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혜, ‹blind›, 합판, 스티로폼, 레진, 마포걸레, 가변설치, 2019

개인전 «영광의 상처를 찾아»(2019, 송은아트큐브)에서 선보인 ‹blind›는 강아지 조각과 깜찍한 걸레 모형, 그리고 장식적인 좌대로 구성된 설치 작품이다. 통념, 규범, 질서와 같은 사회적 약속의 배신에 대해 다루었던 해당 전시에서는 유독 기대와 현실의 괴리를 다룬 작품이 많았다. ‹blind› 역시 귀신을 보거나 액운을 막아준다는 삽살개의 형상과 그것을 재현한 물성을 충돌시킴으로써 모순적 상황을 연출하였다. 작가는 이러한 설정을 통해 개인에게 내재화된 가치관의 우선순위를 재고하고 현상에 덧씌워진 의미를 하나씩 들춰볼 것을 제안한다. 제목 ‘blind’는 실제로 귀신을 보는지 어쩌는지 확인된 바 없는 그저 귀여운 강아지의 이미지, 나아가 단순 재료로서의 마포걸레의 속성을 가리키는데, “영광의 상처는 무슨…”으로 끝맺었던 작가의 작업노트와 그 맥락을 함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