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미투’. 오래된 쓰레기더미가 내뿜는 악취처럼 그렇게 고약하기만 했던 봄은 후다닥 지나가고 이른 여름을 맞습니다. 이 계절도 시끄럽긴 마찬가지입니다. 블랙리스트와 예술인 복지와 젠더... 그래서 ‘무브먼트movement’, 예술과 삶, 장르와 장르, 예술가와 작품을 매개로 이곳과 저곳 사이의 경계를 없애는 예술계 안팎의 변화를 말하고자 합니다. 몸의 작은 움직임부터 사회 구성원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운동의 영역까지 ‘무브먼트’의 다양한 층위를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예술가는 삶의 과정 자체가 예술로 자연스럽게 겹쳐지길 희망합니다. ‘작업’과 ‘생활’을 일치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녹록지 않음을 압니다. 그래서 모순이되 그 모순과 화해하기 위해 일상을 억지로 끌고 가지 않는 ‘일상에서의 예술’을 지향합니다. 또한 그들은 정형화된 전통을 고수하지 않으며, 시대의 감각에 맞춰 장르의 변화를 시도합니다. 국악과 현대음악 사이의 경계를 허물며, 궁중무용을 창작무용에 입히고, 굿판을 클럽으로 옮겨가는 유쾌한 행보를 보여줍니다. 기존의 것을 갈고 닦음에 그치지 않고 무수한 창작과 실험을 통해 새로움을 추구함으로써 자신의 예술을 지속시키는 동력을 찾아내는 수고로움을 자처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부당한 것, 부조리한 것, 불합리한 것에 침묵하지 않습니다. 작은 움직임을 큰 운동으로 이끌며 사고의 틀을 확장시켜 나갑니다.

한 무용가는 자비를 들여 블랙리스트의 실행자를 찾아가 1인 피켓시위를 하고, 모 연출가는 편안했던 자신들의 왕국에 균열을 내며 미투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내부 고발을 감행합니다. 예술가와 사회를, 예술과 윤리를 분리할 수 없다는 목소리에 누구보다 절실하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누구보다 간절하게 예술과 윤리, 그 어느 것도 포기하지 않으면서 작업에만 집중하고 오로지 작품으로서 기억되는 예술가가 되길 바랍니다.

지금 탈경계, 해체, 저항과 같은 언어가 범람하고 있습니다. 예술은 이미 탈위기의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비루한 현실을 딛고 경계 없는 예술로 나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실험하고 도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