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 ‹비행 fly›, ball point pen, gouache on paper, 51×40.5cm, 2016

겟패킹

임솔아

   우리는 괜찮다고 생각했다가 괜찮지는 않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가 괜찮다는 건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는 나란히 서서 강을 바라보았다. 그냥 보기만 하는 돛단배가 강 한가운데에 떠 있었다. 정말 새까맣고 정말 아름다운 나비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우리가 카페에 자리를 잡았을 때
   친구는 모두에게 캐리어 한 개씩을 나누어 주었다.

   게임을 하자고 했다. 규칙은 간단했다. 캐리어에 물건들을 담아 캐리어를 닫으면 된다.

   모자를 넣으면 오리발이 튀어나왔고 오리발을 뒤집어 넣으면 곰 인형의 엉덩이가 튀어나왔다. 가방을 싸는 동안에는 가방을 싸는 일만 생각할 수 있어서 우리는 가방을 싸고 또 가방을 쌌다. 이비사에 가기 위해 코란타에 가기 위해 보라보라에 가기 위해

   손님은 점점 줄어들었다. 종업원이 다가와 폐점시간을 알려주었다.

   한 사람을 남겨두고 우리는 돌아갔다. 잠깐 비가 왔다. 차창에 맺힌 물방울들이 부서지면서 점선이 되어갔다. 침묵을 깨고 누군가 말했다. 오늘은 우리가 함께 가방을 쌌다고. 여행을 떠나지는 않았지만 가방을 싸두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