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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예술원 앙상블 현장 스케치

1월부터 2월 그리고 3월의 각 앙상블 공연일까지. 한산할 것이라 생각되는 전통예술원의 교정은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각 파트별 앙상블의 공연준비를 위해 크고 작은 방으로 나누어진 연습실은 연주자들로 빼곡하게 채워지고, 이제 막 합격소식을 들었을 신입생들은 3월에 열리는 연주회를 위해 조금 이른 개강을 맞이한다.

이처럼 매년 이맘때쯤의 전통예술원은 어색함과 익숙함이 적절히 공존하는 시간이다. 새로운 공연준비를 맞이한 이들과 다시 시작된 공연을 맞이한 이들이 작은 연습실 안에서 악기를 마주하고, 서로의 연주를 지켜보며 음악의 흐름을 찾는 눈빛들은 사뭇 진지함이 묻어난다. 전통예술원 개원 20년, 그 시간을 기념하며 페스티벌로 진행되는 파트별 앙상블의 준비과정과 공연을 함께했다.

가야금앙상블 280

How are you?

1월부터 2월 그리고 3월의 각 앙상블 공연일까지. 한산할 것이라 생각되는 전통예술원의 교정은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각 파트별 앙상블의 공연준비를 위해 크고 작은 방으로 나누어진 연습실은 연주자들로 빼곡하게 채워지고, 이제 막 합격소식을 들었을 신입생들은 3월에 열리는 연주회를 위해 조금 이른 개강을 맞이한다.

한 해의 시작, 개강과 동시에 시작되는 공연을 위해 조금은 이른 연주준비가 시작되고, 그 해의 신입생은 늘 공연을 함께 준비한다. 입학허가서를 받은 설렘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악기를 들고 연습실로 향해야 하는 신입생들에게는 피곤함이 느껴질 만도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기대가 가득하다. 그동안의 공연 준비를 마무리하며 “학생 때 꿈꿔왔던 무대인데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나의 첫걸음 같은 무대죠.”라는 말들로 공연을 표현하는 이들에게서 기분 좋은 긴장이 느껴졌다. 이처럼 전통예술원 학생들에게 매년 열리는 앙상블은 학교를 다니는 동안의 일상이자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한다.

정기적이라는 것, 안정적임과 동시에 지루함을 줄 수도 있는 이 단어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정기연주회를 준비하는 연주자들은 다양한 질문과 기획으로 공연을 준비해간다. 성악앙상블의 서의철(전통예술원 음악과 성악전공 예술사3)은 하우알유가 어떤 팀이냐는 질문에 “Who are you? 아니죠, How do you do?도 아니예요. How are you? 어떻게 살고 있나요? 그러니까, 지금, 당신은 어떻게 살고 있나요? 이걸 묻는 거죠. 간단한 인사를 넘어 저희 앙상블은 우리 시대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묻고 이야기해보고 싶어요.”라고 이야기한다. 그의 말처럼 성악앙상블 하우알유는 기존 전통 성악을 공연하는 것에 안주하지 않고 매 공연마다 새로운 무대 구성과 시도를 통해 시대에 맞는 극을 제작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 공연에서는 심청가와 춘향가를 각색한 <도화동>이라 는 극을 선보인다. 전통성악을 공부하는 이들이 함께 모여 하나의 극을 만들어가며 직접 작창에 참여하고 연기, 춤 등을 만들어가는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회의에 한 번만 빠져도 다음 회의 때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게 될 정도로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추가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짜임새 있는 극이 되어가는 모습이 정말 즐거웠어요.”라는 공연자들의 말처럼 이번무대는 새로운 공연을 만드는 것에 대한 공연자들의 설렘이 연습현장 만큼 무대와 객석에서도 가득했다.

피리앙상블 해피뱀부

Neo Ensemble

새로운 공연을 준비하는 앙상블 멤버들의 가장 큰 고민은 새로움이다. 실제 공연준비를 시작하기 전까지 끊임없이 회의를 거치고 프로그램을 구성하며 기존과는 다른 무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피리앙상블 해피뱀부는 언제나 새로운 음악을 시도하는 대표적인 앙상블 팀 중 하나다. 지금까지 피리뿐만 아닌 생황, 태평소 등의 관악기를 활용한 다채로운 무대를 보여주었으며 민족음악, 디지털 음악과 같은 새로운 장르를 지속적으로 시도해왔다. 피리가 가지는 독특한 멋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 연주자들이 직접 곡을 구성하며 공연을 준비하는 해피뱀부는 늘 독특하고 새로운 무대로 공연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대금이 가진 본연의 매력과 새로운 음악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회의를 거듭하며 곡을 선곡하고 공연을 기획해왔던 대금 앙상블 취 역시 이번 공연프로그램 중 대부분을 초연곡으로 연주함으로써 새로운 레파토리에 대한 시도를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올해 대금앙상블의 회장을 맡은 여상 근(전통예술원 음악과 대금전공 예술사4)은 “대금앙상블은 항상 대금뿐만 아니라 소금, 퉁소, 단소 등을 이용하여 다양한 음악적 색을 만들고자 노력해요. 그래서 ‘취(吹)’와 마음이 맞는 작곡가들과 새로운 곡을 시도하기도 하고 앙상블 안에서 자작곡도 만들어 연주하기도 하죠.”라고 이야기한다. 다른 앙상블 팀에 비해 공연을 해온 시간은 조금 짧지만 대금앙상블 취는 吹향, 吹중진담, 일吹월장 등 앙상블의 이름을 활용한 다양한 주제의 연주회를 기획하고 있다. 전통의 흐름을 잃지 않으면서 대금을 활용한 음악적 시도를 위해 고민하며 쌓아올린 시간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대금 앙상블만의 색채를 확실하게 만들어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대금앙상블 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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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공연을 함께 준비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이번 앙상블 페스티벌에는 ‘함께’ 만들어가는 공연의 의미를 좀 더 생각해보게 했다. 가야금 앙상블 280은 10번째 공연을 기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280의 첫 공연 기획을 함께했던 이준(전통예술원 음악과 가야금전공 전문사)은 “이번 공연은 10회를 기념하여 조금 특별하게 기획되었어요. 그동안 280을 이끌어온 선배들과 현재 280을 이끌고 있는 후배들의 만남으로 진행되었는데 이것은 ‘뜯고 튕기는 서로 다른 소리가 하나의 선을 이루듯, 조화를 이루고자 한다.’라는 가야금앙상블 280의 의미에도 잘 어울리는 기획이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이야기한다.

10년 동안 매년 쉼 없이 공연했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잠시 추억에 잠길 만도 하지만 “항상 변하지 않는 280의 목적은 미래의 공연예술가 배출입니다. 그래서 그저 이번 공연도 한 회를 정성스럽게 넘겼을 뿐이지요. 선후배들이 함께한 이번 공연 역시 280 출신의 훌륭한 예술가들이 더욱 많아질 거라는 희망이 싹트는 공연이었습니다.”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서는 앙상블에 대한 앞으로의 기대와 애정, 진지함이 묻어났다.

특히 이번 280 공연에서는 전통예술원 임준희 교수님이 10번째 공연을 축하하며 작곡한 <280을 위한 산조, 투게더 (sanjo, together)>가 초연되기도 했다. 누군가에게는 추억을 회상하는 시간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시작이 되는 이번 공연은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공연되었다.

거문고앙상블 G.street는 이번 정기 연주회에서 연주자들이 직접 작곡한 곡을 공연했다. 이번 자작곡에 참여했던 김주현(전통예술원 음악과 거문고전공 예술사4)은 “사실 연주자들은 자신의 곡이 아닌 다른 사람의 곡을 연주할 일이 훨씬 많잖아요. 그래서 내가 해보고 싶은 음악을 직접 만들고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어요. 기존보다 훨씬 시간은 많이 들었지만, 연주자들끼리 함께 음악을 만들고 합주하면서 고쳐가는 것 역시 흥미로운 작업이었죠. 지금까지 했던 거문고 앙상블 공연도 재미있었고 배울 점이 많았지만, 개인적으로 내 음악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는 이번 연주회가 좀 더 의미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작곡가에게 위촉을 받은 작품이 아닌 서로 연주를 거듭하고 상의하며 연주된 이번 자작곡은 기존 거문고앙상블에서 연주되던 곡과는 다르게 기타와 드럼을 가미한 록(Rock)기반의 곡을 선보였다. 무대에서 함께 연주를 하는 것을 넘어 연주자의 입장에서 곡을 제작하고 수정한 음악이 발현되는 순간이었다.

거문고앙상블 G.Street

이제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그리할

하나하나의 소리들이 모여 앙상블로 작품을 만든다는 것. 특히 개인 예술가로서 주목받으며 혼자 공연을 만들어가던 이들이 함께 공연을 만드는 것은 나름의 양보와 배려가 필요한 일처럼 느껴진다. 이번 공연에서 함께 음악극을 만들었던 성악 앙상블은 어쩔 수 없이 주연과 조연이 나뉠 수밖에 없었던 대표적인 공연이었다. 조연으로서 참여했던 연주자는 “사실 공연을 준비하면서 주연배역에 대한 욕심이 없었던 것은 거짓말이지만 이 앙상블을 하면서 저는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꼈던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이번에 맡은 역할은 뒤에서 열심히 하는 지지자 같은 역할이었거든요. 극에서는 아무래도 주연이 주목 받긴 하지만 옆에서 지지해주는 조연들이 없으면 극이 풍성해질 수 없죠. 그래서 기존 공연준비와는 다르게 이번 공연에서는 어떻게 하면 주연들을 더 빛나고 돋보이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우리가 하나인 것처럼 보일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진짜 많이 한 것 같아요. 기존에 준비하던 공연과는 전혀 상반되는 고민이었고 그만큼 느낀 점도 많았죠.”라며 개인의 기량이 아닌 조화로써 다가가는 공연의 의미를 정의했다.

이번 대금 앙상블에 참여했던 연주자 역시 “앙상블 연습은 여러 사람의 소리를 함께 듣고 맞추며 호흡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 연습할 때 느끼지 못했던 부족한 점을 느낄 수 있어요. 맞춰나가는 과정이 힘들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음색적인 면에서도 잘 어우러지는지 신경 써야하기 때문에 자신의 음색을 느끼고 다듬어가는 것에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죠.”라며 앙상블의 연습시간을 회상했다.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선후배가 함께 모여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각자의 소리를 하나로 모아내는 것. 전통예술원의 앙상블 공연의 연습시간들은 음악의 조화 그 이상의 것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새로운 한해의 시작, 매년 기획되는 앙상블의 공연을 준비하는 전통예술원 학생들의 모습은 조금 습관적이다. 연초 계획을 묻는 질문에 언제나 각각의 앙상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에게는 열정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진부 한 애착이 묻어난다. 매년 다시 시작되는 연습과 공연, 정기연주회는 학교 다니는 동안 행사가 아니라 삶이라며 농담을 던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공연에 대한 기대와 더 새로워질 전통원의 내일이 스쳤다.

성악앙상블 하우알유
글 | 신혜주
사진 | 윤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