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 자기 인생의 A와 A'1에 대한 고민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특히 빠르게 변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라면 나의 ‘본분’이라고 일컬어지는 A만으로는 먼 미래의 내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한예종 재학 시절 학교에서 습득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얻어내고자 했고, 독일로 유학을 떠난 후엔 이방인이자 학생으로서 본분에 성실히 임했습니다. 유학을 마치고 국내에 들어와서는 주어지는 모든 연주 기회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지금은 대구MBC교향악단의 전임지휘자이며 종종 국내외 오케스트라의 객원지휘자로 활동하기도 합니다. 교육 분야에도 제가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작년부터 한국예술영재교육원의 오케스트라 수업을 맡았고 올해는 서울시 교육청 산하의 학생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임명되었죠. 이렇게 지휘자로서 뚜벅뚜벅 걸어 나가는 것이 저에겐 A일 것입니다.

그러나 돌아보면 저는 늘 A'을 찾아 헤맸던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두 가지 굵직한 A'이 있는데, 첫째는 친구들과 함께 시작한 앙상블이 ‘말러리안 프로젝트’로 성장한 것이고 둘째는 게임음악 플랫폼 ‘플래직’을 설립하게 된 것입니다. 모두 저의 취미를 A에 접목시킨 결과 탄생한 A'들이죠. 그런데 어쩌면 ‘진솔’이라는 사람의 아이덴티티를 더 명확하게 해 준 것은 A'들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말러의 모든 교향곡 연주에 도전하는 아르티제-말러리안 프로젝트는 정통 클래식 음악을 목표로 하기에 저의 A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음악가들에게 구스타프 말러라는 작곡가의 의미는 특별합니다. 그의 관현악곡이 마에스트로 지휘자들, 대단한 내공을 가진 연주자들만이 도전할 수 있는 음악으로 인식되는 점을 생각했을 때 젊은 음악가들에게 말러의 음악은 그저 꿈과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말러리안 프로젝트는 비단 말러라는 작곡가가 특별했다기보다는 그의 음악을 통해 이전에 없던 특별한 모험을 만들어 보고자 했던 것이고, 저를 포함하여 말러의 음악을 사랑하는 분들이 정말 많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한편 ‘플래직’은 방황하던 청소년기에 즐겨 했던 컴퓨터, 비디오 게임들에 대한 애정이 저의 A와 융합하여 탄생한 플랫폼입니다. 처음엔 단순히 게임음악을 악기로 연주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소규모로 시작했지만 곧 게임 제작사 쪽에서도 오케스트라와 라이브 음원에 대한 갈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본이 부족하고 순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국내의 클래식 음악 시장에 외부 업계와의 융합을 통해 자본의 유입을 늘려야 한다는 왠지 모를 사명감도 있었던 것 같네요. 그렇게 저의 취미와 전공, 업계의 상황과 수요가 모두 뒤섞여 탄생한 A'이 바로 플래직입니다. 둘 다 출발할 때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시도이니만큼 독특하게만 바라보는 시선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꾸준히 노력하며 시간이 지나다보니 그것들도 저의 정체성들 중 하나가 되었네요. 지금 돌이켜 본다면 이 A'들을 생각하고 실행에 옮긴다는 것은 겁이 많은 저와 보수적인 순수예술계를 생각해 볼 때 엄청난 모험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후배님들에게›
한예종은 제가 만난 해외의 음악가들도 극찬할 정도로 뛰어난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최고 수준의 학교입니다. 이런 곳에 머물 수 있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감사할 따름이죠. 졸업 후에도 넓다면 넓고 좁다면 좁은 음악계에서 교수님들과 선후배, 그리고 동료들과 늘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 특별한 공간에서 A에 충실한 동시에 자신만의 A'을 찾아내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글 진솔 (지휘자)
1 A'는 에이프라임(prime)으로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