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유현
민하
책방지기
막이 오르면, 무대에 유현이 있다. (N1_SONG IN)
N1. 비스듬히 걸쳐 있어
[유현]
좁은 방에서 소설을 썼어
다 쓰면 어디든 보냈어
알바를 하며 기다렸지만
답장은 온 적 없었어
그러던 중에 온 너의 연락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지금 난 아무것도
보여줄 게 없는데
비스듬히 걸쳐 있어
내가 꿈꾸던 인생을
애매하게 이뤄놓고
비스듬히 걸쳐 있어
뭐 하나만 터져주길
바라고 또 바라면서
그저 비스듬히 걸쳐 있어
무대 반대편에 민하가 등장한다.
민하: (문자) 해방촌으로 가면 되지?
유현: (문자) 그래, 모레 보자.
[민하]
사무실에서 소설을 썼어
다 써도 그대로 놔뒀어
딱히 보여줄 사람도 없고
내가 작가도 아니니까
그러던 중에 들은 네 소식
책을 냈단 이야기
넌 여전한데
나는 이렇게
비스듬히 걸쳐 있어
내가 꿈꾸던 인생에
다가가지 못한채로
비스듬히 걸쳐 있어
이대로는 후회할 걸
알고 또 알면서도
그저 비스듬히 걸쳐 있어
[민하]+[유현]
우린 책을 내고 싶었지
함께 글을 쓰고 싶었지
민하가 무대에서 퇴장한다.
시간이 흐른다.
무대에 책방지기가 등장하며 공간이 해방촌으로 전환된다.
해방촌의 어느 독립책방.
책방지기는 박스 포장을 하는 중이다.
유현이 독립책방으로 들어간다. (N1_SONG OUT)
유현: (책방지기에게) 저... 찾는 책이 있는데요...
책방지기: (건성으로) 거기 있는 게 다...
(고개를 들고) 어? 유현 작가님?
유현: (당황하며) 기억하고 계시네요.
책방지기: 그럼요. 같이 여기 앉아서 커피도 마셨잖아요.
유현: 하하하... 기억력 진짜 좋으시다.
책방지기: 책 찾으세요?
유현: 그게... 제 책이요. 선물을 하려는데...
문 열리는 소리.
민하가 책방으로 들어온다.
서로를 보고 놀라는 유현과 민하.
민하: 유현아. (사이) 너 왜 여기 있어.
유현: 넌 왜 여기 있어. 한 시간 남았잖아.
민하: 독립서점들 있길래. 책 구경해보려고 일찍 왔어. 너도?
유현: 나, 나는...
민하: 어떻게 서점에서 만나냐.
우리 진짜 문예부스럽다. 너 책도 여기 있어?
유현이 책방지기를 쳐다보면...
책방지기: 저, 작가님 책... 없습니다.
유현: 네?
책방지기: 지난달 즈음에 메일 드렸는데... 그게... 그...
민하: 우와! 다 팔렸나 봐!
유현과 책방지기가 민하를 쳐다본다.
민하: 얘 우리 학교 에이스였어요. 대회 다 휩쓸고 다녔어요. 글은
제가 더 먼저 썼는데, 선생님들 칭찬은 / 얘가 다 받고...
책방지기: 문창과 동기분이세요?
민하: 고등학교 문예부요. (사이) 저 문창과는 다 떨어졌어요.
책방지기: (당황하다가) 요즘 대학이 뭐가 필요가 있겠어요. 대학 그런
거 안 가도 돼요.
민하: 저 대학은 갔는데. 재수해서.
책방지기: 하하하, 대학 진짜 중요하죠.
사이
책방지기: 죄송합니다...
민하: 뭐가 죄송해요! 오히려 감사하죠.
유현이 책 다 팔아주셨잖아요. 그쵸, 그렇죠?
책방지기: 마, 맞습니다...! (N2_SONG CUE) 작가님.
인세 정산해드릴게요.
유현: 인세라고요? 제가요?
민하: 대박이다, 유현아. 근데 이렇게 바로 주는 거예요?
N2. 대안독립출판만세
[민하]
내가 아는 인세라는 건
출판사가 작가한테 직접 주는 건데
[책방지기]
독립출판은 출판사 없이
작가들이 모든 걸 다 하죠
[민하]
입고까지 직접 하나요?
[책방지기]
작가님도 직접 오셨죠
알바해서 모은 돈으로 만들었다던
[민하]
책이 전부 팔렸군요
유현: 아, 어. 그런가 봐. 하하하...
[민하]
알바비가 인세로
[책방지기]
수수료 30%
제외해서 삼만 오천원
[민하]
정말 정말 대단해
[책방지기]
계좌이체가 아니라
현찰로 드리는 방식
[민하]+[책방지기]
알바비가 인세로
알바비가 인세로
아아아아아아!
유현: (현금을 받고 세어보다가) 아, 의심하는 건 아니고 그냥 좋아서요...
[책방지기]
작가님이 기뻐하니까
저도 기분이 참 좋아요
[민하]
파는 사람 팔아주는 사람
모두 행복한 방식
[책방지기]
이런 순간을 보고 싶었죠
[민하]
근데 책이 팔리는 건
상업출판도 똑같지 않나요.
[책방지기]
어, 어떻게 똑같아요!
책방지기: 팔리는 것만 생각하고... 매출 적은 편집자 압박 주고... 그 주제에 인세는 9대 1인데! (흥분했다가 민망한 듯 씨익 웃으며)
[책방지기]
독립출판은 달라요.
[민하]
하긴 누구나
자유롭게 입고할 수 있죠!
[책방지기]
새로운 대안 방식
[민하]
선택 받은 사람만
책을 내는 게 아니야!
[책방지기]+[민하]
새로운 대안 방식
새로운 대안 방식
대안 독립출판 만세!
유현: (어설프게 따라하다가) 만세! 하하, 하하....
책방지기: 하하... 하하. 쓰읍... 두 분 그러면, 좋은 만남 되세요!
책방지기가 고개를 숙이면,
유현과 민하도 고개를 숙이고 책방에서 나간다.
유현과
민하는 해방촌의 거리에서...
유현: 너 완전 그대로다, 민하야.
민하: 넌 좀 변했다? (사이) 작가 됐네?
유현: (민망해하며) 등단한 작가도 아닌 걸. 상도 못 받고.
민하: 지금 인세 받았잖아!
유현: 3만 5천 원 갖고....
민하: 근처에 독립책방 많던데... 또 인세 받는 거 아니야?
유현: 같이 가볼까?
[민하]+[유현]
대안, 독립, 출판, 만세!
십 년 만에 만난
우리의 목적지가 돼 준
대안, 독립, 출판, 만세!
독립 서점을 찾아서
걷다가 보니
[민하]
고등학교 문예부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야
[유현]
서점들을 다니며
작가들의 책을 봤었지
유현: 그때 참 좋았는데.
민하: 미안해.
유현: 갑자기?
민하: 내가 망쳤잖아. 졸업식 때.
(그때를 재현하며) 너 편하게 대학 다녀... 재수생 신경 쓰지 마...
이러고.
(다시 한번 재현하며) 나 글 안 쓸 거야. 문창과도 못 갔는데! 이러고.
다 핑계였지.
유현: 뭐, 다 지난 일인 걸.
(뭐라고 덧붙일까 고민하다가) 지금 같이 있잖아.
[민하]+[유현]
대안, 독립, 출판, 만세
쌓여 있는 인세
받으러 가자
대안, 독립, 출판, 만세
쌓여 있는 인세
받으러 가자
유현: 방금 거긴 출판사 다니던 분이 차린 거고...
지금 가는 건 부부가 운영하는 독립책방이야.
민하: 어떻게 다 알아?
유현: 입고할 때마다 대화했거든. 내가 어리니까 다들 /
예뻐해주시고...
민하: 책 들고 여길 올라간 거야? 대단하다. (N2_SONG OUT)
유현: 버스 탔는데....
민하: (앞을 보며) 엥, 뭐야.
또다른 독립서점 앞에 멈춘 유현과 민하.
민하: 안 열었어. 저기요!
유현: 전화해볼 걸 그랬나. 미안해, 괜히 걷게 했네.
민하: 아니야! 다음에 같이 오면 되지. 헤헤.
독립서점 또 오자구!
유현: 또?
눈치 보는 유현.
유현: 민하야, 혹시 할 말이 뭐야.
민하: 응?
유현: 나한테 할 말 있다고 만나자 했잖아.
민하: 아, 그거... 나 사실, 이젠 눈치 챘겠지만... 나 너처럼 마음
있어.
유현: 어, 어...?
민하: 아직도 따뜻하게 남아 있어. 10년이 지났지만...
유현: 나도 10년 동안...
민하: 그치.
유현: 후회했어, 그날 붙잡을 걸!!!
민하: (유현과 동시에) 책에 대한 마음이... 응? 후회?
제정신이 돌아오는 유현.
유현: 아, 그... 그랬으면... 네가 계속 글을 썼을 테니까... 사귀는
거랑 별개로. 연락도 먼저 하게 해서 미안해.
민하: 왜 자꾸 미안하대. (웃으며) 안 그래도 돼. 사실 나 글 쓰고
있었어.
유현: 어?
민하: 대학교 다니고, 취직하고 일 다니는 동안에도... 조금씩 쓴
원고가 있어. 그냥 의미 없는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독립출판 같은
게 있는지 몰랐어.
혹시 메일로 보내면... 원고 읽어줄 수 있어?
유현: (예상치 못했지만 웃으며) 당연하지.
민하: 고마워.
유현이 무대에서 퇴장하면
민하: 아! (무언가 생각난 듯 가방에 손을 대다가) 다음에 받아야겠네. (N3_SONG CUE)
민하는 집으로 돌아가며 노래한다.
N3. 써야 하는 사람
[민하]
내가 헤어지자 해놓고
내가 슬퍼하던 시간들
너는 알 수 없겠지만
거기 모두 들어있어
문창과에 떨어진 뒤
글을 안 쓰려 했지만
역시 놓을 순 없는 건가 봐
난 이 느낌이 좋아
잘 끊은 줄 알았는데
그냥 잘 참던 거였어
난 아무래도 평생토록
써야 하는 사람
글을 써야 하는 사람
매일 조금씩
모았던 말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을 시간이야
굳이 모두 아는 얘기라 해도
내가 써야지 의미 있으니까
유현이 다시 무대에 등장해서 민하가 보낸 글을 노트북으로 읽는다.
유현: 여전히 잘 쓰네. (효과음이 울리고) 어? 빨간 책방? (점점 표정이 어두워지고)
[민하]
내가 혼자 포기해 놓고
다른 탓을 찾던 시간들
누가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날 표현하고 싶어
민하가 전화를 받는다.
민하: 어, 유현아.
유현: 민하야. 지금 시간 돼? 바쁘면 / 나중에...
민하: 다 읽었구나.
유현: 재밌는데 슬프더라. 너를 알아서 그런가.
민하: 책이 될 만 할까?
유현: 당연하지. 근데 더 좋은 책이 되면 어때.
민하: 무슨 말이야?
유현: 공모전 내 봐. 진짜 붙을 거 같거든.
출판사 돈으로 책 내는 게 나아. 상금도 받고. 바코드도 / 있으면...
민하: 그런 거 이젠 괜찮아.
내 책을 가지고 싶어. 그거면 돼.
전화를 끊는 두 사람. (무대에는 민하만 남는다)
[민하]
매일 조금씩
모았던 말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을 때가 왔어
누가 읽어주지 않는대도
내가 쓴다면 의미 있으니까
암전. (N3_SONG OUT)
암전 상태에서 박스 포장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조명이 켜지면,
무대에 어두운 표정의 책방지기가 있다.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유현과 민하가 책방으로 들어온다.
책방지기: (유현을 보며) 작가님?
민하: 오늘은 제가 작가예요.
책방지기: 예?
민하: 아, 저 그때 유현이 문예부 친구인데, 문창과 말고 고등학교
문예부... 기억하시죠. 헤헤. 아, 저도 글을 썼는데... 계속 썼었는데
이제 한번 책을...
책방지기: 죄송하지만... 책방... 문 닫아요.
민하: 네? 왜요? 유현이 책도 다 팔렸고...
(박스를 보며) 주문 배송하시는 거 아니에요?
유현: (불쑥 끼어들며) 혹시 제 책... 안 팔렸나요?
보내주신 메일 봤어요. 제가 답장이 없어서 버리셨죠?
민하: 에이, 무슨... (책방지기를 보고) 네? (N4_SONG CUE)
N4. 세상은 그대로
[책방지기]
그날 그대로
끝일 줄 알았는데
왜 돌아와서
이런 꼴을 봐요.
작가님한텐
숨기고 싶어서
삼만 오천 원도
드렸던 건데
세상은 그대로
팔리는 것만 팔리고
세상은 그대로
다들 팔리고 싶어하고
나도 결국엔 그중 하나
근데 안 팔려서 접어요
유현: 아니에요, 제가 쓴 게 안 팔릴 글이었던 거죠. 그렇지 않나요?
책방지기: 아, 저, 그게...
유현: 안 읽으셨군요....
책방지기: 책이 워낙 많으니까요. 사실 제가 여기 있는 책도 다 안
읽었어요.
말이 없는 두 사람.
민하가 끼어든다.
민하: (유현에게) 미안해, 몰랐어. (책방지기에게) 제가 사지도
않았으면서... 팔아달라고 하려 했네요. 지금이라도 몇 권 사서...
책방지기: 괜찮아요. 카드기도 팔아버렸어요.
민하: 아... 죄송합니다.
사이. (민하와 책방지기가 서로에게 죄송하다고 하면...)
유현: (말을 끊으며) 아니야, 다 나 때문이야.
[유현]
공모전에서 떨어졌던
작품을 포기 못했던 제 잘못이죠
사람 보는 눈 거기서 거긴데
인정하기 싫었나 봐요
사실 그뿐이에요
새로운 대안 방식이라며
포부가 있는 척했지만
세상은 그대로
팔리는 것만 팔리고
세상은 그대로
팔리지 않으면 의미 없고
내가 싫어하던 건 그저
[유현] (책방지기)
팔리지 못한 나였을 뿐 (팔지 못한 나였을 뿐)
[책방지기]
독립서점이란 건
새로운 대안이 아니지
출판사에서 지친
[유현]
공모전에서 떨어진
[책방지기]
핑계일 뿐
[유현]
실패일 뿐
[책방지기] (유현)
독립서점이란 건 (독립출판이란 건)
새로운 대안이 아니지
[책방지기]
출판사에서 지친
[유현]
공모전에서 떨어진
[책방지기]+[유현]
회피일 뿐
[유현]
세상은 그대로
아니, 내가 그대로
내다 버린 시간과 등록금
문창과 가지 말걸
유현과 민하가 책방에서 나간다. (N4_SONG OUT)
책방지기가 무대에서 퇴장한다.
유현: 하하. 그럼 그렇지, 내가 무슨 인세야. 미안해. 근데 이게
현실이야.
민하: 속상하지...
유현: 아니? 어차피 버려도 상관 없는 책이야.
이사할 때 엄마가 나한테 말도 안 하고 다 버렸어. 하하.
민하가 가방에서 유현의 책을 꺼내면... (유현은 말을 하다 멈추고)
민하: 짜잔!
유현: ...뭐야?
민하: (옅게 웃으며) 난 안 버렸다.
유현: (당황하며) 언제 샀어? 내가 사주려 했는데....
민하: 처음 나왔을 때.
유현: 어떻게 알고.
민하: 너 인스타 계속 봤거든. 구글 폼으로 처음에 팔 때 샀어. 사라고
올린 거 아니야?
유현: 친구들만 해준 줄 알았는데...
민하: 난 너 친구 아니야?
유현: ......읽었어?
민하: 읽었지. 나 너 책 읽고 독립출판 하고 싶었던 거야.
싸인해주세요, 작가님.
유현: 다, 당연하죠... (N5_SONG CUE)
민하가 건네는 책을 받는 유현.
유현이 싸인을 하면...
N5. 독자가 될게
[민하]
너의 책을 읽고서
다시 깨달았어
문창과에 떨어진 뒤
글을 그만 쓰려 했지만
사실 핑계였지
다시 돌아왔잖아
지금의 네 기분을
나도 겪어봤기에
다 돌려주고 싶은
너에게 내가 독자가 될게
많은 걸 주진 못해도
네가 외롭진 않도록
읽는 만큼 쓸 수 있단 걸
오래 잊고 살았는데
너를 보니까
이제야 알겠어
유현: (책을 주며) .....미안해. 내가 초 쳐서.
민하: (웃으며) 현실인데, 뭐.
유현: 그건 지금 현실이고... 그만둘 거 아니지?
민하: 그래도 네가 읽어줬잖아.
유현: 더 많은 사람이 읽어야지. 너 이야기 좋아. 너 글 진짜 잘 써.
나 뭐.. 서점하는 것도 아니고, 출판사 직원도 아니지만...
[유현]
독립출판을 하면
편집을 도울게
나 한번 해봤잖아
대학교에서 배워둔 거야
공모전에 낼 거면
피드백을 할게
나 그래도 고등학교 땐
대회에서 상 좀 탔잖아
다 돌려주고 싶은
너에게 내가 독자가 될게
많은 걸 주진 못해도
네가 외롭진 않도록
읽는 만큼 쓸 수 있단 걸
오래 잊고 살았는데
너를 보니까
이제야 알겠어
민하는 유현의 책을 가방에 다시 넣으며...
[민하]
글을 써줘
[유현]
글을 써줘
[민하]+[유현]
계속 글을 써 줘
유현: 독립출판? 아니면 공모전?
민하: ...에이, 지금은 생각 안 할래. 하하.
유현: 그만두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는... 나는...
민하: 일단 좀 걸을까?
유현: 어디로...?
민하: 서점 하나 더 남아 있잖아. 저번에 닫혀 있던 곳.
유현: 거기도 망했으면... 아니야, 가 보자. 너 책 문의하러 가야지.
민하: (웃으며) 너 인세 확인하러 가는 건데? (사이) 글 계속 쓸 거지?
유현: 쓸게. 책은 안 내도... 아니, 못 내도 글은 계속 쓸게.
민하: 그래. 글 안 쓰는 너는 매력 없어.
함께 걷는 민하와 유현.
[유현]
비스듬히 걸쳐 있어
내가 꿈꿨던 인생이
애매하게 이뤄진 걸
[민하]
모르는 건 아니지만
[유현]+[민하]
그저 비스듬히 걸쳐 있을래
언덕을 올라가는 유현과 민하.
암전. (N5_SONG OUT)
현실이란 것은 아무래도 시시하다. 실제의 삶은 보잘것없고 불만스럽기
십상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것은 녹록지 않은 일이며
그다지 유쾌하지도 않다. 사람들은 대부분 남루한 현실로부터 눈을
돌리고 어떻게든 그것을 잊으려 한다. 어쩌면 인간의 삶을 압도하고
그것을 지탱하는 것은 실제보다는 환영의 세계인지도 모른다. 그렇듯이
뮤지컬 무대에도 현실의 결핍을 채워주고 위로하겠다는 화려한 환상과
비현실이 가득 넘실거린다.
류연웅은 많은 사람이 가능하면 눈 돌리고 잊고 싶어 하는, 시시하고
보잘것없고 불만스럽고 남루한 현실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과장된
몸짓이나 섣부른 위로는 거기에 없다. 연민과 안타까움이 깊게 묻어
있으나 그로부터 적절히 거리를 둘 줄도 안다. 그렇게 생겨나는 유머,
그 날카롭고도 따뜻한 유머를 통해, 류연웅은 자신을 포함한 동시대
젊음들의 스산한 마음을 소박하지만 웅숭깊게 위로한다.
배삼식(극작가•협동과정 음악극창작과 교수)
글 류연웅
협동과정 음악극창작과 재학생. 문학적인 음악극을 만들고 싶다.
왜냐하면 고등학교, 대학교 모두 문창과를 나왔기 때문... 이야기의
힘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