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이 최고의 생활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조부모 세대는 화이자를, 부모 세대는 아스트라제네카를 접종하고 있습니다. 민방위에 해당하는 30대 남성과 20대 중 사회필수요원들은 곧 미국 정부가 제공한 얀센 백신을 맞는다고 전해 듣습니다. 삼삼오오 모이면 잔여 백신을 신청했는지, 맞을 기회가 또 있는지 살핍니다. 코로나 확진자 수는 이제 건너뛰고 백신 접종률에 더 촉각을 세웁니다. 뉴스 역시 백신 접종 후 사망과 이상 반응 중심에서 백신 예약자 증가에 따른 집단 면역의 효과와 탈팬데믹의 시기를 예측하는 기사로 옮겨 갑니다. 말 많고 탈 많던 백신 접종이 나름 안전한 오늘과 건강한 내일에 대한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그럼 이만 안녕!”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안녕을 기원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안녕을 접합니다. 팬데믹 상황에서 예술이 우리 사회의 백신이라고들 했는데, 예술가는 무엇을 백신 삼아 이 시절을 지내고 있을까요? 우리의 백신을 만들어 주는 예술가는 안녕한가요? 몸도 마음도 건강한지요? 닫힌 극장과 텅 빈 무대를 떠난 예술가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며 이 강을 건너고 있는지 들여다보았습니다. 작가주의적 체면과 명분이라는 환상과 충돌하며 작품을 생산하는 9년차 예술가의 고민으로 시작하여 여전히 가상과 현실에서 타자와 관계 맺기를 통해 서로의 존재를 감각하고자 하는 노력을 소개합니다. 안녕하기 위한 극과 극의 풍경은 보는 재미를 더합니다. 운동장도 없는 학교에서 풋살단을 창설, 매주 연습하며 경기 상대를 찾거나 동양식 면을 먹으러 다니는등다양한취미와놀이에빠진이들과정규 수업이 아닌 ‘진짜 공부’에 매진하는 이들을 함께 만났습니다. 이제껏 없던 연극을 연구하겠다고 하고, 폐기된 세트의 무대 도면을 다시 그리며 제작 과정을 배우고, 칸트와 니체, 마르쿠제를 읽으며 이미지를 제대로 좇아갑니다.

우리가 묻는 안녕은 마음과 마음씀으로부터 옵니다. 쨍쨍한 가야금을 연주하면서도 전통예술을 계승하는 학생들의 미래를 밝혀 주고픈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과 뭐든 처음이라 막막했던 시간을 지나 후배들에게 보다 좋은 길을 내어 주고픈 선배의 마음씀을 전합니다. 시대의 고통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만들고자 했던 작곡가의 꼬인 마음마저 표현해 냄으로써 코로나 시대 관객에게 위로를 전하고픈 콰르텟의 마음씀, 사랑의 산책자로서 그 구체적 풍경을 그리며 독자들이 사랑안에 머물도록 하는 시인의 마음까지 예술에 대한 존경과 사랑으로 가득찬 여러 마음들을 담았습니다. 먼지로 예술하는 거리의 예술가를 그린 영화와 서로 다른 성질을 지닌 작품을 조화롭게 배치하여 멈춤과 움직임으로 관객의 시선을 잡아 두는 전시, 끝에서 언제나 시작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소설,하드락과 판소리가 어우러진 폭발적 에너지로 걸인들의 한을 푸는 몸짓도 서로의 안부를 묻기에 좋은 인사가 될 것 같습니다.

예기치 못한 사고가 여름 장마비처럼 범람하는 세상입니다. 요즘 같은 시절에 무사하고 무탈하기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어야겠지만, 맞닿은 현실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노장철학을 다시 읽으며 무위(無爲)를 피신처로 찾아냅니다. 무리해서 무엇을 하려 하지 않고, 스스로 그러한대로 사는 삶.인간의 욕심이 오히려 세상을 혼란시키고 타인도 자신도 괴롭히고 있습니다. 휴일이면 자연으로 발길이 향합니다. 여름 밤하늘을 수놓는 반딧불이에게 “안녕” 인사를 건네야겠습니다.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