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RING 2017

김승현,  <         >,  PET박스,  LED조명,  2015

Re:form

모두 다 바꾸는 게 아니라 있는 것을 제대로 손보자는 뜻이었습니다. ‘낡거나 오래된 물건을 새롭게 고치는’ 일. 우리가 흔히 말하는 ‘리폼 Re:form’입니다. 리폼해 입은 맞춤옷처럼 어감이 부드럽지요. 그런데 우리가 쓰는 말로 다시 옮기니 ‘개혁’입니다. 개선보다 훨씬 강하군요.

예술가에게 다시(re) 만든다(form)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새로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예술 작품은 창작의 순간을 지나 비평의 켜를 쌓으며 변모해 갑니다. 창작과 비평이야말로 작품을 변주하며 위대한 작품으로 이끄는 최고의 동력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예술들은 어떻게 리폼되고 있을까요? 자식같은 작품을 다시 고치거나 전혀 새로운 장르를 만들거나, 예술가로서 자신을 다시 규정함으로써 예술로서의 생명력을 얻고 있습니다. 그렇게 낡지 않을 생명력을 부여받은 작품만이 거침없는 탐색과 자유의 극한 도전하는 예술가와 함께 우리 옆에 숨쉬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준영 작가의 ‘나는 시간을, 또 시간은 나를 새로 썼다’는 말은 여전히 되새겨 볼 만합니다.

어른이 사라진 시대, 올해 첫 만남은 진짜 스승을 뵙고 싶었습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시작이었던 음악원과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서 수많은 제자들을 가르치며 ‘예술가에겐 정년없음’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김남윤 선생님입니다. 아직도 “학생은 학생답게” 본분을 지키고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시 하나씩은 심어주고 싶은 유희경 시인의 공간 ‘위트앤시니컬’을 찾았습니다. 화창한 봄날 시인들의 이야기 듣기 좋은 그곳에서 당신의 자리도 찾길 바랍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빛을 판매하는 회사 ‘글로리홀’을 차리고 스스로를 조명작업가라 명명한 박혜인 씨를 만났습니다. 예술품으로서의 미학과 상품으로서의 실 용성을 모두 갖춘 그녀의 조명은 아름다운 빛만큼 따스한 마음으로 지친 우리들의 어깨를 어루만집니다. 기대하세요. 어둠 속에 스며드는 그 빛보다 그녀가 더 매혹적입니다.

더불어 잠들었던 사회를 깨운 비상경보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가 내보낸 작은 목소리들을 들어보고, 최초의 비평전시 <비평실천>을 통해 비평의 위기가 무관심이 아니라 조용한 환대임을 감지 해 볼수 있습니다. 과거이지만 현재를 보여주는, 현재이지만 미래를 말하는 젊은 영화인들의 2088min과 개원 20년을 맞아 전통예술원 선후배들이 펼친 5개 앙상블의 백스테이지를 공개합니다.

어느덧 한국예술종합학교 개교 25주년을 맞았습니다. 예술의전당 셋방살이에서 시작해 집없는 설움 속에 옮겨다닌 서울 도처의 공간과 지금 여기 우리들의 시간을 생생히 담았습니다.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스물다섯 ‘한예종’을 리폼하기 위한 필수품이 무엇인지 저절로 보입니다. 처음 그 마음입니다. 고맙습니다.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