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예술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플랫폼이 되었다. 자신의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대안 공간이 되기도 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도할 수 있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 미디어의 변화에 적응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은 유튜브라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을 치열하게 고민하며 도전하는 유튜버 예술가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CineBong 몽상가들’의 강봉성, ‘CDY’의 전보름, ‘춤추는선진이’의 이선진, 권화평 ‘PEACE KWON’의 권화평. 네 명의 예술가를 만나 오늘날의 예술을 질문해본다.

이선진 권화평 전보름 강봉성

전보름: 영상원을 졸업한 전보름입니다. CDY라는 창작집단에서 영상제작을 하고 있어요. ‘CDY’는 아티스트들의 공간으로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가방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가방초대석’, 신진작가들의 작업을 공유하는 ‘예술이란 뭘까’, 그리고 ‘브이로그’를 올리고 있어요.
이선진: 무용원 창작과 이선진이라고 합니다. 저는 ‘춤추는선진이’라는 채널을 한 5년 정도 운영하고 있어요. 춤이랑 뷰티, 일상 영상을 주로 만들고 있습니다.
권화평: 저는 음악원 성악과를 나온 권화평입니다. ‘권화평 PEACE KWON’ 채널은 일상 영상을 주로 올리고 있어요. 유튜브로 돈을 버는 게 마음처럼 쉽지 않은 것을 깨달은 불쌍한 어린양입니다.
강봉성: 배우 겸 감독을 준비하고 있는 강봉성입니다. ‘CineBong 몽상가들’에 올리는 단편영화와 웹드라마는 개인의 이야기, 욕망, 제가 느끼고 있는 사회의 이야기들을 영상으로 만든 작업입니다.

유튜브에 도전하다
강봉성: 지금 저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해봤어요. 유튜브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배움이라고 생각해요. 영화를 만들고 싶은 갈망이나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는 곳이 유튜브 채널일 것 같아서 저만의 창작 공간을 만들었어요. 그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예산이에요. 처음부터 예산을 넓게 잡고 팀으로 접근하면 수익이 바로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금방 손실이 와요. 수익이 많이 날 것 같지만 거의 없더라고요.
권화평: 저는 제작 기획 아이디어가 하나도 없어서 사람들에게 물어봤어요. 무슨 영상을 올려야 하느냐고. 어떤 사람은 노래 가르쳐 달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브이로그 찍어달라고 하고, 웃긴 모습 보여달라고 해요. 제가 워낙 즉흥적인 사람이라서 즉흥적으로 하고 싶은 것이 조금씩 올라갈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저의 본능으로 돈을 벌려고 했지만 이게 돈을 벌려고 시작했지만 지금은 제 스케치북이 된 것 같아요. 유튜브 친구를 만들어서 일상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선진: 저의 큰 목표는 무용의 대중화예요. 무용이 어렵다고 생각하고 계신 분들이 많거든요. 특히 현대무용이 그런 것 같아요. 그런 장벽을 좀 깨고자 가벼운 느낌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어요. 모두가 아는 노래를 현대무용으로 풀어보면 사람들이 좀 더 다가가기 쉽지 않을까 생각해요. 제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채널의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에게 초점을 맞춰서 콘텐츠를 계획하고 있어요. 사람들은 모두 춤을 좋아한다고 생각해요. 그 욕구가 다 있어요. 그 욕구를 자유롭게 풀어줬으면 좋겠어요.
전보름: CDY라는 브랜드는 아티스트들과 같이 협업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게 목표예요. 그 과정에서 유튜브를 새로운 전시 공간으로 삼으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미술의 엄숙주의가 망했다. 이것이 우리 세대가 할 수 있는 미술이다.” 저희 팀의 아티스트인 혁이 주로 하는 말이에요. 유튜브라는 플랫폼에서 영상작업을 하는 것도 결국 계속해서 정체성을 찾고 확장해나가는 과정이 되는 것 같아요. 제가 다큐멘터리를 만들든 이런 디지털 콘텐츠를 기획하든 저의 태도는 똑같거든요. 유튜브는 ‘일단은 한다’, 그 행위 자체가 중요한 것 같아요.

©권화평 Peace Kwon

구독자와 만나다
전보름: 누군가와 같이 꿈을 꿀 수 있다는 느낌이 남다른 것 같아요. 어떤 학생분이 “나만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댓글을 달아주셨어요. 그 진지함이 너무 좋은 거예요. 구독자분들과 하나의 마음으로 일체감을 느끼게 되는 게 진짜 좋아요. 재밌는 것은 댓글 중에서 어떤 피드백이 다른 콘텐츠 기획의 씨앗이 된다는 점이에요. 유튜브 채널의 영상은 미술관에서 보는 예술(artwork)이 아니라 배경이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이 되는 것 같아요.
이선진: “5년 전에 언니가 포기하지 말라고 해서 이번에 한예종 후배가 되었습니다.” 메시지가 왔는데 너무 뿌듯했어요. 좋은 영향력이 되었구나.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반면에 유튜브라는 공간이 성적표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요. 어떻게 하면 구독자 늘리지? 이런 강박관념이 생기니까 하기 싫어지더라고요. 근래부터는 그것을 좀 내려놓게 되었지만 저는 그게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아마 유튜브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다들 그러실 것 같아요. 그 순간을 계속해서 극복하면서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거죠.
강봉성: 유튜브라는 공간에선 구독자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날것의 표현을 해요. 그것이 저에게 결핍을 만들어줬어요. 뭐가 문제일까? 제가 만든 작품이 욕을 먹는다는 게 신기했어요. 하지만 제가 그때 만약에 멈췄다면 세상에 어떤 식으로 비쳤을까 고민을 해봐요. 예민해진다는 것에 동의해요. 직설적이고 강렬하니까. 하지만 거기에 매달리면서 작업을 하다보면 힘들 것 같아요. 평가의 잣대가 가혹하더라도 계속 올리다보면 좋은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요.

©Cine Bong 몽상가들

유튜브,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권화평: 유튜브는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봐요. 왜냐하면 영상으로 나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니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건 예술가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냥 무대라고 생각해요. 영상 무대. “저는 성악가입니다. 오늘 아리아를 많이 불러서 김범수 노래를 불러봤어요.” 이런 식으로요.
전보름: 영상 전공자로서 플랫폼의 생존의 위기도 느껴요. 유튜브는 자격 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고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잖아요. 전문성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 고민도 들어요. 저는 그래서 유튜브에 영상을 올릴 때 잘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에 시달렸어요. 이 부분은 팀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거든요. 유튜브 영상은 그런 게 아니야, 그러면 단지 소모적인 예술인가? 계속 논의가 되었는데 지금은 이게 예술이고 좋은 영상을 만들어서 올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모두가 합의를 이루고 있거든요. 최소한 우리가 누군지는 보여줄 수 있잖아요. 우리의 디지털 명함이라고 할까요.
강봉성: 대안정도로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작품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과 자리가 부족하므로 그 공간을 빌려준다는 정도요. 유튜브가 전부가 돼서 집착하면 거기서 뭘 하고 싶은지 흐릿해지는 것 같아요. 저도 작업하면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조회수와 구독자가 끊기면 제 채널이 정체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에요. 이 흐름에 제가 만들고 싶은 것들을 맞춰야 할 것 같은 느낌도 들어요. 따라서 잘 되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예술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과 자리로서 활용할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선진: 저는 유튜브가 예술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구독자분들, 시청자분들이 제 워크숍에 오셔서 춤을 배우고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콘텐츠를 계획하고 있거든요. 그들의 에피소드를 듣고 그들만을 위한 작품을 만들어낼 수도 있고요. 그것 또한 예술이 될 수 있고, 무용의 대중화가 될 수 있다고요. 저는 유튜브를 통해 다양하고 무한하게 예술활동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어요.

©CDY

유튜브라는 양날의 검
강봉성: 익명성과 자유로움이 무분별해요. 어떤 기준성이 명확하지가 않으니까 한없이 자유롭지만 한없이 자유를 억압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한 것 같아요. 스스로 자유가 어떤 것인지 알 때 자유로울 수 있잖아요. 그래서 때로는 자유롭다는 표현이 무색해지는 공간인 것 같아요. 그 안의 평가가 모든 것들의 기준이 되다 보니까 오히려 기준이 잡히지 않는 거죠. 끝없는 평가가 벌어지기 때문에. 그 구조에서 나와 생각을 해서 상처받지 않고 자기를 지켜나가는 작업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전보름: 어떻게 보면 열려있는 것 같지만 무한 경쟁인 것은 똑같은 것 같아요. 대중의 평가는 더 잔혹할 수도 있어요. 우리는 아카데미에 있었으니까 거기에서 평가의 기준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것을 맞추려고 해왔잖아요. 그게 아니라 알고리즘이 뭔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성공하는지 모르겠고, 거기에서 수익을 내거나 내가 잘되려고 하려고 도전하는 것은 다른 맥락으로 어려운 것 같아요. 평가의 기준이 모호해요. 영상의 퀄리티가 좋은가? 그것도 기준이 아닌 것 같고요. 예술계에서 보통 평가를 했을 때 분분하긴 하지만 잘하거나 뛰어나다고 말하는 기준이 있잖아요. 유튜브는 정량화된 평가 기준이 아예 없다 보니까 길을 잃기가 쉬워요.

©춤추는선진이

앞으로의 계획
권화평: 제 채널을 스케치북이라고 생각해요. 영상은 편하게 올리고 싶을 때 올리고, 영상에 달린 댓글을 읽고 답글도 올리면서 재미를 느끼려고요. 소박하게 할 계획입니다.
이선진: 저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꾸준하게 재밌게 하는 것이 목표예요. 좀 더 해보지 못했던 것에 도전하게 되는 시기가 왔지 않나 생각을 해요. 좀 더 많은 친구들과 새로운 게스트들을 모셔서 다양한 영상을 찍어보고 싶어요. 무용의 대중화를 위해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습니다.
전보름: 우리 이름을 걸고 내보내는 콘텐츠 자체가 우리의 주력 상품이 된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더라고요. 처음에는 ‘영상 제작자인 내가 가방 만드는 그룹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 거지?’라는 고민도 많이 했었는데 어떻게 보면 저도 창작 집단 안에서 같이 생산을 하고 있는 거구나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CDY는 계속해서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장하고 있으니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강봉성: 답을 찾을 때까지 이 행위를 계속할 거예요. 유튜브 채널에서 만족감을 느끼려고 애쓰기보단 불만족스러운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저만의 서재 같은 공간으로 활용하고 싶어요. 더불어서 현실적으로는 제작비가 충당되고 순환이 되어서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단 5분이면 쉽게 만드는 유튜브 채널의 불안한 지반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은 ‘일단은 한다’는 행위자체, 그것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경험이다. 오늘 만난 예술가들에게 유튜브는 일상의 최선과 기쁨을 공유하며 도전하는 창작 공간임이 분명하다.
이 과정에서 무엇이 예술이 되는가. 이 질문에 이들은 작품을 만드는 과정, 그것을 소개하고 나누는 과정,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과정, 고민하는 일상, 그 모든 것이 예술 작품이 되어간다고 말한다. 완결되지 않은 그들의 예술 작품은 향방을 알 수 없다. 이 알 수 없는 향방 속에서 플랫폼 너머의 무한함이 느껴진다.

글 김연주 | 사진 윤대진 | 영상 강주희·황낙원·전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