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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하지 않은 것들이 서로 모여 있는 우주 공간1

A는 ‘예술을 이루는 것’과 ‘예술’ 그 자체를 구별하지 못하고 뒤섞어 생각했다. 많은 이들이 찾는 미술관, 대형 극장, 명망 있는 수상 제도와 각종 행사, 입시 경쟁률이 높은 교육 기관까지. 10년이 되어가는 시간 동안 그는 동경했던 제도에 속하기 위해 노력했고 어느 정도 그 계획을 이루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 A는 자신의 기대를 저버리기로 한다. 그의 기대는 자신의 것이기도 했으며 부모와 주변의 것이기도 했다.
첫 번째 시도로 그는 자퇴를 결심했는데, 이 계획을 소개하면 세상 사람들은 그를 이해하려는 듯 예술가가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말을 얹거나, 학위를 인정받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학교의 설치법 논란에 관해 이야기하곤 했다. A는 생각했다. 과연 그뿐일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밤낮 없이 계속되는 갈증이, 끝내 관성처럼 생겨난 무엇인가 말을 얻고 이유가 되어 욕망하게 되는 순간이 그에게도 있었다. A는 거리로 나갔고, 무심코 지나가던 길이 텅 빈 공중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차들은 바삐 움직이고 사람들이 눈앞을 지나쳤다. 유수의 기관과 제도는 그의 동경을 지탱하는 것이기도 했으며, 많은 이들의 예술적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곳이기도 했지만, 사실 A가 닿고 싶었던 것은 그보다 작고 사소한 것이었다. 이를 깨닫고 그는 적었다. “거리의 사람들이 스치듯 사라진다. 이 광경을 어긋남이라 할 수 있을까.” 어긋남이란 으레 그러해야 마땅한 것을 벗어난다는 것이기도 하다. 세상에는 으레 그러해야 하는 기준이 많았고 머릿속에 주입된 무수한 이름이 그 역할을 했지만 이제 그는 자신의 시선을 따라가기로 한다.

‘엇갈림’, ‘엇나감’, ‘어긋남’, 그리고 ‘엇’은 어쩌면 삶의 필연적인 성질일지도 모른다. 영원하지 않은 것들이 모인 공간에서 모든 것은 각자의 이유로 끊임없이 이동하며 서로를 빗겨나간다. 이러한 세간(世間) 속의 움직임은 그 무엇보다 자연스럽다. 마음속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본다면 우리는 모두 각기 다른 갈림길에 서 있기 때문이다. A가 말하는 작고 사소한 것이란 엇박자를 타듯 저마다 다른 인과를 가진 사건들이다. 그리고 삶은 예측하지 못한 형상을 띠고 우리에게 다가오는 사건들의 집합이다. 때문에 그가 바라본 것은 하나로 형용할 수 없는 삶을 만드는 필요 조건이자 그 삶들이 모인 세상이었을 것이다. 이제 그의 시선은 이러한 세상을 투영하는 예술로 향한다. 길 위에서, 우리 삶 속에서 엇갈림이 당연하듯 ‘엇’을 경유하여 그러모은 이야기들이 각자의 숨결로 세상을 풍요롭게 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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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세간(世間)’의 뜻풀이, ‘세상 일반’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