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식

<말을 걸어오는 나무2>

캔버스에 아크릴릭, 100x80cm, 2006

하나의 어둠과 각자의 시간

모든 풍경은 밝고 어두운 것의 사이 색으로 만들어진다.
모든 밤은 땅 위의 불빛들을 도드라지게 만들고
땅 위의 굴곡들은 수많은 작은 밤들을 만든다.
그 안에 세상의 모든 것이 있고 그 사이로
공평한 시간이 흐른다.
세상은 아무 말이 없다. 세상엔 하늘에 떠 있는
별의 개수만큼의 무엇인가가 존재한다.
그것들은 각자의 시간을 살아내고
빛은 그것들의 모습을 만들며
그것들은 내 안에서 풍경이 된다.
아름답기도 하고 추하기도 하며
절실함과 동시에 무심한 이 모두는
세상의 일부이며 생겨나고 또 사라진다.
내 그림이 된 것은 그런 것들이다.
그림은 나에게 다른 이들과의 대화이고 일기이며, 또한
언젠가 죽어야만 하는 생명으로서 시간을 붙잡는
하나의 불완전한 방법이다.

아름답다는 것

숲속에는 지나가는, 그러나 영원한 시간이 있다.
움직이고 있지만 매번 같은 모습을 되풀이한다.
그곳엔 섭리와,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는 현상만이 난무한다.
그리고 그 현상들이 모여 숲을 만든다.
여름은 잎을 키우고, 생겨난 잎은 떨어져 땅으로 돌아간다.
그 무수한 잎의 추락이 숲의 모습을 이룬다.
그것이 왜 그렇게 거기에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말없는 그곳에 가서, 그것들이 있음을 바라보며
우리는 아름답다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