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2024 AUTUMN51
[1/2]
최윤희, Silent noise#3, oil on canvas, 91×91cm, 2022

〈유일한 통로#2〉, 〈Silent noise#3〉
최윤희

[2/2]
최윤희, 유일한 통로#2, oil on canvas, 60.6×60.6cm, 2022

일상에서 나와 관계하는 사건들을 통해 발생하는 내면의 감정과 감각의 변화에 집중한다. 그것은 눈으로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흐르며 다양하게 몸으로 체감되어지는 감각의 흔적을 찾는 것이다. 이 흔적은 마치 공기처럼 주변을 머무르다가, 나와 연결된 상황을 통해 자연스럽게 나의 몸과 주변의 에너지가 함께 감각을 주고받는 상황이 남긴 자국인데, 이 자국들을 시각적으로 재현하고자 한다. 이는 몸을 통해 체화된 축적된 시간 자리를 그려내는 것이다. 시간의 자리를 그리는 것은 몸에 난 상흔을 바라보는 일과도 같다. 캔버스 위에 머무는 물감의 흔적이 몸에 새겨진 자리를 대체한다. 몸으로부터 분출된 허공을 웃도는 감각들은 손끝에 의하여 캔버스로 흡수된다. 손과 붓을 통해 물감을 천 위에 수없이 문지른다. 문지르며 반복되는 행위를 통해 감정은 해소되고, 흡수된 물감은 얼룩으로 남는다. 이 얼룩은 물감의 다양한 레이어를 통해 차례로 덮어진 지나간 시간의 자리들로 보인다.

2021년은 축적된 시간의 자리들과 그 흔적을 내 주변 장소를 통해 담아내려 했다. 산책로, 작업실, 건널목 같은 일상적인 풍경 속에서 날씨, 공기, 소리 같은 보이진 않지만, 몸으로 느껴지는 체화된 풍경화를 그리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2022년부터는 신체의 풍경 시리즈를 시작하였는데, 자신의 몸 어딘가에 남겨져 있을 묵은 감정의 흔적을 찾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신체에 가둬진 시끄럽고 소란스러운 소리들. 내뱉지 못한 오래된 목소리들. 서로 엉킨 목소리는 분명히 알아들을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해 뱉어진 잡음이다. 그것들은 깊이를 알 수 없는 몸속에서 무게를 가늠하기 어렵게 내려앉은 감정의 덩어리였다. 나는 그것들을 천천히 끌어올리고, 가장 가까이 다가갔다. 보이지 않던 길은 입구를 찾았다. 작은 소리는 점점 크게 들렸다.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간다. 엉킨 흔적들을 바라본다.

최윤희는 가천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전문사를 취득하였다. 2017년 첫개인전 《반짝하는 밤》(갤러리 175)을 비롯하여 OCI 미술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A lounge 갤러리, TINC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대전시립미술관, 아마도 예술공간, 미메시스미술관에서 개최한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전시 지원 작가, OCI 미술관 OCI Young Creatives로 선정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