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2024 SUMMER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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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나, 무지무지무지개, 아크릴구조, 13개의 초, 122×11×75cm, 2015 ©우한나

〈무지무지무지개〉
우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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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나, 무지무지무지개, 아크릴구조, 13개의 초, 122×11×75cm, 2015 ©우한나

바라보는 곳이, 원하는 것이 환상임을 알면서도 향하는 마음은 무엇일까? 보사노바라는 장르에서 들리는 파도 소리, 갈매기 소리, 그리고 리드미컬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슬픔이 있는 멜로디, 나지막한 노래인지 내레이션인지 헷갈리는 말과 이야기들이 나를 그 뿌리로 향하게 했다.

한때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같은 단어만으로도 멍하니 행복해 지는 환상을 품었었다. 끝내 그곳에 도착한 나는 또 다른 실체를 보았지만, 그 몽롱했던 열망은 앞으로도 잊기는 힘들 것 같다. 신경이 예민해질 때마다 쓰려오는 속에 코코넛 물을 부으면 거짓말처럼 속이 편해졌다. 나는 그렇게 코코넛 물 같은 환상을 매일 마시고 싶었다.

품고 있는 상상과 망상은 이미지가 되어 ‘뭉게뭉게’ 구름처럼 펄럭이고, 일곱 빛깔로 불타오르는 ‘무지무지무지개’처럼 불을 밝혀 실제가 되었다. “Agua de coco”라는 표식과 함께 지하의 방 한구석에 있는 실제, 그러니까 예술. 어쩌면 그저 예술 작업으로.

나는 처음으로 내 작업을 누군가에게 보여줄 때 발가벗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 벗은 몸이 투명해졌고, 그 투명한 몸에 떠돌거나 뿌리내려 활개를 치는 것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내 속, 내 마음, 내 환상, 나를 지배하는, 내가 길들이고 있는 수많은 살아 움직이는 착각과 진실들은 내가 되고 작업이 될 것이다.

우한나는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패브릭을 주재료로 평면, 입체, 설치 등 장르의 경계를 한정 짓지 않은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유한한 육체와 고정된 신체 개념을 초월한 존재를 상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간과 비인간을 나누는 기존의 이분법적 구분에서 벗어나 모든 존재와 수평적인 관계를 맺는 상황을 그린다. 살아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보호하는 것과 보호받는 것, 나이 듦과 젊음, 고통과 희열 등 상반되고 양극단에 있는 존재들이 융합하고 상호 보완하는 상황을 그려나간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예술사와 전문사를 취득했다. Frieze No.9 Cork Street (London, 2023), 지갤러리 (2023), 송은아트큐브 (2020)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Summer Love》(송은아트센터, 2022), 《조각충동》(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2022), 《슈퍼 히어로》(인사미술공간, 2020), 《2020넥스트코드》(대전시립미술관, 2020), 《슈퍼퓨처푸드》(아르코미술관, 2019), 《린킨아웃》(일민미술관, 2019), 《LOTUS LAND》(국립아시아문화전당, 2017) 등 다수의 그룹전 및 아트플랜트아시아 2020 주제전 《토끼 방향 오브젝트》에 참여하였다. 2023년 Frieze Artist Award를 수상하였고 2018년 및 2019년에 서울문화재단 기금을 수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