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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경수

몸이라는 통로를 만나다 조희경

2002년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곧바로 한예종 무용원 창작과 전문사에, 이어 유럽과 미국으로 떠나 여러 춤 예술가를 만나 타말파1를 배우고 안나 핼프린을 만나기까지. 국내에서도 틀 밖의 예술을 담아내는 공연과 작품, 여러 페스티벌과 레지던시와 교육 강의를 거쳐 순환창작소를 꾸리고 지금에 오기까지.

조희경 안무가의 궤적을 살펴보며, 정말 빈 순간을 찾는 것이 어려웠다. ‘예술가도 휴일을 모른다’는 기획 주제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더불어 ‘다음에 내가 향할 곳’을 언제나 명확하게 알고 또 확신하며 움직이는 사람의 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녀가 몸을 직접 옮겨가며 겪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조희경이 춤을 추고, 만들게 된 이야기

안무가님이 선택하고 겪어온 수많은 변곡점의 순간에는 어떤 계기와 생각이 스쳤을지 궁금합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4년까지는 재미있는 일들을 막힘없이 하면서 달려온 게 맞지만, 그 이후의 10년 동안은 나름의 쉼을 많이 가지면서 지냈어요. 쉼 없이 달려온 시절에서 얻은 교훈으로 균형을 맞추면서 삶의 방식을 찾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미술 대학을 졸업하고 현대무용을 공부하기로 한 결정적인 계기는 재학중이던 1998년 관람했던 필립 드쿠플레(Philippe Decouflé)의 공연과 그 이후 프랑스에서 지낸 시간 덕분인 것 같아요. 미대에 다닐 때 연극반에 들어갔었어요. 당시 연극반에서는 추상적인 이미지 극을 주로 만들곤 했는데, 그 시기에 유럽에서도 연극과 무용이 합쳐진 형태의 작업이 유행했어서 국내에 초대된 무용극 공연들도 많았어요. 우연히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필립 드쿠플레의 공연 〈샤잠SHAZAM!〉을 보게 된 거죠. 서커스, 마임, 무용, 미술, 영화, 연극, 퍼포먼스가 모두 통합된 복합적인 공연이었는데 시공간이 사라지는 감각을 느낄 정도로 빠져들어서 관람했고, ‘나도 이런 걸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생각했죠. 팸플릿 카테고리에 이 공연이 “현대무용”이라고 적혀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게 현대무용인가 보다 했고, 그럼 현대무용을 해야겠다 했죠. 필립 드쿠플레가 프랑스 사람이라고 하기에 더 알아보고 싶어 프랑스로 떠났어요.

유럽을 돌아다니다 보니, 당시의 저 같은 비전공자도 수강할 수 있는 좋은 수준의 다양한 무용 워크숍이 많았어요. 큰 도시에는 무용 센터 같은 곳이 있었는데 그 도시 내의 무용 워크숍을 진행하는 곳을 알려달라고 하면 리스트를 전부 뽑아 주었어요. 예술가와 예술 기관에 대한 정보를 잘 정리하는 문화가 있었죠. 목록을 하나하나 지워가며 마음에 드는 곳에 가서 배우길 반복했어요 사실 뭔가를 ‘잠깐’ 불같이 좋아하고 끝날 수도 있잖아요. 내가 이걸 계속하고 싶을 만큼 좋아하는지 스스로 확인을 해야만 했어요. 그래서 3개월 정도 온종일 춤만 췄어요. 좀 지겨워진다면 다시 생각해 봤을 텐데,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제대로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한국으로 돌아와 바로 무용원 창작과 전문사에 들어가게 됐고 좀 더 전문적인 공부를 하게 됐지요. 당시 창작과에서는 춤과 관련된 여러 다양한 수업들을 제공했고 그 수업들이 저에겐 너무 귀하게 느껴졌어요. 학부 수업까지 다 들으면서 정말 즐겁게 다녔던게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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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malpa, 미국의 현대무용가 안나 핼프린과 그녀의 딸 다리아 핼프린에 의해 창안된 움직임 기반 표현예술교육 및 표현예술치료 기법이다.

해외에서 여러 안무가를 만나고 경험한 여정을 상상해 보면 왠지 벅차고 용기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안나 핼프린과의 만남이 안무가님께 큰 영향을 준 것 같은데요, 그녀와의 만남이 피부와 몸에 어떻게 남았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안나 핼프린을 처음 만난 건 2008년이에요. 벌써 15년 전이네요. 안나 핼프린 선생님께서 하시는 수업을 들으러 갔었는데, 선생님께서 수업을 이끄는 방식, 내용, 태도, 말투, 진행하는 활동들 모든 것들을 보면서 ‘나한테 맞는 사람을 잘 찾아왔구나, 내게 나타나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단지 기술적으로 아는 게 많은 사람이 아니라, 굉장히 많은 걸 몸소 경험해서 알고 있고 그 경험을 타인에게 전달 하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느껴서 일종의 위대함을 느끼기도 했어요.

〈너의 현대 나의 현대〉 ©조희경

응축된 개념을 기호화된 안무로 표현하는 현대무용과 달리, 안무가님의 작업에서는 무언가 텁텁하고 거칠지만, 진실한 인간의 기분과 감정이 움직임에 그대로 드러나서 바라보는 관객도 자신의 경험과 연결 지을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삶에서 느끼는 감정과 경험을 작업에 녹여내는 방식이 궁금합니다.

사실 저는 정말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했고, 화가가 되려고 태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춤이 제 삶에 들어온 거죠. 저는 서양화를 전공하면서 개념적인 주제를 주로 다뤘어요. 제가 서양화를 전공하던 시절 혹은 제 학교가 그랬을 수도 있는데, 미술이 개념적인 주제를 주로 다루는 시류가 있었던 것 같아요. 미술을 하던 때의 상태와 생각이 이어져서 초반에 만들던 안무 작업에서는 감정보다는 개념이 많은 작업을 했어요. 표정도 감정도 많이 드러나지 않는 안무를 했던 것 같아요.

안나 핼프린 선생님을 만나고 제가 ‘감정 단어’보다는 ‘생각 단어’가 많은 사람이라는 걸 알았어요. 무언가 느낀 것에 관해 이야기할 때, 감정보다는 실질적인 것들을 주로 생각했던 거죠. 이게 저에게 덜 개발된 부분이었다는 것을 알고 난 뒤로, 일부러 감정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주제로 한 작업을 만들어보는 시기가 있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감정을 소통의 도구로도 쓸 수 있게 바뀌게 된 것 같아요. 제 작업을 보시고 그런 감정들을 느껴주셨다고 하니 뿌듯하네요.

〈너의 현대 나의 현대〉(2011, 다큐멘터리 댄스필름), 〈인체산수화〉(2021-2, 댄스필름)에서는 무대 위에서 펼쳐졌다가 휘발되는 공연 형식의 무용을 넘어 미술, 영상, 퍼포먼스로 확장된 것 같습니다. 프로시니엄 무대를 벗어나 화면으로 장소를 옮겨갔던 과정이 궁금합니다.

‘공연장은 구태의연하니 다른 공간에서 시도해 봐야 해’라는 생각을 해왔던 건 아니에요. 오히려 저는 비전공자로서 무용을 접했기 때문에, 통상적인 규칙에 대해서 잘 몰랐던 거죠. 일상적인 공간이나 야외에서도 ‘여기서 무언가 일어나면 재밌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했어요. 어쩌면 설치 미술이나 퍼포먼스가 확장된 형태로 무용을 상상했을 수도 있겠네요.

〈너의 현대 나의 현대〉를 먼저 말씀드리면, 유럽의 소위 ‘선진 문화’를 한창 배우러 돌아다니던 어느 날부터인가 서양인들이 타 문화권 인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우월감이 저에게 거슬리기 시작했어요. 이는 아마도 저 자신에 대한 문화적 정체성 혹은 차이에 대한 의식, 질문이었을 거 같습니다. 그래서 이 이슈를 가지고 아시아 3개국을 직접 돌아다니며 아시아 무용가 친구들과 우리가 하는 ‘현대무용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이를 관객과 나누고 싶어 제작한 것입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공연의 형태로 만들어버리면 제가 직접 듣고 느낀 그 감각이 생생하게 전달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좋은 매체가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직접 그들이 말하는 걸 찍으면 좋겠다 싶어서 다큐멘터리로 만든 작업이에요. 무용을 공연장에서 스크린으로 확장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이 작업의 주제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매체를 선택한 거죠.

그리고 10년 뒤에 만든 〈인체산수화〉는 계기가 조금 다른데요. 미술을 하다가 무용으로 넘어온 사람이라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미술 없이 춤으로만 작업을 해야 한다는 저만의 강박감이 한동안 계속 있었던 것 같아요. 근데 무용을 시작한 지도 이제 20년,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니까 이런 틀에서 조금 자유롭고 편안해지더라고요. 미술도 무용도 모두 제 안에 있는 거니까 편하게 섞어서 해도 된다고 스스로 허용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미술뿐만 아니라, 미디어아트, 음악, 영화처럼 작품에 따라 제가 사용해 보고 싶고 궁금한 여러 가지 방법과 자원을 통합하는 작업을 만들게 됐죠.

〈인체산수화 - into the body〉 ©순환창작소

조희경이 춤을 교육하게 된 이야기

안무가님께서는 ‘순환창작소’라는 춤 교육기관을 운영하는 교육자이기도 하시죠. ‘순환창작소’ 이름의 뜻이 무엇인가요?

2014년 만든 순환창작소는 다양한 방식과 사람들과 함께 춤 창작과 교육 활동을 모두 아우르는 예술단체입니다. 이름을 붙이면 제가 계속 보고, 듣고, 말해야 하니까 저한테 무언가를 계속 상기시키는 이름이길 바랐어요. ‘일상이라는 삶’과 ‘예술’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연결되어 움직이는 것, 전공자⋅비전공자의 구분, 장르 간의 구분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순환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었습니다.

다른 예술 장르도 모두 비슷하겠지만, 한국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예술 교육을 받지 않으면 무용에 대한 진입 장벽이 매우 높은 편이라고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순환창작소는 한 번도 움직여보지 않은 비전문가에게도 열려있는 공간인 것 같은데요. 어떤 분들을 만나고 싶으셔서 순환창작소를 만들게 되셨는지, 그리고 처음 춤을 접하는 분들이 어떤 용기와 생각을 갖고 오시면 좋을지 얘기해주세요.

저는 입시 미술을 겪은 사람이기 때문에, 무용을 처음 배울 때 입시 무용만큼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하지만 무용을 창의적인 방식으로 배울 수 있는 전문적인 교육 기관이 25년 전 당시 국내에는 마땅히 없어서 막막했는데, 외국에 나가서 다양한 경험을 했죠. 그래서 나중에 제가 무언가를 전할 수 있는 때가 온다면, 그때 내가 바랐던 것을 알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창의적인 방식의 춤을 교육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곳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해 왔었죠. 그걸 실천하기 위해서 순환창작소를 꾸리게 되었습니다.

춤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건 ‘춤’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려움이 있다는 거였어요. 사실 잘 추고, 못 추는 춤이라는 건 없는데 우리 모두 많은 경우 우열을 나누는 방식에 아주 익숙한 것 같아요. 남미나 아프리카에 가면 그냥 옆집 아줌마, 아저씨들도 자유롭게 춤을 추곤 해요. 사실 우리도 흥을 가진 민족인데, 아직 많은 사람들이 교육받아야만 춤을 출 수 있다는 부담이 있는 것 같아요. 용기를 가져야만 할 수 있다는 게 아쉽죠.

순환창작소에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단순히 동작을 배우는 수업은 하지 않아요. 동작을 따라서 배우려고 하면 이미 그때부터 몸이 긴장하거든요. 잘 따라 하지 못하면, 나는 못한다고 생각하면서 위축되기 시작하죠. 대신 자기 몸이랑 친해지고, 노는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게 하려고 해요. 아이처럼 뛰어놀면서 움직이는 즐거움, 다른 사람과 같이 움직이는 즐거움을 느끼는 게 춤을 만나는 첫 시작이죠.

〈인체산수화 - into the body〉 ©순환창작소

〈일상댄스 프로젝트 바로,지금,여기〉(2023) 에서는 다양한 일반인 참여자들과 함께 춤추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는데, 그분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 춤의 수준, 레벨이 낮고 높은 수준을 떠나서 춤을 추는 순간에 즐거움을 깨닫게 됐다.”
“ 손가락 두 개만 접어도 춤이 된다는 것은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 몸을 움직여서 춤을 추며 알게 된 것은, 글로 쉽게 설명하지 못할 것 어쩌면 설명 불가능 한 것들이 움직임에 있다는 것이다.”
“ 주변의 소리는 들리지만, 에너지는 오직 손을 맞잡은 상대방과 나에게만 느껴졌다.”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친구들이 써준 말들이에요. 실제로 체험을 해봐야만 할 수 있는 말들이죠.

저는 경험에 대해 말할 때 바다에 비유하곤 하는데, 바다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서 ‘바닷물은 차가울 거야, 따가울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바다를 이해할 수 없어요. 하지만 실제로 바다에 들어가서 놀아보면 온도, 밀도, 촉감, 즐거움을 느낄 수 있죠. 춤도 마찬가지로 말로 설명해서 이해시키는 건 굉장히 어려워요. 그래서 꼭 저희 수업이 아니더라도, 어딘가에서 자신의 몸을 직접 체험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신다면 좋겠어요.

조희경이 휴식하는 이야기

안무가님에게는 ‘춤을 추는 것’ 자체가 휴식이 될 때도 있나요? 쉼을 어떻게 갖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2015년 이후 긴 쉼을 가지면서 저에게 생긴 변화는 ‘나와 일을 동일시하지 않는 것’이었어요. 처음엔 작업을 하지 않으면 마치 내 존재가 없어지는 것 같아서 불안하고 무서운 마음이 들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나는 죽을 때까지 창작활동을 할 텐데 3~4년쯤 쉬는 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조금 편안해졌어요.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쉬면서도 쉬지 못하고 마음은 동동거리는 시간을 보냈겠죠.

창작 활동을 쉬는 대신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교육을 하기도 했고,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했어요. 지금도 필요할 때는 이런 휴식기를 만들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사실 ‘나와 일을 동일시하지 않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을 전환하면 좋은지 공유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의 경우에는 ‘나를 이해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는 게 큰 도움이 됐어요. 예술가는 무언가를 계속 밖으로 표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의 안을 잘 들여다보고 채우는 것에 공들여야 해요. 미술대학을 같이 다녔던 분께서 미술가를 위한 움직임 수업을 해달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요. 미술을 하는 분들은 오히려 반대로 내면으로 너무 깊숙이 들어가기도 해서, 그럴 때는 몸을 써서 밖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일상댄스 프로젝트 ‘바로, 지금, 여기’〉 사진 이은정 ©순환창작소

조희경의 다음 이야기

근 미래, 혹은 더 먼 미래의 모습을 안무가님은 이미 상상하고 준비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우선 순환창작소에서 올가을에 〈춤추는 남자들〉이라는 교육사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서울문화재단 후원 선정 사업이라 참가는 무료입니다. 작년 〈일상댄스 프로젝트 ‘바로 지금 여기’〉에서는 2~30대 청년을 대상으로 했었는데, 이번에는 대상을 좁혀서 2~30대 청년 남성만 모아보려고 해요. 상대적으로 여성분들보다 남성분들께서 몸으로 표현할 기회가 적은 것 같아서, 자신이 느끼는 것을 좀 더 표현하는 경험을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7월 말부터 신청을 받고, 9월 중순부터 10주 동안 매주 토요일 저녁에 만나서 함께 워크숍을 할 예정입니다.

〈움직이는 방 ‘춤추는 소파, 꿈꾸는 소파’〉라는 공연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무용과 미디어가 함께 엮이는 공연작품으로 순환창작소 팀원인 무용가 노화연, 이정민, 음악가 오지호 님과 함께합니다. 미디어는 (주)인스피어의 대표이자 미디어 아티스트인 송해인 감독님과 함께 작업하고 있어요. 이분은 저와 반대로 어린 시절부터 대학교까지 줄곧 한국 무용을 전공하고 난 뒤, 영국으로 떠나서 공연 미디어아트를 공부하고 오신 분이에요. 이번 공연은 작년에 일상과 춤이 섞이는 과정을 공연화 한 〈일상댄스 : 소파 편〉 작품과 재작년의 미디어와 안무 실험 쇼케이스 작업을 통합해 확장하고 완성하는 작품입니다. 9월 8일, 인천 문학시어터에서 공연을 올릴 예정입니다. 두 작업 모두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몸”은 직업이 무엇이든, 나이가 몇 살이든, 성별이 무엇이든, 어떤 문화권에 살든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있는, 자기 삶을 경험하는 장소이자 삶을 표현하는 통로예요. 몸은 평생 내가 사용하며 살아야 하기 때문에 어떤 원리로 움직이고, 작동하는지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 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의 신체와 정서, 생각이 어떻게 서로 연관되어 작동하는지. 이 순환을 나의 삶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알아가는 거죠. 일생에 한 번쯤은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지 ‘나’와 ‘내 몸’이 연결되어 있음을 경험하는 순간을 꼭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직접 만나 본 조희경 안무가는 삶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유영하며 자기만의 몸을 만난 여행자였다. 그녀는 삶에 들어온 모든 만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또 그녀의 몸 일부로 만들었다. 그래서일까, 한 사람과의 대화였지만 그녀의 몸에 켜켜이 쌓인 많은 존재를 만난 기분도 들었다.

‘손가락 두 개를 접는 것’도 춤이 될 수 있다면, 내 몸도 춤이 될 수 있을 텐데. 인터뷰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 내가 걷고 말하는 모습이 모두 춤이 된다면 어떨까 상상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몸을 만나는 순간을 소개하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처럼, 각기 다른 환경에서 각자만의 모습으로 사는 다양한 사람들이 자기만의 몸을 찾기를 함께 바란다.

글 심이다은
이 땅을 살아내는 소리를 좇으며, 보편타당함에 관해 질문하는 사람.

영상 엄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