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2023 SPRING45

우리가 나눌 노이즈
로스트 에어

로스트 에어(Lost Air)는 공간에 대한 뜻을 함께하는 박민주, 이다영, 이우경, 박주영, 4명의 여성 기획자로 구성된 콜렉티브이다. 2019년 결성되어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회관 지하인 대공분실에서 활동을 시작했고 계속해서 파티를 여는 중이다. 현재는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2≫(2022.11.04– 2023.04.09,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국내 언더그라운드 공연계에서 이뤄지는 파티 공간의 지정학적 의미를 탐구하는 프로젝트 ‘Rave Geometry’로 참여 중이며, 전시 마지막 날인 4월 9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이들의 애프터 파티가 예정되어 있다. 로스트 에어의 움직임은 노이즈(noise)의 방식을 닮았다. 노이즈는 곧잘 ‘잡음’의 의미로 번역되는데, 이를 견고한 중심부의 흐름을 교란하는 것으로 다시 이해해 본다면 일방향적이지 않은 공동체를 탄생시키고 동시다발 하는 이야기를 발생시키는 이들의 파티가 떠오른다. 로스트 에어의 파티 속에서 우리는 노이즈를 만들고 함께 나누며 교란에 참여한다.

로스트 에어는 어떻게 결성된 팀인가?

주영 나는 미술원 조형예술과 예술사에 재학했었다. 재학 중 독일로 교환학생을 갔을 때 파티와 전시를 여는 콜렉티브에 속해 있었다. 이 경험을 계기로 한국에 들어와 새로운 콜렉티브를 운영하고 싶었다. 마침 조형예술과 동기 다영과 후배 우경이 디제잉을 하는 파티를 열고 싶어 한다는 걸 알게 되어 함께 콜렉티브를 만들게 되었고 대공분실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민주는 처음엔 파티의 DJ로 초청되었다가 이후 팀에 합류하면서 현재 로스트 에어의 형태가 되었다.

다영 조형예술과에서 디지털 이미지나 밈에 대한 작업을 계속하며 동시에 전자 음악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 분야에서 창작자로 개입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 일환으로 디제잉을 배우게 되면서 함께 여러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와중에 우경과 주영이 같이 팀을 해보자는 제안을 해줘서 로스트 에어에 합류하게 되었다.

민주 한예종이 아닌 대학에서 기상 및 대기 현상을 다루는 대기과학과에 재학 중이다. 과학과 음악, 두 가지를 추구하며 한창 DJ 활동을 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다영의섭외요청을받고로스트에어의파티에 참석했다가 내가 가진 융합적 아이디어를 로스트 에어 안에서 구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함께하게 되었다. 전공에서 air나 atmosphere로 표현되는 단어들을 많이 다루는데, atmosphere가 ‘분위기’라는 중의적인 뜻이 있기도 하고, 팀명에 air가 들어가기도 해서 운명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학생회관인 대공분실에서 활동이 시작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팀명인 ‘로스트 에어 (Lost air)’도 이 공간의 이름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기도 하고. 대공분실에 대한 관심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다영 처음 디제잉을 배우고 나서 활동 방향이나 방식에 대해 감이 잘 안 왔었다. 그때 내게 디제잉을 알려주신 분께서 우리 학교의 대공분실 공간을 활용해보라는 제안을 하셨다. 나 역시도 SNS를 통해 대공분실이 몇 년 전까지 공연장으로 활용되고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직접 가보니 너무 좋은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어 로스트 에어 이전에 ‘돌곶이 보이드’라는 파티를 열었던 적 있었다. 로스트 에어가 결성된 이후로는 첫 활동중 하나였던 로스트 에어 매니페스티브(Lost Air Manifestive) 퍼포먼스를 진행하면서 활용하게 되었다.

주영 개인적으로는 학교 건물의 역사와 관련해서도 대공분실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한예종에 진학하기 전부터 미술원 건물이 안기부 이문동 청사였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2019년쯤에는 뉴스를 통해 이곳에서 실제로 고문이 있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다. 그러한 역사가 있는 공간에 예술학교가 들어섰지만, 여전히 ‘대공분실’이라는 이름으로 그 흔적이 남겨져 있다는 것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우경 계속 떠돌아다니면서 공간을 점유하자는 우리의 오기가 대공분실을 빌려 가는 과정에서 처음 생겼다고 생각한다. 처음 로스트 에어를 만들려고 했을 때는 교내 동아리 형식으로 활동하며 학생회관의 대공분실을 이용하고자 했었다. 그런데 사실상 대공분실이 공동 공간이기에 한 명에게 공간에 대한 권한을 온전히 줄 수 없는 상황이었고, 더불어 이 공간을 ‘파티를 한다’라는 명목으로 대관할 때 공간 사용에 대한 의구심이나 부정확한 의심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계속 교란하며 공간을 빌려왔다. 공간 대관을 위해 여러 학생 이름으로 장기간 이용신청을 하거나 이용 목적을 ‘파티’가 아닌 융합예술 공연, 이벤트 등으로 순화해서 표현하는 등의 묘안을 쓰는 식이었다. 그렇게 조금씩 교란 작전을 펼치면서 대공분실을 점유하는 과정에서 어쩌면 주인이 없는 혹은 버려진 서울 도심의 방치된 공간들을 예술 공간으로 변모시킬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그러한 계기로 로스트 에어 팀의 정체성이 조금 더 확고해진 것 같다.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2》 사전 파티: Rave Geometry - 제로원데이×로스트 에어 ©진여름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2》 작가 인터뷰 ©국립현대미술관 (촬영 박수환)

지금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2》1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지금 전시되고 있는 ‘Rave Geometry’ 프로젝트 이외에도 4번의 사전파티를 열었다. 큰 규모의 장기간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인데, 기관과 함께 여러 절차를 거치며 느꼈던 것들이 궁금하다.

다영 여러 지원사업을 알아보고 있던 참에 주영의 제안으로 지원하게 되었다. 우리가 도전해본 것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였기에 절차마다 긴장의 연속이었다. 혼자 했으면 못 했을 것 같은 경험이다. 사전 파티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그저 ‘파티를 연다’라는 개념이 아니라 큰 프로젝트에 소속된 사전 리서치로서의 파티였기에, 기존의 ‘DJ가 파티를 연다’는 개념과는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매번 공간 운영자나 관련 인물들에게 수익구조나 진행 과정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야 했는데, 다행히도 모두 잘 이해를 해주었다.

민주 그저 어떤 주제를 말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로스트 에어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었기에 (‘프로젝트 해시태그’ 공모 사업) 진행 과정의 분위기를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오히려 용감한 태도로 접근했던 것 같다. 그런데 실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니 서류 작업이나 기관의 기타 요청 사항, 여러 현장 일들과 관련하여 모르는 것들이 많아 조금 지치는 느낌도 있었는데, 정말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 가능했던 것 같다. 특히나 나는 본업이 있어서 더 그러했던 것 같다. 그때마다 팀원들이 나서서 많은 도움을 주어 팀원들에게도 정말 고마운 마음을 갖고 진행했다.

우경 공모형으로 작업을 진행할 때는 아무래도 공모가 원하는 방향에 맞춰서 기획서를 내게 된다. 그러다 보면 기존에 하려고 했던 방향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다행히도 ‘프로젝트 해시태그’의 경우에는 로스트 에어가 가진 강점들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공모였고, 더불어 제약을 많이 주지 않는 상태로 동할 수 있게 해주어서 조금은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행하다 보면 우리가 나아가고자 했던 방향이 무엇인지 잊어버리는 경우가 생기더라. 그럴 때면 당장 다음의 파티를 준비하는 데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행위가 결과적으로 어떤 발디딤이 되고 있는지, 초창기에 기획서를 쓰면서는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같은 것을 곱씹어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기획서 쓰는 초창기에는 드라마 작가들이 합숙하는 것처럼 같이 자취방에 모여서 서로 다그치면서 쥐어 짜내기도 했다. (웃음) 그렇게 기획서를 쓸 때의 마음가짐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1 «프로젝트 해시태그»는 차세대 미술을 이끌 창작자를 발굴하고 다학제 간 협업을 지원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의 공모사업이다.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로스트에어, <파티 지형도 시리즈>, 2022, 4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국립현대미술관 (박수환 촬영)

‘Rave Geometry’ 프로젝트 이전에도 한국예술종합학교 아트 콜라이더 랩의 창작 지원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던 《이분법적 격리(Binary Quarantine)》, 그리고 이외의 여러 활동의 궤적들, 그 중심엔 언제나 ‘파티’가 놓여있는 듯 보인다. 파티를 작업 안으로 끌고 오게 된 이유나 계기 같은 것이 있나?

우경 외에서는 이전부터 미술과 음악이 접목된 페스티벌의 형태(코첼라 Coachella, 버닝맨 Burning Man, MOMAps1의 이벤트 등)가 많은데, 한국에서는 해외에 비해 아직은 활발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러한 이유에는 파티에 대한 여러 가지 선입견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로스트 에어의 활동을 통해 클럽이나 공연 문화에 대한 기존의 선입견을 달리하고, 파티의 현장을 어떻게 즐길 수 있는지, 그 장은 어떻게 마련되어 있는지, 대표적인 장르 이외의 장르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을 소개하며 한국에서도 이러한 장을 활발하게 만들고 싶은 바가 있었다.

주영 파티는 단순히 클럽 공간에서 술을 마시고 음악을 듣고 춤을 추는 것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참여자들이 같은 공간 내에서 나와 함께 즐기고 있다는 동질감을 주는 공간을 현대사회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다. 소셜 미디어들도 초창기의 기획에 비해서는 그런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지 않은 것 같고. 그렇기에 파티는 개인이 쉽게 고립될 수 있는 현대 사회에서 타인들과 함께 즐기고 이를 인식할 수 있는 물리적인, 그러한 안정감을 주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감각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그러한 공간이 우리나라 사회에 물리적으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파티가 멈추면 공간도 사라지는 것이기에 더 파티가 흥미롭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민주 주영의 이야기에 덧붙여보자면 파티에서 이루어지는 감각적인 소통들이 꽤 이상적인 소통 이라고 생각한다. 모르는 사람이 옆에 있어도 ‘이 음악 좋아하세요?’라고 대화를 여는 동시에 역동적인 춤으로 이어지는, 감각을 여는 현장이다. 그러한 모습이 행복해 보였기 때문에 파티를 기획하고자 했었다.

로스트 에어, <우리의, 멈춘 적 없는>, 2022, 단채널 에세이 필름, 컬러, 사운드, 13분 49초 ©국립현대미술관 (박수환 촬영)

로스트 에어가 생각하고 지향하는 ‘파티’가 궁금하다. 국립현대미술관과의 인터뷰에서 “파티는 파티일 수밖에 없다.”라고 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는데, 로스트 에어는 무엇을 ‘파티’라고 정의하며 특정 이벤트를 ‘파티’라고 명명하는 데에는 어떠한 최소 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다영 ‘파티’라는 것이 성립할 수 있는 정말 최소한의 조건은 음악이 흘러나올 수 있는 장비, 선곡하는 사람, 그리고 그것을 듣는 관객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음악이 나오면 형성되는 분위기와 거기에 공감해주는 관객의 존재 같다. 예를 들어 관객이 100명이 있는데 10명이 반응하는 상황이 있고, 10명 밖에 없는데 10명이 다 반응을 하는 상황이 있다면, 나는 후자가 더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파티라는 것에서는 이러한 비언어적 요소, 공감각으로 인해 사람들 사이에 형성되는 공감대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주영 현재 독일 베를린의 대학원에서 미디어를 공부하고 있는데, 최근 학교 수업에서 레이브 파티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 수업에서 읽었던 논문(Lukas Drevensted, 「Dimensions of Club Culture: Learning from Berlin」(2020))을 인용하고 싶다. 논문에서는 파티의 구성 요소를 공간 (space), 씬(scene), 프로그램(program)으로 나누고 있다. 로스트 에어는 이 세 개 전부에 비중을 둔다. 왜냐면 이 세 구성 요소들 자체가 유기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에 밸런스가 맞지 않으면 파티의 지속 가능성이 적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경 로스트 에어가 그럼에도 고집하는 게 있다면 사운드인 것 같다. 더불어 ‘파티’라는 단어는 곧 ‘현장성’이라는 단어로 직결된다고 생각한다. 하루 중에서도 저녁부터 밤, 새벽까지 밖에 이루어지지 않는, 그날만의 분위기로 이루어진 하나뿐인 현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파티일 수밖에 없다’는 말은 우리가 계속 파티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기도 한데, 이 욕심을 끊을 수 없는 이유는 파티가 오롯이 하나이기 때문이다.

‘파티’라는 사건을 일으킴을 넘어 파티를 데이터로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Binary Quarantine》에서는 키넥트(Kinect) 센서를, ‘Rave Geometry’ 프로젝트에서는 라이다(LiDAR) 센서를 이용하여 기록했다. 기록을 위한 기술을 선택할 때는 무엇을 가장 중심에 두고 선택하는가? 기록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무엇이었나?

민주 ‘로스트 에어 활동을 하는 동시에 개인적으로 미디어 아트에 관심을 두고 스스로 시도해보는 시기가 있었다. 그때 파티에서의 움직임이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담는 유형의 미디어 아트 유형에서 인풋 데이터(input data)로 활용하기 좋은 형태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Binary Quarantine》에서는 키넥트 센서를 활용해 영상을 실시간으로 파티의 분위기와 매치해 변형시키며 파티의 현장성을 극대화하는 시도를 했다. 그런데 파티 자체가 이미 강한 현장성을 갖고 있는데, 여기에 실시간 공간 스캔과 그것의 변형이라는 또 다른 층위가 더해지니 각각의 의도가 흐려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파티의 현장성은 현장대로 두고 기술을 통해 움직임의 변형이라는 지점을 탐구하게 되었다. 공간을 채우는 움직임을 완벽하게 재현해 보여줄 수는 없지만, 그것의 정수는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우경 키넥트에 비해 라이다가 더 광범위한 상황에서 더많은 사람들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키넥트에서 라이다로 향하게 된 것도 있다. 그렇지만 기술적 한계 때문에 업그레이드된 버전의 다른 기기를 채택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두 가지 다 선택하게 된 계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키넥트의 경우에는 코로나 시기와 관련된다. 개인의 온도를 측정하는 센서들이 건물마다 세워져 있었고, 움직임 자체도 한정적이고 제한적인 상황에서 레이브의 존재 방식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그때 떠올렸던 것이 부스 내 사람들의 한정적인 움직임을 키넥트 센서를 이용해 반영하는 것이었다. 이번에 라이다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라이다 센서가 과거에 비해 실생활에 더 가까이 접목되고 있기도 하고, 동시에 멀티미디어 쪽에서 (미디어 아트 작가) 양아치 선생님으로부터 라이다 기술을 계속 배우고 있었다. 민주 역시 기상 관련 분야에서 라이다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이러한 맥락에서 라이다를 사용해보자는 제안을 하게 되었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상(像)을 갖게 되면, 거기에 맺힌 이미지는 시각 이미지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받게 되는 정보 값에 더 많은 선입견을 더하는 것 같다. 그래서 파티를 기록함에 있어 더 객관적으로 움직임만을 인지할 수 있게 하려고 라이다 센서, 적외선 센서를 활용하게 되었다.

《Binary Quarantine》 공연 장면 ©Art Collider
《Binary Quarantine》 공연 장면 ©Art Collider

마지막 질문이다. 인터뷰가 게재될 매거진 <K-ARTS> 45호의 주제는 ‘촉’이다. 로스트 에어가 생각하는 ‘촉’이란 어떤 것일까? 로스트 에어는 어떠한 것을 첨예하게 바라보고 있나? 현재 촉을 세우고 있는 것에는 무엇이 있나?

다영 프로젝트 해시태그와 관련한 국립현대미술관의 연계 강연에서 강연자 중 한 분이 현재의 타임라인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두렵다고 하셨다. 나도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어 기억에 남는다. 현재의 타임라인에 발을 디디고 있다는 것이 여러 의미로 해석이 되겠지만 어쨌든 (현재에) 확실히 알고 있어야 하는 상황들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순간 내가 그것들을 모르게 된다면 그게 제일 위험한 일일 것 같고, 만일 그 순간이 온다면 두려울 것 같다. 촉과 관련하여 현재의 상황에서 잘붙어서 놓치지 않고 함께가는 일에 대해 생각했다.

주영 나는 ‘촉’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즉각적으로 ‘생존’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촉은 인류가 생존 하기 위해 발달시킨 인간의 사회적인 감각과 궤를 같이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내가 해외에 있다 보니 유색인종이자 여성으로서 생존하기 위해 가끔씩 촉을 세워야 하는 순간들 때문에 ‘생존’이라는 단어가 바로 떠올랐던 것 같다. 로스트 에어의 측면에서는 계속 촉을 세워서 어떠한 흥미로워 보이는 주제를 찾아내야 하고, 이를 프로젝트로 삼아 진행하며 생존해나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는 나에게 ‘촉’이 ‘생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민주 나는 팀 내에서의 ‘촉’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팀 내에서의 촉은 서로 살아가는 환경이나 방식들이 각자 다른 상황 속에서 서로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내용에 대해 이해를 하고, 이를 다양한 관점에서 돌아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을 찾아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이 ‘소통’이라는 단어로 일축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

우경 촉을 날카롭게 갈고 닦는 이유는 사실상 아주 작은 틈을 겨냥하기 위해서이다. 파티 플래너도 아니고, 그렇다고 음악 세계에 들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미술계에 완전히 깃발을 꽂은 것도 아닌이 애매한 지점이 항상 중요하다고 우리는 생각하고 있다. 대기 속에서 부유하는 이미지가 우리 팀의 정체성인만큼 계속 애매한 지점에서 여러 버려진 공간들을 찾아 나서고, 또 새로운 파티를 열어보는 시도들을 통해 로스트 에어만이 들어갈 수 있는 또 다른 작은 틈을 만들어보고 싶다.

영상 전지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