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탐험'을 주제로 영상을 제작하며 학생들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예술학교에서 배운 것은 무엇이며, 예술 창작의 과정에서 무엇을 깨달았는가.
제대로 된 작품을 위해 몰입과 집중의 시간을 보내는 그들은 작업에 대한 고민과 불안감으로 밤샘을 밥먹듯이 하고 있었습니다. 실기와 이론을 병행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많은 책을 읽고 최신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국내외 예술가들의 창작물을 발 빠르게 접하기 위한 손품과 발품을 팔아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창작에 대한 자신감을 얻으며 자신만의 주관이 만들어지고, 동료들의 작업에 자극받으며 새로운 추진력이 생긴다고 하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예술에 지름길은 없겠지만 끝이 없는 예술의 길에서 끊임없는 창작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면, 여러 갈래로 뻗은 예술의 갈림길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 내공을 쌓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젊은 예술가들의 고민은 문제와 해답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평생 흔들림 없이 가기 위해 기본을 쌓는 시간이 가장 중요함을 깨닫고 좋은 소리를 만들면서 자신을 뛰어넘는 과정을 즐기고 있습니다. 계속 부딪혀나가야 하는 게 예술가의 숙명이라면 그 과정에서의 가능성을 붙잡고 끝까지 예술의 매개체이자 도구로서 안무하겠다고 말입니다.
여기에 지표로 삼기에 좋을 예술가들을 겹쳐 봅니다. 공연 직전까지 숨가쁘게 뛰었더라도 무대에 오르면 정상의 호흡으로 가다듬은 소리를 내는 기본을 지켜온 피리 명인과 자신의 삶에서 접하는 경험을 토대로 역사와 기억, 공동체와 타자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보여주며 투쟁과 연대의 중요함을 역설하는 설치작가가 그렇습니다. 보이지 않는 졸업 후의 모습을 옆집 언니처럼 친근하고 따뜻한 말투로 들려주는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의 악장이, 그리고 눈빛으로 통하는 친구들과 팀을 꾸려 전혀 다른 몸짓 언어로 관객들에게 생애 최초 작품을 선보이는 신진 안무가 5명이 있습니다.
공백(空白)이든, 여백(餘白)이든, 그 공(空)과 여(餘)를 비우거나 채우거나 예술로 가는 길은 여전히 거칠고 험하고 불편합니다. 쉬어갈지 계속 달릴지도 고민입니다. 그러하더라도 그 길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무엇을 할 때 가장 기쁜지 알아가는 과정이어서 무척 행복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모두들 그 길 위에 있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비워도, 채워도 다 자신의 몫으로 돌아올 것이라 믿습니다. 우리는 계속 이 길로 갈 테고, 그 길에서 또 모두 만날 테니까요. 경자년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