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를 맞아 학교의 일원으로, 한 명의 예술가로 존재하며 성장하는 이들을 메신저에서 만났다. 처음 마주한 이들은 서로 비슷하기도 각자 다르기도 한 마음과 고민과 기대를 꺼냈고 이내 '우리 같이 뭐 만들어요'로 이어지는 의기투합을 했다. 개강 직전의 단체 대화방에서 나눈 이야기 조금을 덜어 싣는다. 신입생부터 졸업생, 전문사 재학생까지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과 나눈 학교, 생활, 작업, 예술, 시작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들.

백향민 (음악원 실기과 전문사 트럼펫 독주자 과정)
김서희 (연극원 연극학과 예술경영 전공)
백유림 (연극원 연기과)
유아라 (연극원 음악극창작협동과정 전문사)
하수정(연극원무대미술과전문사)
김민형 (영상원 영상이론과)
이진영 (영상원 영화과)
전하리 (영상원 영화과
최예지 (영상원 멀티미디어영상과)
문영찬 (무용원 실기과 발레 전공)
박예진 (무용원 무용이론과 예술경영 전공)
이채영 (무용원 무용이론과 예술경영 전공)
최은수 (무용원 무용이론과 예술경영 전공)
김찬혁 (미술원 건축과)
박정원 (미술원 미술이론과)
윤호진 (미술원 조형예술과)
김주현 (전통예술원 음악과 거문고 전공)
정창진 (전통예술원 음악과 판소리 전공)
유태양 (전통예술원 한국예술학과)

[계기]

채영 청소년 뮤지컬팀 생활을 하면서 연습실 및 연습시간 정하기, 스태프 회의, 의상 구매 같은 일을 많이 해오다보니 자연스럽게 공연기획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아라 음악극과 전혀 상관없는 분야를 전공하고 전문사에 왔다. 직접창작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 기회가 닿아 거리뮤지컬을 만들며 매력을 느껴서 이 길로 오게 됐다.
하리 어렸을 때 TV를 좋아했다. 영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특성화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영화작업을 통해 흥미와 확신을 가졌다.
은수 커가면서 스스로 예술가가 되는 것 보다 예술가를 지원하거나 그들을 위해 연구하고 고민하는 것이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양 대학가에서청년문화 기획활동을 하면서 기획자로서 역량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예술가들이 소통하는 방식인 ‘예술’에 대한 공부가 더 필요할 것 같았다.
예지 미술이론과로 입학해 멀티미디어 영상과로 전과했다. 미학이나 예술철학을 공부하며 내 안의깊이를 쌓고 싶었는데 공부하다 보니 나는 이미지를 표현하는데 매료된 사람 같더라.
정원 재수를 하면서 갑자기 미술 쪽에 관심이 생겨서 정말 급작스럽게 지원해 입학하게 됐다. 그래서 걱정도 많다.
영찬 예고 연기과에 다닐 때 복도에서 벌을 받던 중 맞은편 무용과 아이들을 봤는데 자유롭고 날아다니는 새 같았다. 그때 욕망이 터져나와 본격적으로 무용을 배우고, 다른 예고의 무용과로 전학가게 됐다.
창진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일에 대한 동경으로 국악에 빠져 8살 때부터 전공을 했다. 아직도 부모님께서는 반대하시지만, 오히려 더 눈치 보지 않고 열심히 판소리를 했다.
주현 원래 실용음악을 하다가 거문고를 전공하게 됐다. 타원에서 배운 기술과 전공을 합쳐 방향성을 조금 더 찾게 되고 협업도 많이 할 수 있는 것 같다.
찬혁 공예가이신할아버지의 영향이 있는지 어릴 때부터 손재주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다 중학교 때부터 건축가를 꿈꾸게 됐다.
유림 연기과는 영화나 연극이나 뮤지컬, 드라마 등에서 쉽게 배우들의 모습을 접할 수 있어서 자연스레 배우를 꿈꾸게 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 또한 그렇다.
호진 사진이나 비디오,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매체 미술을 통해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고등학교 때까지 조형예술을 따로 익힌 적은 없었다.
진영 어릴 때부터 막연히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왔다. 웃기지만 봉준호 감독을 따라 사회학을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해서 작년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혼자서 작업하다가 올해 영화과에 왔다.
서희 뮤지컬 배우라는 꿈을 꿨지만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무대에 설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아 연기를 놓아주게 됐다. 어떻게든 같은 세계에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예술경영을 공부하면서 연기가 아니어도 이 일을 한다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민형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설명하는 걸 좋아했다. 처음엔 작가가 되려고 했는데, 이미지로 이야기하는 것도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립영화 현장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법과 제도, 지원 정책을 연구해보고 싶어졌다.
향민 고등학교 2학년 때 전공자 중에선 늦은 나이에 처음 트럼펫을 알았다. 밴드부 동아리에 플롯 주자로 들어갔다가 트럼펫을 접하고 그 매력에 빠졌다.
영찬 시작의 순간을 들으니 다들 구슬처럼 느껴진다. 신비한 색을 가진.

[꼭 해야 하는 것]

아라 첫째는 건강 챙기기다. 모두 체력을 길러야 한다.
태양 새내기가 되어‘축하해’보다 ‘건강해야 해’란 말을 더 듣는 것 같다.
호진 문화예술교육사자격을 취득하는 것 추천한다. 수업 다섯 개만 들으면 된다.
수정 부전공 완전 추천한다. 갖고 있던, 숨어있는 재능도 발견할 수 있다.
찬혁 학교축제 때 작품 응모해서 지원을 받는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다.
은수 학교 안에서 하는 공연, 전시, 수요영화관 등의 상영이 다 무료다. 잘 챙겨보면 좋다.
창진 자신의 목소리 내기. 나도 하고 싶은 말을 분명히 할 수 있는 소리꾼이 되고 싶다.
하리 영화를 찍으면서 별별 일을 다 겪었다. 벽돌도 나르고 소품도 만들고 장소 헌팅하고 그 경험이 당시엔 힘들어도 재밌는 추억이 되는 것 같다.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해보기.

[시너지]

영찬 음악은 음악원 친구에게 의견을 묻고, 미술은 미술원, 동작에 조언을 구할 땐 현대무용 전공친구를 찾는 식이다. 학생회를 하면서 사귄 친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수정 나도 5년 전에 만난 음악원 작곡과 친구와 지금도 같이 작업한다. 음악극 쪽으로 매체를 확장해보고 싶기도 하다.
유림 연기과는 더더욱 협업이 필수다. 이번 방학만 해도 연극원 사람들과 대학로에서 공연도 하고, 영상원과 영화나 더빙 등 작업을 많이 했다. 교류의 장이 많은게 좋다.
호진 미술원 학생들은 보통 개인 작업을 많이 하니까 타과 친구들과 자주 소통하지 못한다. 같이 하는 작업에 관심이 있으면 한예종 융합예술센터를 이용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진영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컬래버레이션을 지원해준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재난에 대한 감각]

수정 사실 이전엔 정치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올해 격변이 있었다.
찬혁 4월16일, 한 달 뒤에 의경 입대를 했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다. 신념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해야 했고 후회가 컸다.
유림 세월호를 비롯한 사회적인 재난 이후에 학교에서도, 밖에서도 작품을 통해 잊지 않으려는 시도를 이어가는 것 같다. 나도 잊지 않기 위해서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말을 거는 게 예술이라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려고 한다.
영찬 절실한 예술은 대중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늘 사회문제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려고 한다.

 

 

 

 

[캠퍼스]

아라 대학축제 때 성악이라니, 신선하고 좋았다. 동네 주민들도 오시고.
유림 동네 주민분들 덕분에 주막이 돈을 벌었다.
호진 주민분들이 캠퍼스를 찾아 분위기가 활발해지기도 하지만 종종 동물을 데려와 배설물을 치우지 않는 경우가 있다.
찬혁 취객이 들어오는 것도 문제다. 성희롱을 당한 친구들이 꽤나 있어서 화가 난다.
유림 사실 이문동 및 상월곡역 쪽은 어둡고 인적 드물 때 분위기가 무섭다. 소위 ‘방석집’이 다 없어지고 건강한 분위기가 되면 좋겠다.
향민 서초동 캠퍼스는 계속 공사 중이다.
찬혁 리모델링이 계속되고 있어 불편할 것 같다. 외견상으론 기계도시 같다.
영찬 원래부터 건물이 하나다 보니 캠퍼스란 느낌이 크게 들지 않는다. 수업할 때 공사 소음도 크고 먼지도 심해서 개선이 필요하다.
서희 예술경영과는 무용원과 연극원으로 나뉘어 있어서 전공수업을 들으러 두 곳을 오가야 한다. 스쿨버스가 없으니 다니기 힘들다.
호진 와중에 학교가 이전한다는 소문은 계속 나오고 있다.
창진 서울 안에서 이사갈 곳을 찾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서희 극장, 가마, 연습실 같은 부대시설과 공연, 전시 공간 등이 필요할 텐데 충분한 인프라가 없는 곳으로 이사하게 될까 걱정이다.

[큰 고민]

호진 작업과 생활을 어떻게 같이 이어갈 수 있을까가 제일 고민이다. 혼자 하는 작업이라 더 힘들기도 하다.
진영 특정 개인이 처벌 받는다고 해서 나아질 ‘헬조선’이 아니라는 절망감이 무겁고 슬프다.
찬혁 건축과는 취직할 수 있지만 그만큼 힘들어서 그만두는 일도 많다. 주말도 없이 야근을 하는데 임금은 낮다.
수정 열정을 착취하는 게 화난다. 계약서 제대로 쓰고 최저임금은 지키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서희 얼마 전 영화제작부로 일하면서 정말 힘들었다. 예산은 한정되어 있고, 마음과 다르게 ‘못해준다’는 말을 입에 달고 있어야 했다.
창진 이번 달부터 동료들과 매주 시민분들 사연을 받아서 토요일마다 1일 판소리극을 만들어 공연한다. 좋은 의도로 시작했지만 수익이 나는 공연이 아니니까 앞으로가 걱정되긴 한다.
찬혁 먹고 사는 거 걱정하지 않고, 이번 주말에는 뭐하고 놀지, 즐거운 걱정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삶에 낭만이 없다.
진영 아직 한예종 붙었다고 말을 못했다. 다들 취업하고 돈 버는데 영화하겠다고 돌아다니는 내 모습에 점점 자신이 없어지더라. 막상 작업해보니 정말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이젠 용기를 내서, 나 영화한다고 말하고 다니려 한다.
수정 예술 안에서 더 자유롭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된다. 열심히 하는 것과 별개로, 누군가에게 발견되어야 하는 일이더라. 그건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니지 않나. 언젠가는 발견될 거라 생각하며 열심히 하는 수밖에.
호진 ‘수입은 보장되지 않지만 멈추지 않고 작업을 이어가야 하는 기간’ 참 외롭고 괴롭다. 수정 하지만 이걸 포기 할 수 있나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미련이 남아서 그만둘 수가 없다.
찬혁 돈 많이 벌고 싶다. 많이 벌어서 예술가 지원하고 싶다.

[하고 싶은 작업]

은수 사진이나 미술작품, 공연, 공예, 영화 등등의 예술을 최대한 다양하게 큐레이팅하고 아카이빙하고 싶다.
태양 보고 또 보고 쓰고 또 쓰기! 아라 이번 학기에 전통설화를 각색한 뮤지컬을 준비하려 한다. 랩도 써 볼 거다!
예진 공동창작과 공모전 준비, 개인적으로 음악작업을 하고 있기도 하다. 창작가와 작품, 수용자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예술경영이지만 스스로 창작에도 일조해보고 싶다.
민형 졸업하려면 논문을 써야 하는데 주제를 생각 중이다. 막연하지만 영상예술 자체가 아니라 사회 속에서 영상이 어떻게 읽히는지, 해석되는지에 대해 쓰고 싶다.
영찬 실기과 발레 전공은 졸업 전 두 번의 창작공연을 하는데, 작년에 처음 해보니 재밌어서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계속 하고 싶다. <Moi Seul Peux Me Judger>, ‘오로지 나만이 나를 심판 할 수 있다’가 제목이었다.
진영 이전 학교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기도 했고,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다. 사회에서 지워지는 존재들에 대해서 꼭 얘기하고 싶다.
유림 이제 막 외부에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프로필 사진도 찍고 개인 프로필도 만들고 이미지에 맞는 대사 연습도 하고 있다. 기회를 잡을 때까지는 계속 오디션에 도전할 것 같다.

[학교에 바라는 졸업 선물]

주현 본심으로는 직업을 갖고 싶다!
정원 강한 멘탈. 자주 무너지면 버티기 힘들 거 같다.
아라 내 안에 많은 편견이 있는 것 같다. 작가에겐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과 교류하면서 편견을 깨고 더 넓은 시야와 가치관을 갖고 싶다.
채영 지식과 생각,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들과의 인연이 남았으면 좋겠다.
창진 사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을 갖추고 자유로운 예술을 하고싶다. 그리고 뜻 맞는 사람들끼리 공간을 만들어서 집 없고 설 자리 없는 예술가들의 아지트로 만들고 싶다.
유림 확신! 내가 연기를 계속 해도 될 것이라는 마음의 확신.
진영 취업하지 않고 영화하겠다고 마음먹기까지 3년이 걸렸다. 뒤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계속 갈 용기를 갖고 싶다.
수정 비전을 나눌 수 있는 동료
민형 사회와 인간, 예술을 보는 철학과 통찰력을 갖추고 싶다. 그걸 가지고 더 멋진 길로 나아가면 좋겠다!
호진 작업실과 작업을 보여주고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갖고 싶다.
서희 부담감 때문에 조급해하기 보단 여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싶다.

[한예종의 의미]

태양 배움, 그리고 기회.
아라 작업하다가 ‘학교 명성에 먹칠할 작가가 되면 어떡하냐’고 푸념하면 선생님이 ‘한예종이 뭐라고, 네 징검다리일 뿐이다’라고 말씀하신다. 그 징검다리를 더 튼튼하게 만드는 건 내 몫인 것 같다.
주현 유명세로서가 아니라 다양한 방식을 통해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힘들 때도 있지만 지금 아니면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기회.
예진 시간이 흘러 숨이 멎을 때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머리맡에 좋아하는 그림을 걸어 둔 후 좋아하는 극세사 침대에 누워 ‘아, 예술에 흠뻑 젖어 살았구나’라고 회고하는 게 꿈이다.
채영 또 다른 내 모습을 발견하게 해줄 곳.
하리 사람들을 만나고 고민하고 대화하고 모색하고 창작하고 보여주는 모든 과정이 예술가로서 혹은 나 자신에게 더 없이 큰 성장을 가능케 한다.
은수 최고의 일탈이자 행복이고, 고민이자 결국엔 해결. 한예종에서 공부하는 지금이 행복하고 제일 나다울 수 있는 시간이다.
영찬 부화기? 아무것도 모르던 내게 무용에 대해 더 자세히 알려주고 더 큰 꿈을 갖게 해준 곳이다.
정원 <이상한나라의앨리스>속 토끼굴? 생각지 못한 곳에서 갖가지 모험을 하게 될 것 같다.
향민 일상에 변화와 즐거움을 주는 미용실처럼 인생에 예술이라는 색과 멋을 더해준 곳. 진영 2017년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해라고 스스로 정했는데, 학교가 뭐든 할 수 있는 시작이었으면 좋겠다.
서희 나답게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곳! 처음으로 치열하게 살게 만들어 준 곳.
창진 꿈을 유일하게 허락해준 곳이다. 아무도 내가 국악을 한다는 걸 인정해주지 않았지만 학교는 한 번 해보라고 문을 열어줬다.
호진 준비 공간. 가장 치열하게 생각하고 작업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실패해도 괜찮은 곳.
유림걸음마보조기! 지탱해서 걸을 힘을 만들어주고, 홀로 설 때면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봐주는 곳이다.

글 | 김송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