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2024 SPRING49
사진 김경수

배를 짓는 사람 박상봉

매년 놀라울 것 없이 새롭고 다양한 연극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 한 편 한 편에는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담겨 있다. 배우, 연출, 작가처럼 전면에서 주목받는 위치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그 역할과 작업 과정이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 또한 존재한다. 뭔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은데 정확히 어떤 가능성을 만들어주고 있는지 다소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경우들.

연극 팸플릿에서 빈번하게 볼 수 있는 ‘무대 박상봉’이라는 이름 또한 그러했다. 인터뷰를 찾아보았다. 무대 미술에 관해 이야기하는 그는 진지했고, 연극 본질주의자처럼 느껴졌다. 무대 미술이라는 세계는 어떤 것일지 궁금해졌다. 사진으로 본 부리부리한 눈매 때문일까, 긴장한 채 그를 맞았다. 하지만 웬걸, 그는 꾸밈없는 시원시원한 말투로 예기치 못한 순간에 웃음을 선사했다. 본지에 실릴 프로필용 사진을 촬영하는 중에도 이걸 매일 하는 배우들에게 잘해줘야겠다며 동료를 생각하는, 박상봉 무대미술가를 만났다.

연극 하는 사람

‘무대 미술’이 잘 알려진 분야가 아닐뿐더러 다소 특수한 분야라서 그럴까. 무대미술과 학생 중에는 순수 미술, 실내 장식, 자동차 디자인, 도예 등 인접 분야에서 넘어온 경우가 많다. 박상봉은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하다가 4학년쯤 자퇴하고 한예종 무대미술과에 입학했다. “조각이 싫어서라기보다는 스토리텔링이 있는 작업에 늘 흥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영화도 되게 좋아했고, 소설, 만화책 다 좋아하는 편이에요. 고민이 많은 시기에 우연히 무대 미술을 접하고 호기심 반으로 시험을 봤는데 덜컥 붙어서, 사실 공연 한 편도 안 보고 연극원에 들어왔죠.”

미술을 했던 그는 연극의 각 영역이 전문적으로 분할된 데에서 오는 제약에 당황했다. 디렉터(연출가)의 감각까지 겸비해야 하는 포괄적인 작업의 크기를 상상했지만, 학교에서의 작업은 생각과 달랐다. 내가 뭐 문 만들어 달라면 문 만들어주고 책상 만들어 달라면 책상 만들어주는 사람이냐, 싸우기도 했다. 어김없이 미술의 중요성을 설파하던 술자리에서 “너는 미술 하는 사람으로 여기 있는 거니, 아니면 연극 하는 사람으로 여기 있는 거니”라는 선배의 질문을 듣게 된 그는 전환점을 맞는다. 연극에 대한 지식은 거의 없는 채 미술로 뭘 하겠다고 고집을 피운 건 아닌지 돌아보며, 연극 공부를 시작했다. “공연도 많이 보러 다니고 비평도 읽어보고, 결국 연극이라는 게 어떤 언어를 가진 매체인지 조금씩 이해하면서 무대 미술적으로도 나름의 이해를 만들어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시각적 극작법, 시노그라피

박상봉은 본인의 업을 ‘시노그라피1’라는 관점으로 이해한다. “극작도 스토리텔링이고 연출도 공연 안에서의 맥락을 이어가는 역할이듯 무대의 시각적인 언어들 또한 어떻게 작품의 전달 체계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죠. 그래서 시노그라피를 ‘시각적 극작법’이라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사실 세트가 없을 수도 있잖아요. 공간이 텅 비어 있고 되게 미니멀할 수도 있고요. 연출가, 배우와 함께 작품 속 장소의 의미를 파악하고 실제 무대 공간의 의미를 부여하며, 배우의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고 암시하는 데 참여한다면, 이를 단순히 무대 디자이너라고만 말하기 애매한 영역이 생기죠. 제시된 공간과 이야기 사이의 관계성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장면을 이어가고, 작품의 적확한 시적 가치를 무대에 부여한다면 이것은 시노그래퍼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어요. 따라서 용어를 분리해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연극성’이라는 부분에서 시노그래퍼는 무대디자이너의 역할보다 상위개념이라고 봅니다.”

1
무대를 뜻하는 ‘스케네(skene)’와 쓰기 혹은 그리기를 의미하는 ‘그라페노(grapho)’가 합성된 시노그라피 (scenography, architecture on stage)는 무대장치, 소리, 조명 등의 요소로 극적 환경을 창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용어 설명은 김기란의 논문 「현대 공연예술의 시노그라피 고찰-아힘 프라이어의 〈수궁가〉를 통한 시각적 극작법 분석-」, 한국드라마학회 (2014)에서 재인용.

극단 돌파구, 〈날아가 버린 새〉 공연 사진, ©김솔

연극은 영상 매체와 달리 직접 특정 장소를 담아내는 일차원적인 방식으로 재현 할 수 없다. “바다가 필요하다고 바다를 가져올 수 없고, 숲이 나오는 장면이라고 많은 나무를 극장에 심을 수는 없잖아요. 다음에 또 바다 가야 되면 어떡해요?” 그렇기에 그는 연극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를 질문한다. 바다를 무대에 불러오기 위해서 무대가 어떤 영역을 만든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소리나 조명으로 장소성을 표현할 수도 있다. 무대 디자이너이지만 시노그래퍼가 될 수 있듯이 조명 디자이너, 사운드 디자이너도 시노그래퍼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박상봉은 무대를 담당하는 사람이지만 “사실은 빈 공간이 가장 연극적이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무대장치를 이용해 장소를 바꾸기 위해서는 거대한 세트 전환이 필요하지만, 조명이나 사운드로 앰비언스(ambiance)를 바꾸거나 배우가 다른 시선을 주기만 해도 연극 속 장소는 변한다. 그는 이것이 훨씬 효율적일 뿐 아니라 아름답다고 느끼며, 이를 통해 무대라는 한정적인 공간을 자유롭게 쓸 가능성이 열린다고 생각한다. “연극에서 자율성(수행성)을 줄 수 있는 공간이 제시된다면, 저는 시적 감수성, 시적 태도들이 생긴다고 생각하거든요. 시각적인 정보로 단순 전환하는 게 아니라 관객의 상상과 더불어 장소를 이동하게 되는 거니까요. 그게 훨씬 연극의 본질에 닿아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런 공간성, 연극성을 만드는 것에 방향성을 두고 있지 않나 싶어요.”

박상봉의 작업실

2019년 초연, 극단 돌파구의 〈날아가 버린 새〉는 박상봉에게 특별하다. 오랜 파트너십으로 신뢰를 구축한 창작진과 연극적 상상력을 구현한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희곡은 허름한 단칸방을 주된 배경으로 한다. “저는 텍스트를 이해할 때 여기가 형편이 어려운 방, 이런 식의 표층적인 의미는 지워요.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형편이 어려운 방의 미장센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럼 걷어내면 남는 게 뭐냐. 아버지와 아들 둘이 있다, 좁다, 보기 싫다, 근데 가까이 있을 수밖에 없고 정서적으로는 굉장히 멀다. 이렇게 핵심만 남죠.” 단칸방을 재현하면, 비좁은 공간에서 두 인물이 부대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박상봉은 과감히 단칸방의 이미지를 버리고 두 인물의 심리적 관계와 거리감을 공간으로 풀어냈다.

〈날아가 버린 새〉의 무대는 소극장치고 깊이가 깊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의 구조를 적극 활용했다. 이 극장은 블랙박스 형태로 약 22m의 깊이와 8~9m의 폭을 지녔다. 보통은 깊이가 있는 쪽으로 무대를 두고 객석을 편다면, 〈날아가 버린 새〉 창작진은 22m의 벽이 정면이 되도록 객석을 배치했다. 단칸방을 22m의 폭과 1m 남짓의 깊이로 좁게 설정하여 복도처럼 이어진 공간을 만들었다. 두 배우가 무대 위에서 교차하게 되면 1m밖에 안 되는 좁은 공간이기에 어깨가 부딪힐 수밖에 없는 한편, 서로에게서 멀어지면 20m 떨어진 양 끝에 두 배우가 있게 된다. 좁은 공간에서 부대끼는 신체적 감각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인물 간의 심리적 거리감을 물리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

“허름한 방을 만들었다면 아마 텍스트 그대로의 연기만 재현이 될 거거든요. 상상력의 변화를 통해 작품에 도움이 되는 블로킹2이나 인물 관계를 만드는데 더 흥미를뒀죠. 배우들도 일상의 감각을 벗어나서 다른 연기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배우, 스태프들이 계속 가능성을 찾아주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박상봉은 본인이 만들어놓은 공간이 작품에서 어떻게 쓰일지, 큰 얼개를 갖고 각각의 장면 계획을 설명하기에, 함께 하는 연출가는 공간 운용에 관해 무대 미술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블로킹의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그렇다고 빡빡한 설정을 제시하는 건 아니다. 방향성을 제시하되 선택지는 열어두고, 공간 운용 및 재료의 물성이 발생시킬 수 있는 의미를 설명한다. 무대에 떨어지는 빛이 어떤 효과를 내게끔 무대 질감을 처리할지, 조명 디자이너와 필름 감도 찾듯 함께 찾아가기도 한다. 따라서 그의 작업실은 상아탑보다는 저잣거리에 가깝다. “나 다른 거해야되는데, 그만와라, 이러기도하고. 바쁠땐 선생님들한테도 예외 없이 작업실로 오세요, 이렇게 하기도 해요.”

2
무대 위에서 배우들의 위치와 무대에서의 공간 사용을 고려하여 연기자의 움직임을 배치하는 과정을 일컫는다.

극단 돌파구, 〈날아가 버린 새〉 무대 기록, ©김솔

새로운 국면, 연출

박상봉은 연출가로서 두 편의 연극을 만든 경험이 있다. 그전까지는 주로 희곡을 기반으로 드라마를 재현하는 작업에 참여하며, 무대 미술가로서 드라마와 사건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하거나 미장센을 만드는 데 집중해 왔다. 하지만 그는 다른 맥락을 만드는 데에 흥미가 갔다. “연극에는 드라마의 축이 있을 테고, 그 드라마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태도는 또 다른 영역이잖아요. 아무래도 무대 미술을 하다 보니까 시각적인 표현을 중심으로 생각하게 되겠지만, 어떤 형식으로 연극을 만들 것인가라는 양식적인 고민을 좀 갖고 있었어요.”

무대 작업을 하는 이들이 여타의 작업으로 뻗어나갈 때, 공간 설치를 비롯하여 언어적 요소를 덜어낸 작업을 주로 한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부조리극 작가 해럴드 핀터(Harold Pinter)의 작품을 연출한 점은 특이하게 느껴진다. 핀터는 그에게 개인적으로 숙제를 주었다고 한다. “핀터의 글은 정보 전달이나 유려하게 기승전결을 만들기 위해 대사가 분포된 게 아니라, 감정을 만들고 인물들끼리의 전략적인 싸움을 키워가기 위한 태도로 대사 구성이 되어 있다 보니까 언어라는 체계를 이렇게 쓸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각적인 정보들 또한 그런 방식으로 배열해 가면 새로운 것들이 벌어지지 않을까 싶었고, 그래서 오히려 그 언어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종종 기회가 되면 연출 작업을 통해 고민을 실체화할 계획이다. 연출 경험을 통해 연극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시야가 생긴 점은 그에게 큰 자산이 되었다.

〈일종의 알래스카〉 포스터, ©극단 돌곶이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Dolgojitheatre)

공부하기 안내하기

무대 미술은 체계를 갖고 공부하기가 쉬운 영역은 아니다. 물론 관련 자료와 정보는 있지만, 작품마다, 문화권마다 변수가 많기에 결국은 ‘태도’가 더 중요해지는 것 같다고 그는 말한다. “연기나 연극 이론에 관련된 것들을 더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요즘 세계적으로 연극의 추세는 어떤지, 무대가 어떻게 나오는지, 연출들은 어떤 방향으로 작품을 만들어가지, 무대가 점점 없어지네, 이런 것도 보고요. 그럴듯하게 장소를 만들기보다는 장면이 가진 힘이나 태도들을 정확하게 해주는 데 더 목적이 있는 것 같아요. 요즘 그런 것들이 많이 보이고, 저도 그런 지점들을 실험해 보는 데 흥미가 생깁니다. 주변에서 뭐 읽으면 좋을지 물어보면, 일단 많이 읽어보라고 해요. 작품을 이해 못 하면 어차피 시작이 안 되니까요.”

그는 연극원 무대미술과에서 〈컨셉트 스케치〉, 〈극장과 무대미술〉 등의 수업을 통해 학생들을 만나온 선생님이기도 하다. 1학년 신입생의 경우, 미대로 오해하고 온 경우가 있을 수 있기에 무대미술과의 방향과 의미를 설명해 주는 편이다. 한편4학년은 공연 전체 시간을 책임지고자 했는지 꼼꼼히 질문한다. 단편적으로 한 아이디어만 가지고 무대를 꾸며 놓은 건 아닌지, 무대에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물건은 없는지, 계속해서 의미를 찾도록 유도한다. “졸업하면 진짜 책임을 져야 하거든요. 남의 돈 쓰는 일이기 때문에 작품에 도움이 되는 정확한 이유를 찾도록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덤 웨이터〉 포스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

무대 미술가의 위상, 그리고 동료의식

무대 미술가의 역할이 종종 협소한 개념으로 이해되고, 작업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박상봉은 양쪽의 책임인 것 같다고 말한다. 무대 미술가 스스로 좁은 범위 안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고, 연극적인 언어를 같이 만들어가는 작업을 하지 않은 채 아티스트로서 큰 지위와 평가를 받고자 한다면 그것도 잘못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학적으로 고민하고 시노그라피적인 작업을 함에도 정당한 평가가 부족한 건 비평의 부재 때문이 아니겠냐고 그는 묻는다. 연극 평론이 위축된 현 상황은 아쉬움으로 작용한다. “저도 노력해야 하는 거고 다른 분들도 노력해야 하고요. 무엇보다 같이 연극적인 언어들을 확장할 수 있는 동료의식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가장 편한 상태를 찾게 되니까요.”

그는 무대 미술가로서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기보다는 ‘사람’을 보는 작업자이다. 졸업 직후엔 빨리 성공해야 한다는 욕망을 품고, 전투적으로 움직이고 고민하고 주장했다. 하지만 결국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일을 하게 되면 스스로 마음에 안 드는 짓을 하게 되었다. 그는 어떤 연극을 만들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같이 하는 사람이 너무나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안 그러면 지치고 나가떨어지게 되는 것 같고요.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들과 일을 해야 해요. 서로 책임감 있게 하다 보면 언젠가 다 성장해 있을 테고, 이것이 언젠가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해요. 만약에 시작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잘해라, 그게 일을 오래 하는 방법인 것 같다,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그는 무대 미술을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웬만하면 다른 일을 하라고 한다. 그럼에도 무대 미술을 하고자 한다면, 세트 미술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본인의 길도 찾을 수 있고, 연극계 동료들과 대화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조명이 어떤 방식으로 공간과 이야기를 풀어가는지, 배우는 또 어떤지, 이런 것들에도 다 관심이 있어야 해요. 종국에는 무대를 지어서 그 사람들을 다 위에 태우는 거잖아요. 저는 종종 어디를 간다고 얘기할 때가 있는데, 배 띄우는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돛단배를 만들까, 태평양을 건너야 하니 범선을 만들까, 스케일부터 여러 지점을 생각하죠. 배만 있으면 어디를 안 가잖아요. 사람들이 다 곳곳에서 역할을 해야 하는 거니까요. 저는 제일 단순하게 무대를 생각하고요, 그래서 가장 욕심이 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립극단 연극 〈벚꽃동산〉의 무대 기록, ©나승렬

인터뷰가 끝난 뒤 집으로 돌아가며, 밀레니얼 세대의 낭만을 담당했던 일본 만화 『원피스』가 떠올랐다. 해적왕을 꿈꾸는 몽키 D. 루피가 동료들을 하나, 둘 모아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 그가 동료를 선택하는 기준은 제멋대로이다. 능력이 아니라 사람을 보며, 그냥 자기 마음에 들면 무한 신뢰를 보낸다. 루피를 중심으로 모인 밀짚모자 해적단은 각자의 꿈을 품고, 또 공동의 운명을 안은 채 거친 바다를 항해한다. 요리사, 항해사, 의사 등 각기 다른 역할을 해내는 해적단 멤버 중에는 조선공 프랑키도 있다. 숱한 모험을 함께 했던 배가 명을 다하자, 그는 동료들을 위해 새로운 배를 만든다.

어린 시절, 『원피스』를 탐독하며 절절한 동료애와 낭만적인 모험을 부러워했다. 해적이 되고 싶었다. 꼭 해적이 될 필요는 없었다. 본인이 만든 배에 연극 동료들을 태우고 모험하는 자가 여기 있다. 1년에 스무 편 이상의 작품을 해내며 강도 높은 작업을 해온 조선공 박상봉. 앞으로는 본인을 조금 더 아껴주며 공연을 해 나가는 방법을 찾고자 한다는 그가 부디 건강한 모습으로 오래오래 모험하길 바란다.

글 황지성
연극으로 이런저런 일들을 해보려는 사람

진행 임지지 영상 박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