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2023 SUMMER45
사진 김경수

이번 여름도 잘 부탁해
하윤경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를 졸업하고 2015년 연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로 데뷔한 배우 하윤경은 연극과 영화를 오가며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2022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대중들에게 ‘하윤경’이라는 배우의 놀라운 잠재력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같은 해 영화 <경아의 딸>로 제23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 신인여자연기자상, 제23회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신인연기상을 수상하였고, 2023년에는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 여자배우 라이징스타 부문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tvN 드라마 스테이지 <오피스에서 뭐하Share?>, 6월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 <이번 생도 잘 부탁해> 등 다양한 작품에 주연으로 캐스팅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를 만난 건 이마 위로 가느다란 잔머리가 흩날리던 여름의 초입이었다. 햇살 눈부신 봄에서 건너온 하윤경의 눈빛은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잔잔한 한낮 같았다.

봄날의 햇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저한테 ‘봄날의 햇살’이라는 칭호만큼 따뜻하고 좋은 기운을 많이 준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원래는 가을의 약간은 우울하기도 하면서 또 차가운 듯한 느낌을 좋아했는데, 요즘에는 봄이 더 좋아졌어요. 봄은 만물이 피어나는 그런 계절이잖아요. 그리고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밝고 긍정적인 기운이 중요한 걸 잘 알게 되고, 그런 것들을 더 원하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계절도 봄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내며

백상예술대상 여자 최우수 연기상 부문에 은빈이가 후보였어요. 저희 팀(<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은 다 은빈이가 받기를 바랐는데 수상을 못해서 다들 되게 아쉬워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던 찰나에 갑자기 대상에 은빈이 이름이 불리고, 은빈이가 돌아서서 울더라고요. 사실 전 그렇게 눈물이 많은 편도 아닌데 그 모습을 보고 그냥 같이 울컥해서 눈물이 났어요. 그동안 그 친구가 얼마나 진심을 다해서 열심히 해 왔는지를 옆에서 지켜봤다 보니 그런 것들이 다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또 저랑 은빈이랑 동갑이거든요. 친구로서도, 그 날은 제가 상 받은 것처럼 너무 기뻤던 것 같아요.

‘슬기로운’ 의사생활

그 당시에는 회사도 없었고, 오디션도 전혀 기대하지 않고 봤어요. 혼자 그냥 털레털레 가서 오디션 보고, 되면 되고 아니면 말고... 이렇게 시작했죠. 덜컥 오디션에 붙고 나서도 물론 기뻤지만 그렇게 크게 들뜨지도 않았어요. 작가님이나 감독님도 큰 역할이 아니니까 그냥 평소 제 모습처럼 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었고요. 그런 마음으로 편안하게 임했는데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죠. 그래서 참 감사한 작품이기도 해요
그 배역의 직업이 의사였다 보니 의사를 연기하는 데 있어 어떤 걸 준비하셨냐는 질문도 정말 많이 받았어요. 물론 캐릭터에 접근할 때 직업도 중요하고 그에 맞는 조사도 필요하지만, 사실 저는 그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의사’라는 것 자체보다는 ‘어떤’ 의사냐가 중요한 거죠. 그래서 그 사람을 신경쓰는 편이에요.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맡았던 허선빈 역할도 다정한 캐릭터였거든요. 무난하고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마음이 따뜻한 그런 친구? 저는 그런 게 또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그에 맞춰서 준비했던 것 같아요.

촬영을 위한 준비

저는 모든 준비는 촬영 전에 다 마치려고 해요. 제가 맡은 배역의 감정이나 인물의 상태 같은 것들은 오랫동안 고민하고, 촬영 현장에서는 오히려 그런 생각들을 최대한 배제시켜요. 너무 막 그 인물에 몰입하려고 하면 할수록 감정이 더 빠져나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있거든요. 중요한 것들은 미리 준비를 해 두고 촬영 현장에 가서는 느껴지는 대로 하는 편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밝은 캐릭터에는 그에 맞춰 텐션을 끌어올려 놓는다거나, 혹은 조금 힘들고 우울한 부분이 있는 캐릭터라면 그 정도의 분위기를 맞춰 놓는 정도로요.

<경아의 딸> ©인디스토리

매체에서의 연기, 무대에서의 연기

초반에는 매체에서 연기할 때 ‘즉흥성’이라는 게 필요한지 잘 몰랐어요. 근데 TV 드라마나 영화를 하면서 오히려 매체에서의 연기가 어떤 면에서는 연극보다 훨씬 즉흥성을 요한다는 걸 느꼈어요. 왜냐면 연극은 한 달에서 길게는 세 달간, 계속해서 같은 연기를 연습하고 같은 배우들과 호흡하는 거잖아요. 근데 매체에서 연기할 때는 늘 다른 촬영 환경에 가게 되고, 그 자리에 가서 즉흥적으로 동선을 만들어야 해요. 오랜 시간 합을 맞춰보지 못한 상태로 처음 보는 배우들이랑 연기해야 되는 상황이 많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제가 가지고 있던 매체에 대한 선입견에서 벗어나게 해준 것 같아요. 원래는 매체 연기에서는 뭔가 배우들과 호흡하는 것보다 제한된 앵글 안에서 정해진 것들을 해내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즉흥적으로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 일이 많다는 걸 알게 됐죠.

근데 또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은 연극을 통해서 많이 배웠어요. 관객들과 계속 상호작용하고, 또 연극에서는 창작을 오롯이 배우가 다 해내잖아요. 그 정육면체 무대 안에서 배우가 모든 동선과 동작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훈련을 해 왔던 게 결과적으로 매체 연기 현장에서도 도움이 많이 됐죠.

연기가 끝나고

저는 한 작품 끝나면 캐릭터의 감정이나 관련된 것들을 그래도 금방 털어내는 편인 것 같긴 해요. 근데 <경아의 딸>이라는 작품을 했을 때는 아무래도 영화 속 연수가 겪는 사건의 크기가 너무 커서, 내가 감히 이걸 연기해도 되나 싶은 생각이 좀 들었어요. 그 작품으로 누군가 상처를 받으면 안 되잖아요. 그걸 너무 많이 고민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촬영하는 동안에도 그렇고, 끝나고 나서도 그 침체된 기분이 조금 오래 가는 것 같긴 하더라고요. 그렇다고 막 캐릭터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거나 그런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그 무거운 마음이 좀 오래 남아 있었어서, 그때 배우들이 이런 부분을 조심해야 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정말 진심을 다했기 때문에 그만큼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사실 캐릭터에 온전히 몰입했을 때 더 연기를 잘하시는 분들도 있고, 조금 거리를 두고 바라봤을 때 더 잘 하시는 분들도 있고 이건 사람마다 다르기는 하거든요. 근데 저는 너무 뭔가에 몰입하다 보면 중심을 잃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작품이 끝나고, 그걸 잘 털어내고 환기시키는 일은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NA

전하고자 하는 것

사실 제가 배우 활동을 하면서 막 중요한 메시지를 세상에 알려야겠다, 하는 그런 대단한 포부까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이 직업은 대중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활동을 동반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이왕이면 좋은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작품들이 눈에 좀 더 들어오긴 하더라고요. 물론 가볍고 흥미로운 작품이나 장르적인 재미가 있는 작품들도 좋아하지만 그래도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작품들을 다루는 것에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작품에 참여하다 보면 배우도 그를 통해서 느끼고 알아가는 것이 정말 많거든요.

나와 닮은 배역, 캐릭터

아무래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맡았던 최수연 역할이 제일 저와 비슷한 것 같아요. 그 친구가 가진 좋은 점도 그렇지만, 좋으려고 노력하는 점? 그런 게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그 최수연이라는 역할보다는 많이 부족할 수 있겠지만, 그 친구가 하는 것처럼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게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사회적 약자나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들이요. 최수연이라는 캐릭터는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에요. 배울 점이기도 하고 제가 추구하는 방향이기도 하고요.

최근에는 주로 선한 역할, 좋은 캐릭터를 많이 맡았는데, 이런저런 배역을 다 해보고 싶어요. 악역도 연기해보고 싶고, 사극도 해보고 싶고 다양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게 마냥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계속 꾸준히 작업을 하고 있고요. 제가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드리면 또 대중들이 많이 찾아주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담담하게 바라보는 ‘연기’

너무 성공하고 싶어 하거나 너무 잘하려고 하면 사람은 더 경직되는 것 같아요. 근데 저는 연기하는 데에는 유연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무언가를 자꾸 갈망하고 애써 붙잡으려고 하면 더 중심에서 벗어나는 느낌이 들어요. 그러다 보면 몸도 얼고, 생각도 좁아지고요. 그럴수록 넓게 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저의 삶에서도 시야가 넓어지는 부분이 많이 생겼죠. 연기를 통해 저라는 사람도 같이 성장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그런 점이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나의 학교생활

<즉흥 연기>라는 수업이 있었어요. 말 그대로 어떤 상황이나 단어, 이런 것들이 주어졌을 때 즉흥적으로 장면을 만들어 보거나 연기를 하는 거예요. 사실 그 수업이 조금 스트레스도 있고 약간 긴장감을 주기도 해서 어떤 친구들은 되게 부담스러워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근데 저한테는 좀 잘 맞았고, 도움이 많이 됐던 수업이었어요. 정해진 답을 찾지 않아도 괜찮고, 조금 틀려도 괜찮고, 그러면서 아무거나 주저하지 않고 시도해볼 수 있는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연기라는 걸 물론 마냥 놀면서 할 수는 없지만 그 수업을 통해서 즐기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알았고요. 연기를 하면서도 즐겁게 무언가를 막 시도했을 때만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것들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수업인 것 같아요. 학창시절에 저는 되게 성실한 친구는 아니었어요. (웃음) 그냥 평범했던 것 같아요. 주어진 일 하고, 그러면서 많이 놀기도 하고. 무난하게 학교생활 하지 않았나, 하고 생각합니다. (웃음)

동년배의 성공

20대 초반에서 중반쯤에는 잘나가는 친구들 보면 좀 조급해졌던 것 같아요. 나는 언제쯤 저렇게 TV에 나올 수 있을까, 돈 언제 벌 수 있을까 싶어서 혼자 자책했던 시기도 있었던 것 같고요. 그런데 이제는 나와 같은 학교에서 함께 열심히 했던 친구들이 하나 둘 결과물을 내놓고 있는 걸 보면 오히려 힘이 돼요. 나도 그들처럼 꾸준하게 열심히 한다면 언젠가 잘할 수 있겠지, 좀 더 많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오겠지, 이렇게 생각이 많이 변화하더라고요. 후배들이나 다른 동문들도 물론 어렵고 힘든 시기가 있을 수 있겠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저도 아직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인 것 같아요. 더 열심히 하다 보면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소한 쾌(快)

제가 반려동물을 키우는데, 그 친구들을 키우면서 제가 정말 많이 성장했어요. 내가 어떤 생명체를 키우고 사랑을 주는 경험, 그러면서 오히려 더 큰 사랑을 돌려받는 그런 것들이 큰 힐링이 돼요. 그게 저한테 가장 큰 즐거움인 것 같아요. (웃음) 특별히 스트레스 푸는 방법이 있는 건 아닌데 그냥 친구들이랑 커피 마시면서 수다 떨고, 평범한 그런 것들이 유일한 낙이지 않을까 합니다.

언어 너머의 것

<유전>이나 <미드 소마> 같은 작품을 좋아하긴 하지만 제가 공포 영화를 다른 장르에 비해 특별히 더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근데 앞 두 작품이 좋다고 이야기했던 이유는 우리가 일상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순간들을 느낄 때가 있잖아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기분이 든다든가, 그런 현상을 겪는다든가, 혹은 간밤에 꾼 꿈이라든가.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요. 근데 그런 영화들에서는 앞서 말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다 이미지로 보여주고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는 게 흥미로워요. 그리고 그런 감독님들의 작품을 볼 때는 ‘진짜 이 방면에 도가 텄구나’ 싶은 기분이 많이 들거든요. 그럴 때 또 좋은 자극을 받기도 해요. 나도 저렇게 어떤 한 분야에서, 삶에서든 아니면 직업적인 면에서든, ‘이거 하면 하윤경’처럼 도가 텄으면 좋겠다, (웃음) 싶어요. 그런 부분을 좀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보니 아마 그 영화들을 좋다고 얘기했었던 것 같아요.

이번 생도 잘 부탁해

초원이라는 캐릭터는 가족을 잃었던 경험이 있는 친구예요. 상처를 갖고 있지만, 그걸 또 잘 극복해 냈고요. 그렇다고 캔디형 주인공들처럼 마냥 해맑기만 한 게 아니라 아픔을 잘 이겨내고, 그걸 통해서 또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에요. 물론 어쩔 수 없이 남아 있는 기억에 대한 아픔은 있죠. 하지만 그런 면들을 또 밝은 모습으로 승화해내는데, 이런 부분에서 보시는 분들이 기분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아가실 수 있을 거예요. 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했던 수연이는 쿨하고 멋있는 모습이 많았잖아요. 근데 <이번 생도 잘 부탁해>의 초원이 같은 경우에는 정말 사랑스럽고요. 또 여린 면도 가지고 있어요. 그런 것들이 조금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가지 않을까 합니다.

배우하길 잘했다

팬 분들이 응원해 주실 때. 그때 정말 보람을 많이 느껴요. 팬 분들이 편지를 많이 써주세요. ‘언니 덕분에 많이 위로받았다’고 적어주시는 것들이 기억에 남아요. 특히 이번에 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하면서 따뜻한 캐릭터를 맡았잖아요. 그래서 팬 분들이 저에게 ‘덕분에 어떤 행동을 하면서 살아가야 할지, 우리 주변인들에게 어떤 시선을 가져야 할지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됐다’ 같은 이런 이야기를 종종 해 주시는데 그게 너무 감사하죠. 내가 여태까지 꾸준히 해온 게 의미가 있는 일들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이럴 때는 참 연기하길 잘했다 싶어요.

<슬기로운 의사생활> ©TVN

배우로서 얻는 것

아무래도 내가 실제로 겪을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거나 사람들을 만나는 것? 정말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마주치게 되거든요. 실제 현장에서도 새로운 인연이 생기고 새로운 사건이 벌어지고요. 어떻게 보면 그런 것들이 피곤하기도 하고 진이 빠질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일을 겪으니까 그만큼 시야가 넓어지고요. 배우는 정말 그 어떤 직업보다 많은 경우의 수들을 경험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일을 계속 해 나가면서 깨달음을 얻는 것도 정말 많고, 그러면서 제가 인간적으로도 많이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는 것 같아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배우에게는 유연함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평소에도 최대한 유연하게 생각하고 상황에 맞춰 대처하려고 해요. 섣불리 답을 내리려고 하지 않고 함부로 고집 부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요. 아직 배워가는 단계이지만 그런 가치관들이 자연스럽게 일상에서도 연결되면서 하루하루 더 나은 사람, 좋은 사람이 되게끔 만들어주지 않나 생각합니다.

‘나’에 맞춰서

보통 책에서나 주변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근데 저는 그 목표라는 게 과연 그렇게 중요한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부터 너무 원대한 포부를 가진다든지, 이번에는 꼭 어떤 걸 해내야겠다고 애를 쓰면 그게 되지 않았을 때의 실망감이 큰 것 같아요. 그냥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에 충분히 몰두하고, 당장 해야 될 것들부터 고려하면 오히려 스트레스도 덜 받는 것 같거든요. 저는 그냥 소박한 꿈이나 목표 정도를 세우는 걸 좋아하는 편인 것 같고요. 건강해지기, 운동해서 좀 튼튼해지기. 이런 것들 있잖아요. (웃음) 저는 그런 건강한 마음이나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는 것들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오피스에서 뭐하Share?> ©TVN

여운이 남는 배우

너무 재밌게 본 영화나 드라마도 돌아서면 금방 잊혀지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근데 그런 와중에도 또 이상하게 기억에 남는 배우분들이 계신다든가, 뇌리에 박히는 캐릭터들이 있더라고요. 저는 그런 게 간단하게 여운일 수 있지 않을까 해요. 그런 여운이 남는 연기를 하려면, 그런 배우가 되려면 먼저 사람으로서 깊이가 있어야 그게 연기를 할 때도 다 풍겨 나온다고 생각해요. 깊이 있는 사람이 돼서 뭔가 특별하거나 강렬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그냥 그 사람 자체에서 흘러나오는 여운이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봄을 지나 여름으로 향해 가는 햇살에 비치는 마음은 투명하고 깊었다. ‘하윤경’이라는 배우가 전해주는 여운 그대로였다.

영상 박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