 고민 또한 함께 살펴야 할 지점일 것이다.
콘텐츠를 단순히 소비하는 것을 넘어 자신이 즐기는 콘텐츠의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하여 투자를 통해 제작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게 되었다. 콘텐츠의 조각투자가 활발해지는 만큼 투자자를 보호할 법적인 근거와 창작자 및 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 활로도 함께 마련되어 콘텐츠 생태계에 선순환을 이끌 수 있길 바란다. 또한 이와 더불어 투자자 역시 투자하는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다양한 콘텐츠가 발굴되어 대안적 투자의 기회가 마련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