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영상이론과 전문사에 재학 중인 오렌지필름 민지연입니다. 어느덧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있네요. 매거진 ‹K-Arts›는 입학 때부터 유의미한 주제와 글들이 많아 평소에도 열심히 챙겨보고 있었는데, 지면에 제가 하는 일을 소개 하게 되어 무척 감사하고 신기합니다. 특히 이번 주제이기도 한 ‘영토’라는 말을 통해 제가 그간 해온 일과 방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어요. 묵묵히 길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그 길에서 뜻밖의 응원을 받은 기분입니다.

오렌지필름은 단편영화 상영‘기획’을 총괄해서 하고 있습니다. 단편영화 배급사도 아니고, 상영 공간을 운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기획을 꾸준히 하다 보니 어느덧 5주년이 되었어요. 영화와 관객이 만나는 가치를 믿고 매달 단편 영화 3편을 하나의 기획으로 독립영화관, 예술영화 전용관에서 상영을 합니다. 그간의 상영회차를 세어보니 총 72회로, 2015년부터 매달 쉬지 않고 해왔네요. 처음부터 한 번의 큰 성공이 아닌, 꾸준히 오래 하는 것이 더 가치 있고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 ‘꾸준히, 오래’에 방점을 두고 시작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오렌지필름의 슬로건은 ‘까봐야 안다!’ 인데요. 관객은 다양한 영화를 볼 권리가 있다는 믿음과, 단편영화 혹은 독립영화에 대한 막연한 편견을 깨고 싶은 바람으로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좋고 유의미한 단편영화들이 많은데 사람들이 와서 보았으면 해서, 또 일단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슬로건을 정했죠.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 오렌지필름 상영은 그저 믿고 볼 수 있을 정도가 되었으면 했습니다. 또한, 매달 ‘주제’라는 제 생각이 더해지는 기획전이다 보니 이를 통해 관객이 극장에서 함께 보고 작품들을 향해 또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

‘꾸준히, 오래’ 하는 데 방점이 있지만 결국 꾸준히 오래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언가 잘하고 싶고, 알고 싶을 때 절대적인 시간을 들이는 게 무척 당연하기에 학교에 입학하게 됐어요. 영상이론과를 다니면서 입학 전보다 많은 영화들을 두루 보고 여러 가지 방향을 두고 생각하는 시간은 다른 것과 바꿀 수 없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이 시간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영화를 보다 섬세하고 또렷하게 보고 소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하다보니 생각하지 못한 좋은 기회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처럼 이 길을 걸어가며 자신만의 영토를 만들고 있는 누군가에게도 응원을 아끼지 않고 싶습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조금씩, 천천히 걸어가겠습니다. 그리고 그 길에서 만나길 바랍니다.

글 민지연(오렌지필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