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캠퍼스, 석관동 캠퍼스 별관, 석관동 캠퍼스 본관,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진아트센터 (왼쪽부터 시계방향)

+ 가加 : 더하다

감히 말하고 싶다. 모든 탄생은 덧셈이라고. 단순히 무언가가 세상 의 데이터베이스에 추가되어 그 수를 헤아리기 위해 손가락을 하나 더 접어야 한다는 뜻만은 아니다. 어떤 존재들은 새로 태어나 그 개체 수를 더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그 자체로 하나의 덧셈기호가 되기도 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세계적 수준의 예술가를 양성한다는 국가적 이념 아래 태어났다. 가장 먼저 그 문을 연 것은 음악원이었다. 첫 입시시험은 1992년 당시 장충동 국악고등학교에서 치러졌고, 1993년 3월에는 98명의 학생이 음악원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연극원, 영상원, 무용원, 미술원, 전통예술원의 6개원이 1년에 1개원씩 차례로 문을 열었다. 각각의 탄생에 있어 무엇 하나 쉬운 것은 없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연산은 말 그대로 제로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지난 20여 년간 한국예술종합학교의 덧셈은 다방면으로 쉬지 않고 이어졌고, 그 결과로 현재 한 해500명 이상의 신입생이 입학하여 예술적 소양을 마음껏 펼치는 세계적 수준의 예술학교로 성장했다.

-감減 : 빼다

'빼다'라는 동사는 종종 부정적이다. 소리 내어 발음해 본 '마이너스'라는 단어는 어쩐지 축소와 소멸의 아우라를 가진 것처럼 느껴진 다. 하지만 투박한 돌덩어리에서 예술품을 끄집어내는 조각가를 떠 올려 보자. 뺀다는 것은 결국 불필요한 부분을 쪼아낸다는 것, 변화를 통해 뜻한 결과에 다가간다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지점에서 바라볼 때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상당히 혹독한 뺄셈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1993년 처음 개원한 음악원은 변변한 학 습장을 마련하지 못해 예술의 전당 일부를 빌려 사용하다 1999년에 이르러서야 독립 캠퍼스를 마련할 수 있었다. 음악원의 뒤를 이어 개원한 연극원 역시 예술의 전당, 장충동 국립극장, 석관동 안기부 건물을 거쳐 현재의 석관동캠퍼스에 자리 잡았다. 다른 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무용원은 예술의 전당, 장충동 국립중앙극장 을 거쳐서 현재의 서초동 캠퍼스에 자리 잡았으며, 영상원과 미술원, 전통예술원도 역시 남산과 안기부 건물, 공연윤리위원회 별관, 석관동 캠퍼스 임시 건물 등 다양한 장소를 거쳐 지금의 캠퍼스 체제에 안착하였다. 그 이동의 기록만으로 본다면 한국예술종합학교 캠퍼스의 역사는 앞서 말한 긍정적 동사로서의 빼기 혹은 '방 빼기'의 역사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모든 이동의 역사는 당시의 상황에서 최적의 장소를 마련하고 더 나은 환경으로 옮겨가려는 노력의 연산에서 나온 결과였으며 아직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 승乘 : 곱하다

우리는 모두 초등학교 때 외운 구구단을 통해 알고 있다. 덧셈기호를 비스듬히 돌린 것만으로도 그 결과에 얼마나 큰 변화가 일어나는지. 두 가지 요소가 결합해 상상 이상의 시너지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곱셈은 매력적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역사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곱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학교와 학생 사이에 일어나는 내적인 곱셈이고, 다른 하나는 학교와 학교 외부의 세상과 일어나는 외적인 곱셈이다. 첫 번째 곱셈의 결과로서 우리는 한해에 200여회에 달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의 국제 대회 수상 실적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학교 외적인 곱셈의 예로는 끊임없이 이어져 온 한국예술종합학교와 해외 간의 협업을 이야기할 수 있다.해외 각 국의 예술 전문가 초청과 AMA1) 장학생 제도 운영 등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 캠퍼스 내에서 외국 출신의 예술인을 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그와 동시에 국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융합을 위한 다양한 시도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 2015년과 2016년에 석관동 캠퍼스와 전남 강진군에서 각각 문을 연 융합예술센터와 강진 아트센터는 그 시도의 산물이자 동시에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지향하는 곱셈을 나타내는 랜드마크이다.

÷ 제除:나누다

뺄셈이 덧셈으로 표현될 수 있듯, 나눗셈 역시 곱셈으로 표현될 수 있다. 하나의 식이라 하더라도 풀어내는 방법은 하나가 아닐 수 있다. 지금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어려운 나눗셈을 풀어낼 준비를 하고 있다. 석관동 캠퍼스 일부가 부지로 속해있는 의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됨에 따라 캠퍼스 이전이 불가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캠퍼스는 세 곳-서초동 캠퍼스, 석 관동 캠퍼스, 대학로 캠퍼스-으로, 추후 결정될 후보지에 따라 이루어질 캠퍼스의 재조직 또한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선정된 캠퍼스 이전 후보지는 송파구와 서초구, 노원구, 인천시, 경기도 과천시, 고양시로 총 6곳이다. 이 중 3개의 캠퍼스 전체를 이전하는 통합형 후보지는 서울시 송파구, 고양시 일산동구, 인천시 서구이며, 석관 동 캠퍼스의 일부만 우선 이전하는 네트워크형 후보지로는 나머지 세 곳인 서울시 서초구와 노원구, 경기도 과천시가 있다.

캠퍼스 이전 문제는 한국예술종합학교가 풀어내야만할, 그리고 언젠가는 풀어낼 문제이다. 세 개의 캠퍼스가 어떤 식으로 나누어지거나 합쳐질 지는 당장에 판단할 수 없으며 그에 따르는 결과 역시 현재로써는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이 문제가 최선을 다해 풀어내야만 하는 종류의 것이며, 그러한 문제이니 만큼 학교와 관련한 모든 사람들이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나눗셈을 곱셈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은 분명 그 곳에 있다.

지난 몇 년간 한국예술종합학교의 방향으로 제시되어 온 '중창(重創)' 이라는 용어가 있다. 건축 용어의 하나로 '건물을 부수지 않고 새로 고쳐 사용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 뜻을 곱씹어 볼 때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지금까지 써내려온 가감승제의 기록들 역시- 사전적인 의미로나 비유적인 의미로나-중창의 연산에 대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1993년도부터 이어져 온 이 지난하고 찬란한 연산은 오늘날에도 쉼 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연습실에서, 무대 위에서, 모니터 앞에서, 또는 규정할 수 없는 어떤 곳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연산은 계속되고 있다. 모든 계산은 풀어내기 전까지는 그 답을 알아 낼 수 없다. 고로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연산이 어떤 답을 내놓을지는 그 누구도 말할 수 없다. 말할 수 있다 하더라도 지금으로써는 모든 답이 가능성일 뿐이다. 이 치열한 재구축의 연산이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식은 계속해서 다시 쓰이고 있다. 덧붙이고 쪼아내고 융합하고 재조직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글 | 박하빈
1) AMA(Art Major Asian Scholarship) : 아시아예술인재장학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