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ER 2017

정지필, <태양의 자화상 0003>, 디지털 프린트, 100x100cm, 2016

Rhythm

새롭게 선보인 봄호가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매거진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웹진 역시 깔끔하다고 주변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봄호 주제처럼 매거진의 안팎을 잘 ‘리폼’한 덕이겠지요. 이 흐름을 계속 유지하면서 ‘리폼’과 비슷한 발음이지만 한결 이 계절과 어울리는 ‘리듬Rhythm’을 여름호에 실어보려고 합니다.

서로 다른 감각을 사용하는 음악과 건축의 리듬으로 시작합니다. 건축가에 의해 음악이 건축화되거나 작곡가에 의해 건축이 음악화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건축과 음악, 두 장르가 어떻게 감각과 매체를나누지 않고 서로의 리듬으로 같은 질서를 공유하는지 차근차근 접근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삭막했던 지난날 우리가 의지했던 드라마의 리듬도 살펴 봅니다. 과거로 되돌아가는 타임슬립 작품부터 현실의 고단함을 생생 묘사한 리얼리티 드라마, 그리고 절대선과 절대악의 이분법을 넘어 복잡하고 다각화된 현실을 시의적절하게 녹여낸 시사 드라마까지. 여기에 지루한 일상을 바꾸는 국내 예술축제의 자유분방한 리듬과 ‘정의되지 않은 예술’로 불리는 융합예술의 현재를 들여다보며 서툴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낯선 것에 도전하는 젊은 예술가들의 리듬을 살포시 얹습니다.

올해 두 번째 만나는 스승은 김홍준 선생님입니다. 충무로뮤지컬영화제 예술감독을 맡아 바쁘지만 영화 이야기엔 언제나 눈을 반짝이며 눈 아래 다크서클을 잊게 합니다. 감독이든 프로그래머든 작가든 교수든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이 자신의 정체성이라는 천상‘영화인’, 그의 유쾌한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트위터 김홍준봇에 올릴 명품 발언도 꽤 있습니다. 평범한 소년에서 빛나는 배우의 이름을 갖게 된 <맨 끝줄 소년>의 주인공 전박찬과의 만남은 정제된 한편의 연극 같습니다. 목소리도 손짓도 웃음도 배우가 선 그 공간을 바로 멋진 무대로 장면 전환시킵니다. 스스로를 ‘어린 코끼리’라고하지만 상상의 힘으로 날 수 있는 ‘묵직하고 느린 코끼리’입니다. 독창적인 소재에 동시대성을 지닌 춤으로 호평 받으며 가장 주목할 만한 현대무용가이자 안무가로 떠오른 김보라의 내공 역시 대단합니다. 조심스럽지만 과감하게 자신의 시간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럽고, 무섭습니다. 1년 후, 3년 후, 10년 후 그녀를 주목하세요.

완성되지 않을 전시를 완성하려는 실험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전시와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과 만드는 뮤지컬은 낯선 시도를 의도한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국민이 국가의 주인임을 상기시키는 영화와 조선시대 ‘효’ 잔치를 188년 만에 재현한 후학들에게는 애정 어린 박수를 보냅니다. 개성 강한 연주자들이 최고의 하모니를 위해 지휘봉 아래 하나 되는 크누아 오케스트라의 진지한 연습 현장도 놓치지 마세요. 덧붙여, 더운 여름 일상 곳곳에서 청량한 리듬 찾길 바랍니다.

편집실