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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움직임으로, 의미를 만들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심장이 춤을 추게 하라. 싫증이 나는 것은 예술이 아니다. 예술은 매력적이어야 하고 미쳐야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무용수 최승희에게 춤이란 그런 것이었다. 이제는 최승희의 춤을 볼 수 없지만 춤을 향한 그녀의 뜨거운 열정은 지금도 느낄 수 있다. 그 열정의 현재, 오늘날의 한국 현대무용을 아리랑TV가 세계 188개국에 ‘Perform Arts M’을 통해 전했다. 그 이정표를 여기에 실어본다.

글. 이교영


           

alt 정영두 <Fugue and Access>

alt 최수진 <A Stranger in the Mirror>

alt 마홀라 컴퍼니 <거울>



세계적인 무용가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에게 춤은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한 싸움이었기에 그의 춤은 시간이 갈수록 새로웠고 더 위대해졌다. 매 순간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며 더 새롭고 위대한 춤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이들이 여기에도 있다. 춤이란 그저 몸이고 감각이라고 말하는 정영두의 <Fugue and Access>는 음악이 가지고 있는 강약에 집중하며 춤 속에 스스로 흡수된다. 최수진은 <낯선 자>에서 자신이 만든 억압된 감정, 짓눌린 몸짓들을 통해 스스로를 외롭게 만드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자신 내면의 이야기를 잘 알고 이해한 후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녀는 오늘도 안무의 시작점에 서서 자신에게 집중한다. 마홀라 컴퍼니를 창단한 장윤나와 김재승은 <거울>을 통해 정중동의 미학으로 사랑을 풀어냈다. 거울 앞에 거울을 놓았다. 거울 속 풍경이 끝없이 펼쳐지며 멀어져 간다.


alt 김설진 <On the snow>

alt 안덕기 <초무>



무엇이 본래의 모습이고 과연 그 끝은 어디인가. 그들은 그것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인지 그에게 비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인지 혼란스럽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사람도 사랑도 성숙해질 것이다.

토슈즈와 타이즈를 벗어던지고 반라의 몸으로 무대에 선 현대무용의 어머니 이사도라 던컨은 자신의 삶을 무대 위에 올린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랐다. 그녀는 한평생을 춤과 함께 살았다. 이처럼 무대 위에서 묵직한 삶의 나이테를 몸짓으로 풀어내는 안무가들도 있다.
완벽한 테크니션으로 유명한 김설진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영감을 얻어 <On The Snow>를 선보였다. 작품 속 무용수들은 눈 위에서 완벽한 불완전에 도전했다. 경기에서 벌어지는 선수들의 실수와 그 상황에 유머를 얹은 작품에 찰리 채플린의 그림자가 엇비친다. 인간의 마음속 모든 영원을 풀어내기 위해 신을 부르는 춤인 <초무>를 무대에 올린 이도 있다. 순수한 전통문화를 녹여낸 춤을 통해 안덕기는 카타르시스를 향하여 나아간다.


alt 조재혁 <두 여인>

alt 김보라 <소무>



한국무용이란 무엇인가. 전통과 현대, 서구와 동양의 경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많은 무용가가 있다. 하지만 그 경계에 서 있다는 점에서 한국 현대무용은 가장 컨템퍼러리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조재혁의 <두 여인>에서는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서곡이 깔리는 가운데 동양적 음의 세계와 함께 여성의 삶이 펼쳐진다. 김보라와 무용단은 터부시되는 여성의 신체를 파격적이고 대범하게 드러내는 <소무>를 선보였다. 그들은 여성의 몸이 사회적 편견과 관습으로부터 해방되기를 바랐으며 한국의 삼베로 의상을 제작했다. 이 실험적인 작품을 접한 해외 언론은 서구도 한국도 아닌 김보라의 색을 마주했다며 극찬했다. 춤이 곧 자신이라고 이야기하는 최원선은 <Song of Lotus>와 <Encounter-Elegy>를 통해 한국 문화와 현대적인 요소를 함께 풀어냈다. 느림의 미학과 정중동의 느낌을 무채색과 조화시킨다든지 무속신앙인 굿의 움직임을 군무화, 정형화시키며 현대적인 제의를 탄생시킨 그녀는 전통과 현대, 서구와 동양의 경계에 서서 춤을 추는 그 순간이야말로 자신이 살아 있다고 느끼는 가장 강한 순간이라고 말한다.


alt 김재덕 <시나위>

alt 차진엽 <Rotten apple>



자신을 무용가도 안무가도 아닌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어떤 단어와 함께 리드미컬하게 즉흥적으로 표현하는 것. 그렇지만 작품 속 김재덕의 표정과 몸짓을 보면 어느 누군가는 왠지 이해할 수 있을듯한 것. ‘춤이란 김재덕의 관점에서 보는 움직임’이라고 이야기하는 그를 보는 관객에게는 무엇이 비칠 것인가. 춤이란 사람을 매료시키는 원초적인 힘이 있다. 차진엽은 자신이 잘 살고 싶어서 춤을 춘다고 말한다. 그녀는 춤을 추는 시간이 자신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몫이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숨소리와 몸의 감각을 더 가까이 느끼기 위하여. 무대의 경계를 허물고 <Rotten Apple>을 통해 관객과 밀접해진다. 그리고 마침내 <Untitled>가 무대를 허물어트린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자기 삶에서 춤이라는 것을 추게 하고 싶다고 그 소소한 행복을 어떻게 더 알리고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차진엽에게 춤은 무엇인가. 그것은 삶 그 자체다. 오늘도 한국 현대무용가들은 춤으로 세계와 세계를 잇고 사람과 사람을 잇고 있다. 그렇게 한국 현대무용은 수많은 경계를 무너뜨리며 우리 모두의 생으로 스며들어간다. 무엇보다도 뜨겁고 아름다운 춤의 현장이 지금 한국에서 펼쳐지고 있다. input image


※ ‘Perform Arts M’은 하단의 아리랑TV 링크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아리랑TV ‘Perform Arts M’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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