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ts Digest

미러볼 아래서

소설 / 강진아 / 288p / 민음사

가족, 친구, 이웃으로 이어지는 일상적인 관계를 그리는 이 소설은 ‘엄마의 죽음’에 이어 ‘반려동물의 실종’이라는 마음을 내려앉게 하는 일들을 다룬다. 그러나 이 일을 통과해 나가는 인물들은 쉽게 울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사실은 포기하고도 싶지만 울기엔 너무 바쁜 그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찌그러지고 눌린 모양의 마음 하나를 맞닥뜨릴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오래 품어 온, 사랑하는 이들을 대하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대가 없는 일

소설 / 김혜지 / 276p / 민음사

10년간 몸담았던 ‘속도의 세계’인 광고 회사를 떠나 더 오래 바라보고 느리게 담아내는 ‘소설의 세계’로 안착한 김혜지의 첫 소설집. 등단작 「꽃」을 포함해 일곱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작가는 세상의 ‘대세’들과 같은 속도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들을 바라본다. 총 7편의 단편들을 통해 각자의 속도대로 성실하게 달리지만 순식간에 고꾸라지거나 자꾸만 뒤처지는 사람들의 이상하고 슬픈 걸음을 따라 걸어 보자.

건축의 시간, 영원한 현재

예술 / 김봉렬 / 320p / 플레져미디어

미술원 건축과 교수인 건축가 김봉렬이 서울신문에 2년간 연재한 「김봉렬과 함께하는 건축 시간여행」을 보완하고 가필하여 책으로 펴냈다. 근대 건축물을 다루던 연재 원고에서 현대 건축물까지 범위를 확장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사례들에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시대적·사회적 한계 속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건축물 속에 담겨 있는 건축적 텍스트를 통해 저자는 독자에게 시대적·문화적·역사적 사유를 제안한다.

여행해도 불행하던데요

에세이 / 최승희 / 393p / 더블엔

칸 영화제를 보기 위해 간 앙티베에서 ‘한달살기’를 하고 돌아와 쓴 여행기 아닌 여행기. 프랑스에서의 28일, 한국에서의 28일을 교차하여 쓴 글 56꼭지를 엮었다. 에펠탑 이야기도 개선문 이야기도 없지만 작가 최승희는 프랑스에 있으면서 아주 작은 귀걸이 하나를 달게 된 경험은 아주 값진 것이었다고 말한다. 인생, 사랑, 행복, 가족, 꿈, 친구, 영화, 한국 사회까지 많은 생각들이 조각조각 묘하게 들어가 있다.

몬스터 차일드

동화 / 이재문, 김지인 / 212p / 사계절

『몬스터 차일드』는 가상의 질병 ‘몬스터 차일드 증후군’을 소재로 삼은 흥미진진한 판타지다. 불시에 털복숭이로 변하는 증후군에 걸린 아이들이 차별과 편견에 맞서 ‘나’와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모험, 연대, 성장을 겪는다. 표지부터 강렬한 이미지를 보여 주는 김지인 작가의 일러스트는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 속에서도 남다른 존재감을 보이는 또 하나의 매력적 요소다.

대중의 철학이 된 영화

예술 / 심광현,유진화 / 339p / 희망읽기

역사상 유례 없는 문명사적 이행기. 다중 위기가 소용돌이치는 오늘날의 위기를 넘어설 해법이 있을까? 영상원 영상이론과 교수인 문화평론가 심광현의 『대중의 철학이 된 영화』는 한국의 ‘천만 영화 현상’에서 그 해법을 모색한다. 2003년부터 2019년까지 할리우드를 압도하며 지속된 한국의 ‘천만 영화 현상’에서 대중의 소원-성취 꿈이 담긴 새로운 철학을 벼려 내고, 아래로부터의 역사 쓰기로 바람직한 미래를 시뮬레이션한다.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앨범 / 클라라 주미 강, 김선욱 / ACCENTUS MUSIC

유연함과 선명함, 섬세함과 단단함을 동시에 갖춘 이번 연주는 젊은 베토벤의 왕성한 창조력, 자신만만한 패기와 더불어 생사의 기로를 돌파하고서 얻어 낸 깊이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유명한 5번 ‘봄’과 9번 ‘크로이처’뿐 아니라 고전적 작법에 충실한 첫 세 곡, 베토벤다운 극적인 추동력이 돋보이는 4번, 7번 등 작품마다의 개성을 탁월하게 드러낸다. 거기에 두 사람의 호흡은 더할 나위 없이 자연스럽다.

지금, 보티

앨범 / 보띠 / 소니뮤직코리아

2011년부터 활동한 국내 유일의 기타 콰르텟 ‘보티첼리’의 멤버인 기타리스트 한은과 허유림으로 구성된 기타 듀오 보티. 연주와 음악적 고민을 함께한 10년간 겪은 변화와 성장의 결실을 한 장의 음반으로 담아냈다. 브람스부터 김광진까지, 낭만주의부터 현대에 이르는 열 가지 작품이 수록된 이번 음반에서 보티는 작곡가가 마련한 음들의 공간에 자신들만의 해석과 색을 입히고자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