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528 8PM
‹김덕수전傳›은 사물놀이의 창시자 김덕수 명인의 63년 광대 인생을 다룬 음악극입니다. 연출가 박근형, 안무가 정영두, 그리고 앙상블 시나위와 사물놀이 판 등 제작‧출연진이 화려합니다. 한국의 광대를 넘어 세계적 연주자로 우뚝 선 김덕수의 일생을 그린 이 작품은 코로나19 이후 폐쇄된 세종문화회관이 다시 문을 여는 첫 공연이라는 타이틀까지 얹어져 전석 매진되었습니다. 5월 28일 저녁. 첫 공연의 관객 입장이 끝난 시간, 불쑥 문자가 도착하였습니다.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방역조치로...공공시설 운영 중단...‹김덕수전傳›은 취소...온라인으로 공연을 관람해주시면...’ 공연 중단과 취소, 그리고 온라인 중계... 문구가 줄줄 외워졌습니다. 무슨 공식처럼 어느새 익숙한 일상의 언어가 되었습니다.

#2. 200527 2PM
삼국시대 최고의 문화를 꽃피우며 예술의 극치를 보여준 신라,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는 최근 왕경(王京)을 내걸고 황룡사터 복원에 한창입니다. 그 중에서도 황룡사 9층 목탑은 우리 역사상 존재했던 최고 높이의 목조 건물입니다. 5월 28일 오후. 풀이 무성한 황룡사터를 거닐며 흔적만 남은 공간의 구획과 돌무더미를 살펴봅니다. 천년 고도(古都) 경주의 명실상부한 랜드마크로서 도시와 국가를 상징하는 탑이었음을 실감합니다. 목탑은 800여년 전 몽골군에 의해 불타 없어졌으나 아이러니하게도 탑은 경주 곳곳에 존재합니다. 경주 남산 탑골 바위에 정교히 새겨져 있으며, 한 기업의 연수원은 탑 실물크기로 지어져 그 위엄을 뽐냅니다. 경주엑스포공원의 경주타워는 황룡사 9층탑의 모습을 음각으로 설계하여 멀리서도 탑의 형체를 온전히 감상할 수 있습니다. 탑이 사라짐으로써 탑은 그 곳에 영원히 남게 되었습니다.

R. Radius, 반지름. 반지름은 말그대로 원의 중심과 원 위의 한 점을 이은 선분 또는 그 선분의 길이입니다. 반지름의 정의 뒤에 이어진 설명을 읽으며 울컥 합니다. ‘한 원에서 반지름은 수없이 많지만 반지름의 길이는 항상 같다.’ 순간 우리의 예술이 팽창하고 수축할지라도, 작품의 공간과 시간이 무너지더라도 예술의 테두리 안에 있다는 사실에 큰 안도가 되었습니다. 그리곤 고군분투하며 이 시기를 지나가고 있는 이들의 질문으로 가득 찬 여름호가 좀 무겁겠단 생각에 이릅니다. 폐쇄된 극장과 무대 이후 공연의 형식은? 설치와 영상과 퍼포먼스를 하나의 작품으로 보여주기 위한 전시의 방식은? 디지털 복제시대 연극의 오리지널리티는? 새로운 영상 비평 플랫폼을 창출, 유지하기 위한 비평의 소구대상은? 그래서 이미지로만 읽혀도 좋겠다 마음을 비웁니다. 의미있는 글들이 제 때 실려 발행된다는 것이 고마운 시절입니다. 누군가의 원룸에, 땀흘리는 연습실에, 삭막한 사무실에 스르륵 스며들어가 옆에 자리한다는 것으로 위안이 됩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못했던 것들, 평소에는 관심을 두지 않은 것들을 해야 할 때인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마음만큼 실패의 두려움도 커서 ‘마음 속 거리두기’했던 것들을 끄집어내어 볼 만한 시간입니다.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뜨거운 박수로, 응원합니다.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