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만큼 이 질문이 난감하게 느껴지는 때가 없었을 거예요. 나이와 직업을 불문하고 누구나 최소한의 생활 반경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있는 시기니까요. 지금이야 다들 똑같지 않겠냐고 대답하며, 상황이 나아지면 만나자고 약속을 하기에는 이제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묻는 대신 무소식이 희소식이겠거니, 그저 각자의 하루를 보내는 데 익숙해졌지요. 그런데 지난 봄호를 통해 이렇게 벌어진 사람들 사이를 잇는 두 목소리1를 듣고, 여러분이 어떻게 지내는지 꼭 물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어요. 저처럼 서로 만나 안부를 주고받는 일을 아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물론 꾸준히 비슷한 질문을 해 오기는 했지만, 그 대상이 주로 예술을 하는 여러분으로 한정되어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에게 예술이 중요한 무엇이라고 해도 그것이 우리 인생의 전부는 아닌데도요.
학교에 들어와 좋은 점은 각자에게 다르겠지만,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얻는 즐거움은 누구라도 장점으로 꼽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같은 학과 동기나 선후배들과 함께 수학하는 동료로서 교류하기도 하고, 여러 과외 활동을 통해 타과, 타원, 더 넓게는 타교 학생들과 만나 볼 수도 있습니다. 알고 계시겠지만 우리 학교에도 여타의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동아리가 있어요. 총학생회에서 해마다 신규 동아리 신청을 받고, 그중 1년간 꾸준히 활동한 동아리를 다음 해에 정식 동아리로 승격시켜 줍니다. 학생들이 이모저모 바쁘다 보니 장기간 존속하는 동아리는 많지 않은 편이지만, 그래도 매년 새로운 동아리가 생겨나고 있어요. 활동 분야도 각양각색으로 학교 곳곳에서 활약 중입니다. 오늘은 여러분께 예술 외 분야 혹은 그보다 더 넓은 영역에서 활동하는 여러 동아리의 근황을 들려 드릴까 합니다.
(도움 주신 분들: 마음 회장, 파랑별 대표, 그날이오‘면’ 회장, 한예종 풋살단장, 예비종 대표)
동물보호동아리 〈마음〉
석관동 캠퍼스를 오가는 분들이라면 미술원 중앙정원에 사는 황색 토끼, ‘돼끼’를 한 번쯤은 보신 적이 있을 거예요. 지금은 흰색 털에 검은색 점박이 무늬가 있는 ‘판다(흰끼)’도 함께 살고 있습니다. 한예종 동물보호동아리 ‘마음’에서는 이 토끼들을 포함해 교내 동물들과 석관동 캠퍼스 인근의 동물들을 돌보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고양이 일러스트 에코백과 유리컵 등의 굿즈를 리워드로 제공하는 텀블벅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그때 모인 후원금으로 올해 석관동 캠퍼스 고양이들의 TNR2을 진행하고, 미술원 토끼들에게 건초를 공급하는 급식소 설치까지 마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번 해에도 귀여운 고양이와 토끼의 모습을 담은 판화 엽서를 준비 중이라고 귀띔해 주셨어요. 또, 작년에 모금을 마쳤음에도 연이은 포획 실패로 진행하지 못했던 판다의 중성화 수술도 올해는 꼭 완료할 계획이래요(판다(흰끼)의 중성화 수술은 5월 말에 성공적으로 끝났답니다). 근황을 들려 주신 주형 님은 교내에서 종종 마주칠 수 있는 고양이들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분들을 위해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를 추천하셨습니다. 함께 교내 동물들을 위한 급식 봉사를 진행할 신입 부원도 상시 모집 중이라고 하네요.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안전한 거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보다 많은 동물들을 행복하게 하고자 노력하는 마음의 활동 소식들은 인스타그램 계정(@maum.animal)에 올라오고 있답니다.
친환경 예술 활동 동아리 〈파랑별〉
지난 봄 강원도에 눈이 왔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교과서에서 배운,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원래 봄에 큰 비가 내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번 봄에는 수도권에도 며칠씩 비가 내렸고 강원도에는 지방에는 눈까지 왔어요. 이렇게 날씨가 예년과 크게 다른 것을 환경 오염으로 인한 이상 기후 현상으로 보는 견해들이 있습니다. 환경 오염은 단지 정책적으로 고민하고 학문적으로 연구해야 할 대상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생각하고 대처해야 할 생존의 문제가 되었어요. 친환경 예술 활동 동아리 ‘파랑별’은 이와 관련된, 지속 가능한 예술 활동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지난해 동아리 거리제를 통해 이미 인스타그램 계정(@parangplanet)을 보신 분들도 계실 텐데요. 활동 목표는 크게 세 가지로, 첫째는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는 공연 및 전시 등의 친환경 예술 활동, 둘째는 교내 환경 인식 제고를 위한 환경 캠페인, 셋째는 환경 봉사 및 스터디라고 해요. 다만 현재는 코로나19 상황으로 활동이 어려워서 환경 다큐멘터리와 도서 등을 함께 보고 읽으며 공부하는 줌(ZOOM) 스터디만을 격주로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래도 5월에는 ‘플로깅’을 하러 갈 예정인데요, 플로깅은 조깅(jogging)과 쓰레기 줍기(plocka upp: 스웨덴어로 ‘이삭을 줍는다’는 뜻)의 합성어로,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말합니다. 그 외에도 하반기에는 앞서 언급한 친환경 전시나 공연을 목표로 하고 있대요. 쓰레기를 재료로 하는 정크 아트 등의 시도도 좋지만 무엇보다 재활용되지 않는 쓰레기를 줄이려는 근본적인 노력, 그것을 위한 인식의 확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해 주셨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지키기 위한 파랑별의 여러 활동들을 앞으로 주목해 주세요
비거니즘 동아리 〈예비종〉
우리 학교 구내식당에 채식 메뉴가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비록 분식 메뉴 두 종류뿐이지만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학내 구성원들에게는 선택지가 늘게 되었어요. ‘예비종’은 원래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기반의 비건 지향 모임이었는데요, 제23대 총학생회 ‘하나’와 함께 학교 식당 메뉴 추가를 추진한 것을 계기로 동아리 형태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차별과 불편 없는 비건 지향인들의 학교 생활을 목표로 여러 가지 활동을 펼치고 있어요. 작년에는 석관동 캠퍼스 내 비건 공유 주방을 만들겠다는 내용으로 채식 식당 정보 앱인 ‘채식한끼’의 비건 장학금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교내 모임이나 교내 공간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학교 측의 권고 때문에 관련 물품만 구입한 후 본격적인 공유 주방 정비와 운영은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네요. 대신 이번 학기에는 학교 매점에 비건들이 먹을 수 있는 식품이 있는지 찾아보거나 석관동 캠퍼스 인근 비건 및 비건 옵션 식당을 발굴하는 활동을 했다고 합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함께 모여 비거니즘 관련 다큐멘터리 시청도 하고, 비건 맛집 탐방도 했는데 지금은 그런 활동을 할 수 없어 아쉬우시대요. 마지막으로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은 언제 어디서든 존재한다는 점과 채식이 단순한 취향이나 기호가 아닌, 환경이나 동물권 등 각자의 신념에 따라 동물성 소비를 지양하는 행동 방식이라는 점을 학교의 다른 구성원들이 생각해 주길 바란다고 전해 주셨습니다. 지금 당장 비건이 되는 것은 어려울 수 있지만 조금씩 생활 방식을 바꿔 보는 것은 생각보다 쉽고 여러분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가져다 줄지도 몰라요. 관심이 있는 분들은 언젠가 또 있을 동아리원 모집을 기다려 보세요. (인스타그램 @karts_vegan)
풋살 동아리 〈한예종 풋살단〉
우리 학교는 예술만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예술학교이기 때문에 학과 수가 적기도 하고, 캠퍼스가 이원화되어 다른 학교에 비해 건물이나 시설이 적은 편입니다. 그래서 아쉽게도 광장이나 운동장이 없어요. 그런데 작년에 풋살 동아리 ‘한예종 풋살단’의 창설 소식을 들었습니다. 현재로서는 우리 학교의 유일한 스포츠 동아리예요. 활동을 어디에서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전부터 궁금했는데요. 석관동 캠퍼스와 가까운 돌곶이역 5번 출구 근처에 풋살장이 새로 생긴 것을 계기로 동아리가 탄생했다고 합니다. 대여 비용은 기간이 길수록 저렴해지는데, 지금은 시설 규제가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기 때문에 한 달 단위로 대관해서 매주 월요일에 소규모 인원이 번갈아 모여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활동 인원이 줄어든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이전보다도 새로 들어오는 인원이 늘어 매주 즐거운 연습을 이어 가고 있대요. 설립 초기에는 지금만큼 코로나 상황이 나쁘지 않아서 다른 풋살 팀과 친선 경기를 치르기도 했는데, 개개인의 실력은 출중했지만 이제 막 모였을 때다 보니 팀워크가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서로 많이 친해지고 호흡도 잘 맞게 되어서 다른 팀과의 경기가 가능해질 날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경기 상대는 축구/풋살 관련 카페나 앱에서 찾고 있다고 하니, 혹시 풋살단과 경기를 해 보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면 참고해 주세요. 나이나 성별, 실력에 관계없이 신입 단원은 언제든 환영하고 있으니 풋살단과 한 팀이 되어 보는 것도 좋겠네요. 나중에 우리 학교가 통합형 캠퍼스로 이전하게 된다면 운동장에서 뛰어다니는 단원들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동양 면식 동아리 〈그날이오‘면’〉
모든 동아리는 그 활동에 대한 애정으로 시작되는 것이겠지요. 그중에서도 동양 면식 동아리 ‘그날이오면’의 면 사랑은 특별해 보입니다. 동아리 설립 계기를 여쭤보니 국수가 정말 너무 좋은데 국수 먹는 것을 취미로 여기고 공감해 주거나 열정적으로 함께 좋아해 주는 사람이 없어 시작하게 됐다고 하셨어요. 면 요리 중에서도 동양 면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로는 영화나 소설도 사람마다 장르에 대한 취향이 다르듯이 면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모두 취향이 다르니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이 모였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고, 둘째로는 동아리 설립자이자 현 회장인 영재 님 본인에게 서양 면식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해요. 만약 주변에 서양 면식에 대해 잘 아는 분이 있다면 동양 면식 지부와 서양 면식 지부 2체제로 나누어 운영할 생각도 있었다고 하는데, 그런 분을 찾기가 쉽지 않으셨던 모양입니다. 5인 이상 집합 금지 조치가 내려지기 전에는 인스타그램 계정(@waiting_for_noodle)에 정기 면식회 후기를 업로드해 주셨었는데요. 지금은 회원들끼리 만나기도 쉽지 않아 아쉽다고 하셨습니다. 동아리 활동이 면식회 후 커피를 마시는 방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회원들 간에 친목을 다지기 쉬운 면도 있지만, 그런 만큼 면식이 빠지게 되면 알맹이 없는 친목회가 될 수 있어 그 부분은 경계하고 있다며 면식에 대한 진지한 마음도 보여 주셨습니다. 면식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을 환영하지만, 지금은 활동이 어려운 실정이라 여름방학이 끝난 후에 여석에 한해 신규 회원을 모집하실 예정이라고 하네요. 코로나가 종식되면 그동안 가지 못했던, 평소에 가기 힘들었던 식당 탐방을 비롯해 여러 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하니 ‘그날이오면’ 다시 업로드될 면식회 후기를 기대해 봅시다.
우리 학교 동아리들은 매년 5~6월 사이에 동아리 거리제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개최되었는데, 석관동 캠퍼스 예술극장 앞에 천막을 깔아 두고 오프라인으로 진행할 때보다도 흥미로워하는 반응들이 많았어요. 올해 역시 온라인으로 거리제가 진행되었어요.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거리제는 당장 1:1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소 거리가 먼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오히려 오프라인으로 진행할 때 존재하던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져서 더 다양한 사람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그날이오‘면’이나 예비종처럼 식사 위주의 동아리들은 현재 많은 활동을 할 수 없어 아쉬워했지만, 마음이나 풋살단은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동아리의 주요 활동을 이어 나갈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파랑별은 활동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구체적인 목표를 두고 실천하려 노력하는 의욕을 보여 주셨지요. 지금 이 시기를 지나는 여러분의 오늘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서 새로운 취미를 갖게 되지는 않았나요? 과거에 갔던 여행 사진을 찾아보다가 당시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풍경을 발견하는 일은 없었나요? 이런저런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은 아쉽지만 쉴 시간이 늘어 편안한 날들을 보내고 계실 수도 있겠어요. 그래서 어떻게 지내시나요? 잘 지내고 계신가요?
여러분에게 들려드리기 위해 동아리 소식을 모으는 동안 저도 여러모로 신기하고 즐거웠답니다. 플로깅이라는 활동에 대해서는 파랑별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고, 학교 근처에 풋살장이 있다는 것도 풋살단 덕분에 알게 되었어요.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비건 공유 주방의 진척 상황도 알 수 있었고요. 인터뷰를 위해 마음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확인하다가 정기 후원 제도가 새로 생긴 것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그날이오‘면’의 면식회 후기들을 다시 살펴보다가 갑자기 냉면이 먹고 싶어지기도 했어요(먹지 못했습니다). 지금 당장 관련된 활동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것은 물론 어려울 거예요. 하지만 막연하게 나중을 기약하고 미루는 것만이 아니라, 새롭게 떠올렸거나 다시 발견하게 된 여러 활동들을 상상하며 리스트를 차곡차곡 쌓아 두는 것도 때로는 소소한 기쁨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 말을 여기까지 들어 주신 여러분의 오늘도, 저처럼 즐겁고 행복하기를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