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ts Digest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소설 / 서장원 / 252p / 다산책방

여러 계간지에 단편소설을 게재해 온 서장원의 첫 소설집. 등단작 「해가 지기 전에」를 포함한 단편소설 9편이 실렸다. 교묘하게 무너지는 일상의 순간을 포착한 이야기들은 곧 그것이 사실은 이미 존재함에도 지나쳐 버렸던 균열의 징조들임을 깨닫게 한다. 표제작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는 주인공의 모습은 새로운 지평을 향해 가겠다는 작가의 선전포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남은 건 볼품없지만

소설 / 배기정 / 204p / 자음과모음

처음으로 발표한 소설 「남은 건 볼품없지만」을 표제작으로 하는 배기정의 단편소설집이 출간되었다. 작가는 이야기에 예술을 하는 인물들을 주로 등장시켜 중년이며 예술가인 남성들의 허영과 찌질함을 들추어낸다. 그럼으로써 특히 예술계에 만연해 있는, 사회 깊숙이 자리한 여성에 대한 일상화된 젠더 폭력을 폭로한다. 거침없는 입담으로 엮은 에피소드들은 독자들에게 읽는 쾌감을 선사한다.

당신을 이어 말한다

에세이 / 이길보라 / 276p / 동아시아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s)는 농인 부모를 둔 청인을 가리킨다. 신문 지면과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 등을 통해 코다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말하기를 시도해 온 이길보라는 이 책에서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장애를 온전치 않고 결여된 무언가, 정상의 반대로서 극복되어야 할 것으로 만들어 왔음을 이야기한다. 그렇게 사회가 부여한 고정적 역할로부터 벗어나는 ‘해방 서사’를 통해, 사회에서 요구되는 역할 수행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말하고 그것에 질문할 수 있는 힘을 준다.

괄호가 많은 편지

에세이 / 슬릭, 이랑 / 216p / 문학동네

30대 여성 아티스트이고, 고양이와 동거하고 있고, 페미니스트라는 공통점을 지닌 슬릭과 이랑이 주고받은 편지를 엮은 서간에세이. 두 사람은 편지를 주고받다가 둘 다 글에 괄호를 많이 쓴다는 또 다른 공통점을 발견한다. 앞의 말을 부연하기도 하고, 해명하기도 하고, 상대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을 넣어 두기도 하는 괄호들이다. 솔직한 경험담과 생각을 담은 편지들은 닮음을 인정하는 만큼 다름 또한 인정하며 서로의 시선에서 보려 노력하는 두 사람의 대화의 과정을 그대로 보여 준다. 그 대화의 끝은 언제나 ‘사랑하는 마음’이다.

발이 없는 나의 여인은 노래한다

시 / 장혜령 / 148p / 문학동네

시로 신인상을 받아 등단한 후 산문집과 소설을 펴냈던 장혜령이 첫 시집을 선보인다. “앞으로도 특정 장르에 속하기보다 새로운 공간을 개척하는 글을 쓰고자 한다”는 작가 프로필의 마지막 문장을 약속처럼 되새긴 듯한 이 시집에는 총 5부에 걸쳐 40편의 시가 실렸다. 쓰고, 번역하고, 바라보고, 꿈꾸고, 노래한다는 제목을 가진 각 부에서 시인은 쓰고 기록하는 자의 의무를 ‘기억하는 일’로서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여 준다.

Data Composition

예술 / GRAYCODE, jiiiiin / 128p / 미디어버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의 기획전으로 2021년 1월부터 50일간 진행된 사운드 아티스트 듀오 GRAYCODE, jiiiiin의 전시 《Data Composition》을 정리하는 도서. 오늘날 산업과 문화를 주도하는 데이터와 그것으로 변화되는 시간에 관한 GARYCODE와 jiiiiin의 생각, 그로부터 출발한 음악, 그리고 전시 총 3부로 구성되었으며 정가희의 전시 서문과 김남시, 김윤철의 전시 비평글이 함께 수록되었다.

소년과 바다

어린이동화 / 김경균 / 50p / 디자인소호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고기를 잡으러 떠났다가 돌아오지 않은 뒤 혼자 바닷가 마을에 살던 소년이 모험을 바다로 모험을 떠난다. 미술원 디자인과 교수인 작가 김경균은 강릉으로 이주해 2년 동안 해안의 유리 조각을 수집했다. 깨지고 버려진 조각들은 작가의 손을 거치며 바다를 연상시키는 푸르고 청량한 이미지로 다시 태어났다. 이야기는 친환경, 다문화가정, 소년 가장, 왕따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간접적으로 전달하고 있어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을 수 있다.

Fragile

앨범 / 이이언 /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밴드 ‘못(Mot)’으로 데뷔해 활동해 온 싱어송라이터 이이언(eAeon)의 솔로 정규 2집 앨범. <Fragile>이라는 제목처럼 깨지기 쉬운 인간 영혼의 ‘연약함’에 대한 이야기를 그간 쌓아 온 다양한 음악적 경험들과 함께 간결하게 녹여 냈다. 여러 프로젝트로 장르를 오가는 모습을 보여 준 이이언은 이 앨범에서 힙합과 알앤비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흡수해 이전과는 또 다른 결의 음악 세계를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