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음악인으로서 예禮와 악樂의 길을 따라 그 지형을 단단하게 다져온 전통예술원 곽태규 원장을 만났다. 국립국악원 정악단 연주단원 및 악장,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예술감독 역임과 함께 세 번의 국립국악원장 표창과 두 번의 체육부장관 표창, KBS 국악대상 관악상 및 대상을 수상하며 그동안 수많은 후학들을 양성해왔다. 현재 중요무형문화재 제46호 피리정악 및 대취타 이수자 겸 전수교육자로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곽태규 원장에게서 피리 명인으로서의 삶과 더불어 함께해온 전통예술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김경수
[음악의 시작]
전통음악 연주자로서 다방면으로 활동해 오셨는데요. 국악을 선택하고 업으로 삼게 되신 이야기와 피리를 연주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현재 중요무형문화재 제 46호 피리 정악 및 대취타 전수교육조교로 활동 중에 있습니다. 여러 국악기 중 피리를 선택하게 된 것은 저와 잘 맞는 성정 때문 같습니다. 이를 테면 대금은 관악기 중에서 음陰의 소리, 마치 달빛을 연상 시키는 처연함을 나타내지만, 반면에 피리는 풋풋한 대지의 소리, 황토를 연상케 합니다. 친화적이고 서민적인 소리이며 현란하지 않고도 선율을 주도하는 끌림의 소리가 좋았습니다.
두 분 형님이 국악을 하십니다. 자연스럽게 그 영향을 받아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1973년도부터 국립국악원에서 연주자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는 여러 상황이 매우 열악하였지만 그냥 악기 연주하는 것이 좋아서 지원하게 되었고 천직이 되었습니다.
국립국악원의 전시는 이왕직 아악부가 있었고, 그 이전은 조선조의 장악원이 있었습니다. 장악원의 후신인 이왕직 아악부의 궁중 악사 분들이 스승으로 있으면서 활동 하시던 곳이 당시 국립국악원이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에 이끌린 것도 이유라 할 수 있습니다.
생소병주‹수룡음› 연주 모습 ©크라운해태
[국악을 창작한다는 것, 현대 음악의 균형]
국립국악원의 창작악단의 시작을 함께하시며 예술감독으로 활동하신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국립국악원의 존재 당위는 국가 음악기관으로서의 역할입니다. 그것은 전통음악의 보존과 계승이고, 또한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음악의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국립국악원은 창작악단 창단 이전까지는 비효율적으로 창작음악 형태의 공연이 이루어졌는데 모든 소재를 담을 수 없기에 여러 힘든 과정을 거치어 오늘의 창작악단이 생겨났습니다.
수백 년 전의 음악, 그 이전 조의 음악도 당시에는 전부가 현대 음악이었습니다. 그것이 세월이 지나 오늘의 전통음악이 된 것입니다. 오늘 21세기의 음악도 시간이 지나 전통음악이 되는 것인데 이러한 명제 때문에 나라 음악기관은 새로운 음악창출에 모든 힘을 써야합니다. 창작악단의 탄생은 국립음악기관의 존재 당위성에 균형이 무엇인지 그 고민에서 태어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국악은 어떤 지점에 서 있을까요.
현재는 활동이 매우 왕성한 시기이면서도, 과도기라고 생각합니다. 이전과는 다르게 모든 면에서 세를 많이 갖추었지만 끊임없이 계속 연구하고 창출해 가야 합니다. 정확한 맥을 잡아 검증하고 걸러서 우리음악을 정립해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모든 음악가와 작곡가, 학자들이 호흡을 같이 하여 크게 진화를 도모해야 하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관재국악상 시상식 모습 ©국립국악원
[그리고 지금]
올해 4월 관재국악상을 수상하신 이후에 더욱 바쁜 시간을 보내고 계실 것 같습니다. 관재국악상은 민족음악의 보전, 전승, 보급에 공적을 쌓은 국악인에 수여하는 상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 만큼 연주 활동과 연습, 교육 등 전통예술의 다방면에서 오랜 시간 노력해오셨습니다.
관재(寬齋) 성경린 선생님께서 국악의 보전을 위해 사재를 출연하여 만드신 상이라 수상이 더욱 뜻깊습니다. 수상의 주 대상자인 한국음악 학자들과 실기자들 중 훌륭한 분들이 많으신데, 현재 저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앞으로의 응원 차 더욱 힘쓰라는 뜻으로 알고 있습니다. 관재 선생님을 비롯한 선학들이 구조적인 변화와 변혁에 힘쓰셨듯이 저희 세대 역시도 어느 정도 사회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은 저에게 항상 현재진행형으로 있는 과업이기도 하고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으로 북경에서 열린 연주회에서 곽태규 원장님의 ‹상영산上靈山› 연주로 그 뜻깊은 공연의 막을 올렸다고 들었습니다.
전통예술원과 상호 문화 교류를 진행해온 북경음악원에서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공연 제의가 와서 본 공연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한인 대상의 위문 공연이 아니라 북경의 문화 인사들을 초청하여 우리 궁중음악을 소개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동안 3・1운동을 기념하는 활동들은 많았지만 임시정부 수립 기념과 관련된 행사나 활동들은 많이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본 공연이 더욱 의미가 있었습니다.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선학들의 많은 고충과 노력을 상기하게 된 것이 본 공연에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상영산›을 연주 중인 곽태규 원장 ©해외문화홍보원
국립국악원 연주자이자 예술감독으로 활동하시면서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교육자의 길 또한 걷고 계십니다. 연주자, 예술감독, 교육자로서의 역할과 철학이 있으신가요?
학교 교육의 의미는 옥玉과 석石을 나누어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석石을 옥玉 같이 만들어야 할 책임과 의미가 있습니다. 교육자들은 늘 준비한 교육에 의무를 자각하고 항상 실천해야 합니다. 학생들의 다양성을 제지하지 않으면서 그 이면에 진실의 본질을 심도 있게 교육하고 이끌어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음악의 세계를 확장하기]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은 국악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혹은 어떤 방향을 지향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전통예술원이 개원한 지 20년이 지났습니다. 타 대학의 국악과와는 차별되게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은 독립적인 국악대학이며, 모든 면에서 그 위상과 역할이 매우 중요한 영향을 갖고 있습니다. 교육기관의 면모와 더불어 국악계에서도 향후 중요한 인프라 구축에 핵심으로 평가 되는 전통예술원으로 우뚝 서야 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학생들에게 바라는 지점이 있으시다면 무엇일까요.
먼 길을 가야 하는 고난한 예술분야이기 때문에 정신의 호흡을 길게 해야 합니다. 음악을 편식하지 않고 고르게 흡수하되 검증하고 답습에 그치지 않고 소신 있게 자신만의 예술을 창출하며 활동해 나가길 바랍니다.
연주자, 감독, 교육자로서 계속 이어나가실 곽태규 교수님의 앞으로의 행보는 어떻게 예정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무엇보다도 지금 적체가 심각한 것이 국악계의 현실입니다. 많은 해결해야 될 점이 있겠지만 우선 적으로 전문적 국악단체의 증설이 시급합니다. 저는 이러한 면에 치중하여 활동을 주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